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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01. 2021

납치된 소녀는 세상이 궁금하다 - 라푼젤

아쉬운 감동을 커버하는 화사함


픽셀 애니메이션의 아련함과 정겨움. 확실히 나는 아직도 옛날, 탑골 문화에 미쳐있는 사람이며 3D 가 아직은 어색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옛날 운운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법. 디즈니의 최초 3D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새로운 시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어릴적 동화 '라푼젤'을 접했지만 2011년, 성인이 되어 밨던 신세대 라푼젤은 어땠을까.



꿈을 찾는 소녀의 성장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뮬란> 등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남성 캐릭터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꿈을 실현해보고자 모헝에 적극적이며, 어떨 땐 남성들보다도 더 강하다. 물론 본인은 모르지만, 공주라는 설정에서 항상 보호 받아야 하는 연약한 모습이 아니라 엄마 (사실은 납치범) 에게 반항하고, 프라이팬을 들고 적을 두들겨 패는 모습은 통쾌하다.


이미 이렇게 강인한 소녀 캐릭터는 많이 접했기에 특별하게 와 닿는 점은 없다. 길바닥을 쏵 쓸어버릴 정도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가졌다는 개성이 있을 뿐 작품 자체만의 독특함은 없으며, 결국 뻔한 결말로 이어지기에 엔딩에서 오는 감동 또한 적었다.


꼭 배경이 넓어야 할 필요도, 등장인물이 많아야 할 필요도 없지만 주인공 '라푼젤' 과 보조 역할인 백마 '막시무스' 를 제외하고는 인상에 남는 역할이 없다. 심지어 남주인 '유진' 마저도...


빌런 '고델' 은 특별한 능력 없이, 그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의 비밀은 안다는 이유로 통상적인 악행을 저지르며 그녀의 꾐에 넘어간 '스태빙턴 형제' 는 초반에 보여주었던 임팩트와는 달리 너무 허무하게 무너진다.


딸을 잃은 왕과 왕비의 이야기가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좋았다. 비록 머리색이 바뀌어버린 엔딩의 가족 상봉은 납득이 안 가기도 하지만, 친부모가 매우 선량한 사람들이며 국민 모두가 '라푼젤' 을 기하는 등불 행사를 진행하는 등 굳이 서사를 풀어내지 않더라도 충분한 배경이 되었다.


작품의 전개는 '라푼젤-유진' 혹은 '라푼젤-고델' 사이의 대화로 이어간다 해도 좋겠다. 굳이 스펙터클하거나 눈물 짜내는 장면을 삽입하기 보다는 대화와 심리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라푼젤' 이라는 캐릭터가 더 부각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화 상대가 임팩트가 없다는건 앞서 언급했듯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느낀 감동은 적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꽤 괜찮은 이유는 바로 해맑은 화사함 때문.



행복을 노래하는 색감과 영상

OST 를 부르는 장면에 뮤지컬적인 무대가 펼쳐지는건 디즈니 전통이다. 다를건 없으나 그럼에도 좋은건, 작품마다 세계관과 주요 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해보여도 어떤 배경에서 노래를 들려줄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라푼젤' 은 빌런이 막강하지 않았기에, 착한 주인공과 착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복의 무대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라푼젤' 의 생일을 축하하는 벌건 대낮의 축제 장면은 그녀의 금발 머리와 잘 어울렸으며, 경게심 없이 낯선 이와 어울리는 모습이 정겹고. 등불 행사가 이뤄지는 '저녁'은 하늘을 밝히는 등불의 향연만으로도 보는 내내 은은한 느낌이 좋다.



스토리에서 느껴야 할 감동은 적었지만, 이렇게 비주얼 요소가 한 몫했기에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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