다시, 꿈 리스트를 쓰다.
스무 살, 버킷 리스트의 존재를 알았다. 그럼 나도 써볼까 하는 생각으로 밑도 끝도 없이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들을 적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리스트는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목표와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각자 꿈 리스트를 적어 보는 기회가 있었다. 마음을 잡고 다이어리를 펼쳤으나 쓸 게 너무 없었다. 더 고민하지 못한 채 꿈 리스트는 그렇게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가 되어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꿈 리스트를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 적기 전에 예전에 적었던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놀랍게도 그 안에서 이미 이루어진 게 있었다. 언제 되냐 생각하면서 적었던 서너 가지 중에 두 가지나 이루어진 것이다. 작성일은 2024년 4월 30일이었다. 일 년 조금 지났을 뿐인데 막연히 적었던 게 이미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놀라울 뿐이었다. 심지어 이룬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이미 이루어진 두 가지 꿈
이루어진 두 가지는 내 이름으로 책 쓰기와 목표 체중 달성이다. 작년에 공저 책에 참여하면서 내 이름이 인쇄된 책이 나왔다는 게 얼마나 나에게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는지를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식단 조절을 하면서 그리 높게 잡지 않았던 목표 체중이 달성된 것인데 이게 그렇게 안 내려가던 숫자인데 이뤄놓고도 모르고 있었다.
꿈은 대단한 어떤 것일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얼떨결에 성취가 되기도 하고, 떠밀리듯 이뤄내는 날도 있다. 너무 막연하게 커다란 어떤 것을 꿈꿔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반면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짜릿한 깨달음은 갑자기 내 안에 설렘과 기대로 바뀌었다.
꿈은 작아도 괜찮다
지난 나의 꿈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이게 정말 효과가 있구나!' 감격과 '아, 더 많이 쓸걸'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 날 잡아서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꾸준히 고민하면서 리스트를 추가해 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쓰려고 하다 보니 정말 사소한 것도 쓰게 되었고, 예전에 생각했으나 묻어두었던 꿈도 다시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걸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불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었던 것도 이미 이루어졌다. 이루지 못할 꿈을 적어서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 조급해할 것도 없지 않을까.
다시 시작하는 꿈
1.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2.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적는다.
3. 분류별로 적어본다.
4. 자주 꺼내 본다.
5. 이루어진 꿈에 표시를 한다.
-내가 아는 꿈 리스트 적는 팁
만다라트 작성도 해보았고, 3P 바인더 내지에 있는 꿈 리스트도 작성해 보았는데 두 가지가 각각 다른 장점이 있지만 두 버전의 공통점은 리스트를 분야별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만다라트는 크게 9가지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를 쓰고 각 목표에 들어가는 세부 목표를 적는 것이다. 그리고 꿈 리스트에도 5가지 분야가 있는데 이건 인쇄가 되어 있었다. 그 5가지는 하고 싶은 일, 가 보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모습, 나누어 주고 싶은 것이다.
내가 기록한 만다라트에는 구체적인 꿈이 아닌, 내 삶을 어떤 것들로 채우고 싶은지에 대한 내 고민의 답이 있다. 그리고 꿈 리스트에는 구체적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 칸을 채우는 게 막막해서 만다라트에도 꿈 리스트에도 빈칸이 있다. 빈칸이 있어도 괜찮다. 다만 계속 들여다보고 생각날 때마다 채워나가면 된다.
꿈을 기록한 사람과 기록하지 않은 사람의 결과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는 책이나 강의에서 반복해서 접할 수 있다. 그걸 듣고 흘리는 사람이 있고, '나도 해볼까?'생각만 해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도 그 안에 있다. 모든 강연마다 강연자들이 이야기한다. '이거 다 알려드려도 안 하실 거잖아요.' 실제로 여러 강연을 듣고 내가 실행한 걸 손꼽아 보더라도 생각만 하다가 내려놓은 것들이 더 많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 리스트를 적기로 했다. 아직도 채워야 할 칸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꿈은 전염된다.
아이에게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2가지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건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는 꿈 리스트를 다시 적을 거야.
이렇게 이뤄질 줄 알았으면 더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같이 쓸까? 그리고 붙여놓고 계속 보자.
나의 제안에 아이의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그저 꿈을 적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너의 얼굴이 피어난다면, 이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엔 얼마나 더 꽃 같을까. 나의 꿈을 적어야 하는데 내 리스트에는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쓰여있다. 결국 이 꿈은 '우리'가 함께 이뤄 나가야 할 목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나의 사소한 꿈들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가 느낄 성취감과 설렘을 축하하며 작은 파티를 할 것이다. 이렇게 작게나마 꿈을 생각하고 써보는 오늘이 너의 앞날에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