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새해 계획을 함께 펼쳐보았다.

by 엄마코끼리

도서관에서 진행한 하브루타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가 만다라트를 들고 왔다. 독서 노트 한가운데, 칸칸이 채워진 계획표가 있었다.


“만다라트를 했어?”

내 질문에 아이가 조금 들뜬 얼굴로 설명했다. 새해 계획이라고.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었다고 했다.


나는 그 종이를 한 칸씩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꽤 많은 칸이 채워져 있었다. 아이 나름대로 고민했을 흔적이 보였다.


대견했다. 그리고 동시에, 욕심이 생겼다.

‘이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다라트를 보며 욕심이 생겼다.

아이에게 계획을 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떠올리는 것도 어렵고, 그걸 글로 적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만다라트를 완성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특하고 대견했다. 칸을 다 채우는 건 엄마도 힘든 일이라고, 다 채우지 못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이의 고민과 노력이 종이 한 장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열심히 고민해서 적은 이 목표들이 ”해냈다 “는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칸을 채운다고 실행이 되는 건 아니었다

만다라트는 방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행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어른인 나도 그렇다. 목표를 적어두고도, 그걸 위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는다면 계속 목표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이에게는 더 그렇다.

”책 1,000권 읽기 “

”1주일에 줄넘기 1,000개 하기 “ 같은 문장은 아이 기준에서 너무 크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연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계획과 실행 사이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마침 내가 최근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위대한 12주>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 년의 목표를 12주로 쪼개고 실행력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걸 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목표를 쪼개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아이의 새해 목표는 다섯 가지였다.

그중에는 지금 당장 시작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너무 추상적인 것도 있었다.


’ 드럼 배우기‘처럼 스케줄만 조정되면 가능한 목표는 지금 당장의 핵심 목표에서 빼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역시 쪼개서 실행하기엔 애매했다.


그러고 나니 두 가지가 남았다.

줄넘기와 책 천 권 읽기.


아이의 목표였다. 내 기준으로는 많아 보였지만, 아이의 과거를 떠올리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었다. 그래서 묻는 쪽을 택했다.

나는 가이드만 하기로 했다.

“일 년에 천 권을 읽으려면 한 달에는 몇 권을 읽어야 할까?”


아이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90권?”


“그럼 하루에는?”

“3권!”


작년에 백 권 읽기를 목표했지만 실패했던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목표를 세워도 중간에 확인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스로 조건을 하나 붙였다. 학습만화는 250권까지만 포함하기로.


줄넘기도 마찬가지였다.

“천 개를 하려면 연습이 필요할 텐데, 언제 하면 좋을까?”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수면패턴이 엉망인 우리 집에서 아침 운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결정을 위해 아이는 또 하나를 정했다. 밤 열 시에는 불을 끄기로.

11시가 넘어 자는 게 일상이던 우리 집에서 이건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였다.


아직은 하루째다

어제부터 시작했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는 분명히 달랐다.

아이는 정한 시간에 일어났고,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 계획이 끝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중간에 목표를 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계획의 목적은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를 직접 실행해 보는 경험이니까.


한 달 뒤, 우리는 다시 이 계획을 펼쳐볼 것이다. 그리고 또 물어봐야지.


“이건 어땠어?”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


아마 그 질문으로 배우는 건 아이보다 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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