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등급의 화제성만 일으킨 전투 일으킨 전투
요즘 극장가의 상위권은 '폭력' 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다. '노바디, 모탈 컴뱃'.
몇일 전 '모탈 컴뱃' 개봉에 맞추어 95년작을 감상하고 리뷰 글을 썼었는데, 오그라 들었던 스토리와 연출 등에 기겁하며 이번 신작은 거의 25년이 흘렀으니 분명뛰어난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기대는 허무함에 무너지고 말았다.
지구를 차지 하기 위한 '아웃월드' 의 황제 '샤오칸' 은 몇 백년전부터 뛰어난 자객을 보내, 지구 '어스렐름' 의 전사들을 죽여왔다. 그렇게 10번 이기면 지구를 손아귀에 넣는 죽음의 게임 '모탈 컴뱃' 에서 마지막 10승 만을 앞두고 있다. '어스렐름' 의 뛰어난 닌자 가문 '스콜피온 한조' 가 자객인 '서브제로 비 한' 에게 죽고, 살아남은 그의 후손이 몇 백년이 지나 격투 선수 '콜 영' 에게 이어진다.
다시 시작된 '어스렐름' 전사 몰살 작전에 '콜 영' 을 비롯하여 선택받은 자들은 지구의 수호자 '레이든' 으로부터 자신의 능력 '페이탈리티' 를 연마하기 시작하고, 적의 침략과 함께 두 집단의 대결이 펼쳐진다.
훨씬 무섭고, 잔인하고 징그러운 콘텐츠를 많이 즐겨왔기 때문인지 이제는 'R등급' 이라 해도 나의 기대는 만족시키지 못 한다. 내장 파열이 그대로 나오고, 신체 절단 및 관통은 물론 피가 넘치는 장면들. 95년 작에 비하면 좀 더 잔인한건 맞으나 그건 비교를 해서 그렇지 신작 자체로만 본다면 그렇게 흥행 키워드로 사용하던 '폭력, 잔인함' 이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다.
잔인하지 않다. 이미 2010년에 들어 보아온 여러 작품과 그 수위가 다르지 않으며 서로를 죽이는 방법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통쾌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먹힌다라.. 나처럼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관객 수가 훨씬 많지 않을까 한다.
세계관 설명이 부자연스럽다. '모탈 컴뱃' 의 세계관 설명이 충분치 않으며 개연성이 부족하다.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든 캐릭터 '콜 영' 은 대회의 운명을 뒤엎을 키를 가진 '한조 가문' 의 후손이라고는 하나, 우리가 오글거려할 만한 주인공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전개조차 보여지지 않으며 굳이 왜 만들었을까 싶다. 최초 선택받지 못한 전사 '소냐' 는 어떻게 이 세계관을 이해하고 있는지 조차 설명이 없으며 어영부영 모인 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레 현실을 받아들이고 '레이든' 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로 인해 기존 캐릭터인 '리우, 레이든' 역시 어쩌다 끼여들어간 캐릭터로 보여지게 되며, 상대 팀인 '아웃월드' 의 전사들 또한 외형과 능력, CG 기술 얻은 '페이탈리티' 의 구현화 등에만 신경 썼지 이야기의 핵심은 어디에도 없다. 즉, 이 작품은 그저 게임에서 봤던 '페이탈리티' 를 보여준다 정도에만 그쳤다.
이들이 진짜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운명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으며, 이로 인해 캐릭터들을 쓸데 없이 많이 활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존재감 쩔었던 악당 '비 한' 은 최후의 빌런 자리를 맡으면서도 쌩뚱맞게 부활한 '스콜피온' 에게로 메인 격투가 넘어가게 되며 지금까지 작품을 끌어왔던 모든 캐릭터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이 대결이 끝난 후, 이제는 끝판왕과 싸우겠지 싶었는데 거기서 영화는 끝나버린다.
순간 시계를 확인했다. 런닝 타임이 원래 짧은건가 싶었는데 적정 수준의 시간을 채운 것이었으며, '쟈니 케이지' 를 찾으러가며 후속작을 예고 함으로써 영화는 끝난다. 이게 뭔가..
색감은 지나치게 어두워 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으며, 극장 시설 문제인건지 대사 사운드는 앞쪽으로만 쏠려 마치 싸구려 AVI 영상을 다운 받아 보는 느낌에, 액션 씬에서도 임팩트는 못 느꼈다. 이걸 굳이 4DX 로 봐야 한다면 '불, 얼음' 효과가 보여주는 질감을 위해서 정도일텐데 굳이??
실망스러운 작품. 오히려 그 우스웠던 95년 작품이 더 나을 정도였다. 포스터 속 격렬한 눈빛을 가진 캐릭터들의 잔임함과 비장함은 없다. 수 많은 캐릭터 설정집을 내놓고도 이렇게 좁아 터진 세계관 구현은 저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