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지 않은 엄마에게

by 엄마코끼리


저녁을 준비하기 전 시간이었다.

나는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아이는 내 근처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분명 다른 상황에 있었다.

그러다 통화 중에 문득 내가 말했다.

“나도 다정한 편은 아니니까.”


나는 말투도 직설적인 편이고,

말을 다정하게 하고 싶어 하지만,

툭툭 던지듯 말을 하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이다.


아이에게도 자꾸 화내는 엄마가 되어

매일 반성하는 게 일상이라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아닌데!”


단호한 음성으로 아이가 끼어들었다.

가만히 숙제를 하다가 자기 귀에 들린 말에 반응한 것이었다.


통화를 하던 지인과 함께 웃어버렸지만,

아이의 그 말이 두고두고 위로가 되었다.


날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체크를 한다.

화를 내지 않은 날은 하트를 그리고,

조금 화를 냈지만 폭발하지 않은 날은 세모를 그리고,

결국 터져버린 날은 엑스를 그렸다.

어제저녁, 하트를 그리며

아이의 말과 우리가 함께 웃던 순간을 떠올렸다.

내가 생각한 다정과

아이가 생각한 다정은

어쩌면 많이 다른가보다.


네 앞에서 언제나 화만 냈던 것 같은데

너에게 내가 여전히 다정한 사람이라는 게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너는 모르겠지.


상한 감정을 다 추스르지 못한 채로 잠들던

숱한 불편한 밤들이

너의 다정함에 기대어

조금씩 녹아내렸다.


오늘도 나는 하트를 또 그릴 것이다.

날 향한 아이의 다정한 마음에 기대어.


#다정함 #일상에세이 #아이와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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