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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코끼리 Nov 22. 2024

눈물로 마무리된 미라클 모닝

새벽 3시는 좀 아니지 않아?



  요즘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큰 아이가 신경 쓰여서 잠자리에 빨리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제는 신랑의 야간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새벽에 느닷없는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신랑이 워치를 두고 갔는데, 근무 중이라 전화 업무가 있어서 울리는 소리였다. 새벽 4시 반이었다. 일어난 김에 애들 이불을 정돈해 주려고 보니 큰 애가 안 보였다. 어디 구석에 굴러가있나 싶어서 이불 더미를 더듬어봐도 애가 없었다. 순간 너무 놀라서 허겁지겁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이가 눈을 깜박이며 서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에 문 앞으로 온 것 같았다. 그동안은 자다 깨면 나를 깨웠다가 다시 잠들곤 했기 때문에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뭐 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오늘 할 일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시간이 빠르니 다시 자라고 다독여서 재웠다. 아이는 금방 다시 잠들었다. 



  거실에 나와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아이는 시간표를 보고, 내가 늘 해주던 대로 자기의 스케줄 노트에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했다. 그리고 풀이한 문제집들을 잘 펼쳐서 쌓아뒀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심심할 때 하라고 사준 숨은그림찾기 책이 올려져 있었다. 대체 몇 시에 일어난 거지? 그래도 아침 시간에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해둔 게 무척 기특했다. 아침에 깨울 때 좀 더 다정하게 깨우자고 다짐했다. 


  새벽 5시. 신랑이 퇴근하고 들어왔다. 아이가 4시에 전화를 걸어서 깜짝 놀랐다고. 그래서 일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급하게 왔다고 했다. 정말 빨리 일어났나 보다 싶었다. 7시 50분이 되어 아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역시, 오늘도 일어나질 못했다. 8시가 넘어도 못 일어나서 겨우겨우 8시 10분에 화장실 앞으로 데리고 갔다. 근데 여전히 잠에 취한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잠에 취해 웅얼거리면서 징징대고 짜증을 낼 때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번 주 내내 아침마다 평균 10분 이상 징징거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오늘은 기록적이었다. 그 바쁜 아침에 20분을 앉아서 짜증을 냈다. 


그러니까 아까 잘 일어났는데 왜 재워가지고 그래!!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시간은 네가 일어날 시간이 아니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학교 가서 계속 졸고 있게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제발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라고. 아이의 1교시 시작 시간은 9시 50분이고, 권장 등교 시간은 8시 40분이다. 아이가 씻으러 들어간 시간이 8시 30분이었다. 한숨만 나왔다. 씻으면서도 내내 짜증 내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다.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출처: 픽사베이

  둘째는 오늘 1등으로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나가려고 깨웠는데 아이가 못 일어났다. 그래서 일단 누나를 준비시키고 있었는데 누나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깨서 나와서는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절규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결국 늦은 김에 기침이 심해진 큰 애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등교시키기로 했다. 하이클래스로 출결알리미를 작성해서 보내고 5시에 퇴근한 신랑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둘째의 유치원을 먼저 들르고 병원에 갔다가 2교시 시작 전에 도착을 목표로 했으나 2교시 시작 시간 보다 조금 늦어버렸다. 


  병원에 가서도, 학교를 가면서도 나는 계속 화가 났다.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자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꽁한 마음에 손도 잡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손은 대체 왜 잡냐고 핀잔주고 싶은 마음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아침에 기특해 했던 게 까마득하게 사라져 있는 내가 싫었다. 


  좀 전에 물어보니 아빠한테 전화하기 전에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 그럼 대략 3시쯤 일어났나 싶었다. 그 시간에 어떻게 너더러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책을 보라고 하라는 말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7시 정도에 일어나서 할 일을 한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출처: 픽사베이

  아이는 금방 잊는다. 속상했던 일도 화났던 일도. 그래서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도 금방 엄마를 부르고 배시시 웃을 수 있다. 그렇게 금방 나쁜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나랑 같이 사는 내내 상처받고 힘들어질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쉽게 털어내지를 못한다. 한 번 화를 터뜨리게 되면 끓어오른 나쁜 감정들이 가슴에 고여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야 겨우 사그라든다.  최대한 화를 참아보지만, 결국 그게 터지는 순간이 오면 쌓인 감정들이 다 튀어나와버린다. 그게 못내 미안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참으면 결국 언젠가는 터져. 쌓이기 전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 감정을 뱉어내는 걸 해봐


  얼마 전에 만난 언니가 해준 말이다. 빈정대는 말로 나오더라도 표현은 긍정적으로 조금씩 뱉어보면 그 감정이 쌓이지 않는 것 같다고. 조금 더 가볍게 내 감정을 털어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차라리 입을 닫으면 닫았지, 가볍게 뱉어내질 못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주 내내 아침마다 짜증을 마주하다 보니 나의 아침도 내내 짜증으로 채워졌다. 불쑥 솟아오르는 나쁜 감정들을 어떻게 좋게 내뱉을 수 있을까.  오늘도 육아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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