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목표 메모를 다시 열었는데, 목록이 너무 길어서 잠깐 멈칫했다.
독서 8권, 1일 2 포스팅, 이모티콘 챌린지 완강과 제안, 공모주 전자책 출간.
적어놓고 보니까… 그때의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걸 해낼 수 있다고 믿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한 건 독서 목표 하나였다.
나머지는 멈춤 혹은 진행 중.
그런데 이상하게도, “망했다”는 기분보다 “정리가 됐다”는 느낌이 더 컸다.
2월은 성과보다 내 에너지 사용법을 확인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 확인만으로도, 다음 달은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엔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었다.
바쁘다고, 아프다고 손에서 완전히 놓지 않았더니 어떻게든 책을 붙잡게 되더라.
독서는 나에게 의지라기보다, 이미 루틴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번 달에 특히 마음에 남은 책은 <이름값 경제학>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나’는 검색결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검색되면 기회를 잃는다.
그러니 이름값은, 관리해야만 하는 가장 오래가는 자산이라는 메시지였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쓰느냐’에 기대어 달려왔는데, 이제는 ‘어떤 글을 남길 것인가’로 옮겨가야 하는 것 같았다.
그 고민이 깊어지면서 1일 2 포스팅은 멈춰버렸다. 그래도 나는 이 멈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방향을 다시 잡는 시간은,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으니까.
공모주 전자책은 3월에 발간이 될 것 같다.
2월에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퇴고가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걸 왜 그새 잊었을까.
초고는 ‘적었다’는 성취를 주지만, 퇴고는 ‘정리했다’는 체력을 요구한다.
결국 내 손에 남는 건 결과가 아니라 그날의 행동이라는 것도 다시 기억해야 했다.
공모주 일정은 2월 마지막 주에 유난히 단출하게 느껴졌다. 나는 체크한 범위에서 세 건을 모두 참여했고, 그중 한 건만 배정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아이들 계좌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나와 다른 결과를 받기도 했다.
결과가 들쭉날쭉해도 내가 할 일은 비슷하다. 일정 확인하고, 원칙대로 참여하고, 기록하고, 다음 달로 넘기는 것.
3월에는 일정이 조금 더 많은 편이라 바쁘게 지나갈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결과’가 아니라 ‘행동’을 손에 쥐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2월 한 달 동안 내가 쓴 글의 숫자는 이렇다.
블로그 17, 브런치 12, 스레드/엑스 16.
적은 수는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책감이 남았다.
목표만큼 쓰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숫자를 쌓고 있는데, 정작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팅은 단지 ‘몇 개 썼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검색되고, 어떤 문장으로 기억될 것인지와 연결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3월에는 숫자를 채우는 글보다, 이름값을 설계하는 글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느리더라도 일관되게.
이번 달의 숫자도 기록으로 남겨둔다.
전자책 인세 3,738원. 네이버 클립 4만 원(네이버페이). 체험단 164,780원(고양이 사료, 영양제, 선크림 등).
큰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만든 수입’이라는 감각이 남았다.
그 감각이 있으면, 다음 달 루틴을 다시 붙잡는 힘이 조금 생긴다.
돈 자체보다도, 내가 만든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좋았다.
2월 초엔 컨디션도 좋았고 의욕도 충만해서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건, 멈춘 걸 변명으로 덮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나는 멈춘 목표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정’이라고 적어두기로 했다.
오늘의 이 작은 선택이 3월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에너지 소모가 큰 목표는 최대 두 개까지만.
포스팅은 숫자보다 방향성이라는 것, 잊지 않기.
오늘 10분만 써서 할 수 있는 건 이것이다.
3월 목표 두 개만 적기. 그리고 그 목표를 주간 단위로 쪼개기.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방식이니까.
2월은 ‘못한 달’이 아니라 내 용량을 확인하는 달이었다.
목표가 멈출 때, 보통 어디에서 멈추나요?
체력인지, 시간인지, 완벽주의인지, 아니면 방향을 잃어서인지.
한 줄만 남겨주세요. 그 한 줄이 다음 달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