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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코끼리 Mar 16. 2024

내 아이의 빛나는 인생을 위하여,

<66일 인문학 대화법>을 읽고,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아이는 잘 듣지 않습니다. 아이는 잘 듣지 않습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아이는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듣기 때문입니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66일 인문학 대화법>은 다른 분의 포스팅에서 본 위의 문장이 나를 붙들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다.  내 아이가 듣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는 말이 남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부모의 언어는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도구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인문학을 20년 넘게 연구한 작가가 말하는 '인문학의 끝'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예쁘게 말하기'라고 한다. 


  그전에 읽었던 <어떻게 말해야 할까>에서도, <긍정의 훈육>에서도 아이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의 결론도 예쁘게 말하기라는 게 너무 새삼스러웠다. 이 책이 66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시간 동안 반복하면서 습관을 바꾸라는 의미인데 66일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도 반복해서 읽고 그 표현들을 입에 붙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나는 급한 엄마다. 성격이 급하고 당장 대답이 떨어지길 바라며 뭉그적거리는 걸 보는 게 너무 답답하다. 하지만 내 아이는 조금 느리다. 신중하게 대답할 말을 고르고, 그리고 만들기 전에도 그걸 구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 사실을 알기 전에는 애를 닦달하느라 바빴고,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아이가 생각을 너무 오래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그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연습시키고 훈련시켜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홀로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말한다. 큰 문제가 없다면 실패할 시간도 허락해 주라고. 조금 느리다는 것뿐이지 그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없었다. 내가 기다리지 못했을 뿐이다. 충분히 기다려주어야 하는 아이라는 걸 잊지 말자.  


<66일 인문학 대화법>

  내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절대 길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육아는 매일 화가 나고, 속상하고, 지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럴 때면 내가 지금 두 번째 살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보았다. 이미 아이가 다 커버렸는데 내가 다시 과거로 와서 너무 귀여운 아이의 시절을 다시 보는 거라고 생각하라는 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었는데 그 말이 얼마나 와닿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두 번 살 수 없다. 지금 지나가는 하루하루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로 일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다는 걸 알았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다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나를 읽고 있다는 말은 무섭기까지 한 말이다. 내 말 한마디, 내 행동 한 자락도 아이가 내내 지켜보고 있다는 건, 내 삶의 무게가 달라지는 말이다. 내가 아이에게 책이 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는 건 어떤 걸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하며 내 아이를 대해야 하는 걸까. 어렵고 막막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나가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책은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당신은 아이 교육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를 더 자주 오랫동안 바라보면 됩니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내가 무엇을 더 배우고,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더 자주 오래 바라보는 것만 필요하다는 말은 위로와 힘이 되는 문장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제법 억울한 생각이 드는 날들이 많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혹은 '내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해서'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나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고. 아이의 고민과 고통도 나와 같다고. 내 안에 좋은 말이 없어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니 열심히 좋은 말을 많이 담으라고. 결국 내 안에 가득한 것이 입 밖으로 나오게 된다는 말이겠다. 내 안에 불만이 가득하면 불평이 나오고, 분노가 가득하면 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내 안에 좋은 것들이 가득하면 그 좋은 것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단점을 발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장점을 발견하는 건 생각이 필요하다는 말에 생각이 많았다. 내 아이를 칭찬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아이를 관찰해야 하고, 그 안에서 칭찬할 일을 발견해내야 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잔소리하고 싶은 순간은 툭툭 튀어나오고 만다. 

<66일 인문학 대화법>

  그러니까, 책에서 말하듯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기보다, 잔소리하기보다 내 아이가 빛날 수 있는 말을 해야겠다. 어제 아침에는 등굣길에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기분 좋고 행복한 하루가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아이의 얼굴은 말갛게 빛나고 있었다. 항상 너를 웃게 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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