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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0. 2021

게임이 유명하다고 영화는 이러면 안 되지 - 모탈 컴뱃

가장 격렬한 역할은 OST 의 몫이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 간다. 유튜브 신작 소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주기적으로 갈 예정인데, 오늘 복귀 첫 작품은 '모탈 컴뱃'이다.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열풍에 힘입어 90년대 초 발매된 게임 '모탈 컴뱃' 또한 격투 게임이다. 실제 사람의 모션을 취해서 만든 액션과 피를 튀기는 등 그나마 리얼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스트리트 파이터' 에 한창 빠져있던 때라 이 게임은 해보지도 않았다. 물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도 않아 보인 이유도 있었고.



90년대 중반은 게임을 실사화 한 시도가 많았는데, <슈퍼 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등 그리고 <모탈 컴뱃> 또한 한 자리 차지했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의 영화는 기본 세계관을 알았지만 원작과는 다른 설정에 쇼킹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모탈 컴뱃> 의 탑골 버전은 어땠을까.


실사화에만 노력한 괴작

일단 이 작품은 친절하지 않다. <슈퍼 마리오> 나 <스트리트 파이터> 는 훨씬 더 대중적이라 게임을 해보지 않은 이들도 대략적인 캐릭터의 모습이나 내용 정도는 들어봐서 안다. 하지만 영화는 완전 다른 세계관을 보여줌으로써 영화 그 자체로만 보아도 따라가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모탈 컴뱃> 은 다르다. 이 죽음의 싸움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캐릭터간의 연결 고리, 캐릭터 및 세계관 자체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절대 권력자로 나오는 '레이든' 의 구두 설명을 통해 대략적으로 알아들을 뿐이지, 영화는 이미 관객들이 '대충 이 정도는 알죠?' 라며 주요 설명을 모두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면 작품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건 무엇이냐. 그건 그냥 게임 세계관을 구현화 했다는 것. 험상스럽게 생긴 악당들과 무술 잘하는 착한 캐릭터들을 싱크로율 비슷해 보이는 배우들을 섭외했고, 암울해 보이는 무대를 돈 들여 나름 잘 만들었고. 95년이기에 기술력은 언급하지 않겠다. 결국 <모탈 컴뱃> 은 그저 게임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격투라는 메인 설정을 위해 그리 차별성 있어보이지도 않은 대결 장면을 넣은 것.


서로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언제 친구가 되어 믿음을 쌓고, 처음 접하는 마법이라던가 세계관 자체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수긍하는 인물들도 그렇고 오히려 이 게임에 대해 이미지를 더 안 좋게 만들었다. 동생을 죽인 원수가 바로 앞에 있는데 어째서 이에 대한 고뇌는 싹 사그라 들었으며, 위기에 처한 세계의 운명을 건 대결이라는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싸움판일 뿐이다.



당장 클럽에 가야 할 OST 의 열일!!

그럼에도 <모탈 컴뱃> 의 가장 큰 수확은 OST 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듯한 전자 사운드. 주로 레이싱 행사나 클럽 등에서 열광의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되던 곡들로 95년 작품이라 하기엔 지금 클럽에서 틀어도 충분히 먹힐 세련된 음악이 가득하다.

그러나 음악은 이렇게 열광적인데 액션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왠지 음악은 더욱 독창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대상으로 울려 퍼지는 듯한데 정작 액션은 그냥 무난하며 정직한 동작으로. 테크노 음악에 뽕짝 리듬의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게임의 OST 가 임팩트가 없는 반면 영화 OST 는 제대로 건졌다. 좀 더 괜찮은 작품에 활용되었어야 했을텐데...



약 25년이나 지났기에 지금 상영중인 <모탈 컴뱃> 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것이다. 특히 '레이든' 이라는 레전드 캐릭터는 작품에 병맛을 첨가하고 있으며, 엔딩의 단체 기합 장면은 아.. 오그라든다...


이 작품이 얼마나 얌전하며 무미 건조한지 신작을 보고 나서 다시 되새겨 볼 예정이다. 킬링 타임으로 한 번쯤, 신작과의 비교를 위해 한 번쯤 볼만한 괴작. 영화 <모탈 컴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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