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를 읽고
한참 SNS에서 유행하던 게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오늘 너무 슬퍼서 빵을 샀어." 하고 말했을 때 아이의 반응으로 아이가 T인지 F인지 알아보는 거였다. 궁금해져서 나도 아이들에게 물어봤었다. 그때 딸아이는 "왜? 왜 슬펐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하는 반응을 보였다면 우리 아들의 반응은 "무슨 빵?" 하고 묻는 확신의 T성향이었다. 이런 게 유행을 한다는 건 엄마들이 내 아이의 기질이 어떤지 궁금해하고 있고, 그만큼 자신과 아이가 다르다는 걸 생활에서 느끼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동안 육아서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바르게 훈육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아이는 어떤 타입일까?' 등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에서는 달랐다.
내가 그동안 내 아이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하는 깨달음이 온 것이다. 그저 내 아들은 자기 누나와 기질이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르다는 생각도 내 좁은 시야 안에서 자리 잡았을 뿐이고 충분히 아이 자체를 두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민준의 아들 코칭 백과>는 지난번에 읽었던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에서 알게 된 '닫힌 아이'와 '열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 알려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단지 훈육의 방법에만 맞춰져있던 나의 관심이 조금 더 아이의 내면으로 옮겨지게 해주었다.
T냐 F냐를 따지기에 앞서 정말로 내가 낳았다고 해도, 같은 유전자를 받아 태어났다고 해도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걸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것도 아는 게 아니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화내기 직전까지 할 수 있다는 사고라니. 나는 그동안 갑자기 터져 나오는 아이의 짜증에 그 마음을 알아주려고 다독여주려고 애쓰거나 아니면 함께 짜증을 내는 일이 더 많았다. 근데 그게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가장 중요한 핵심 한 가지만 꼽는다면 절대로, 절대로 아들과 대립하지 마세요. '나를 위해서 네가 좀 움직이라고 말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 팀'이 되어서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최민준의 아들 코칭 백과>
아이와 대립하는 순간, 결국 나는 아이 앞에서 어른으로 있지 못했다는 예전에 읽은 글이 떠올랐다.
이 말은 진짜 여러 번 듣는 말이다. 아들은 아빠가 잡아야 한다거나 하는 말도 같은 의미로 하는 말이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와 승부를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서로 힘들지 않은 육아를 하고 싶을 뿐이다. 예전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무조건 2년 정도 늦다고 생각하시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도 좀 더 와닿았다.
자기의 감정을 인식하는 부분에서 더 많이 서툰 것이라는 걸 이제 안 것이다. 차라리 아들이 첫째였다면 아이들은 원래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나가 있다 보니 내 기준이 '딸'에게 맞춰져 있어서 이 정도면 알 때가 된 것 같다는 오해 속에서 아들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나보다 떼쓰는 게 더 심하다는 건, 아이가 단순히 감정을 다루는 게 미숙하다는 것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만큼 욕구가 더 큰 아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는 전환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아이의 말이 말 그대로의 뜻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떼부림에 대해 내가 분노로 대응하지 말아야 하는 것. 내가 실천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겠다. 아이의 폭발하는 짜증을 어떻게 그만두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폭발하지 않도록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예고'하고,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육아의 본질에 가까운 것 같다.
화내지 않는 비결이 화를 참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정말 놀라웠다. 나는 그동안 화를 참거나 아니면 그 화를 다른 방향으로 풀어낸다고만 생각했다. 왜냐면 늘 화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늘 쉽지 않았고 매번 화가 났는데, 내가 아이를 바르게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건 화가 날 일이 아닌 게 맞다.
예전에 큰 아이 데리고 상담을 받으러 갔었는데, 그때 아이가 신중형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그동안 아이가 대답을 안 하는 게 딴짓을 하거나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해서라는 걸 알고 나니 화가 나지 않았다. 결국은 아이를 이해할수록 나의 육아는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걸 오늘 다시 떠올렸다.
사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 주고 행동을 통제하는 그 과정도 사실 지지부진한 떼부림과 설득의 과정이라, 여러모로 그냥 진 빠지는 상황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아이의 전환 능력을 키워준다면 길게 봤을 때 내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아이의 세계 밖에서, 그 문 너머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문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고민해 보는 것. 그래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키우는 것. 오늘부터 나의 육아의 새로운 방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