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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3. 2021

초보 히어로들의 시행착오 속 무거움 - 엑스맨

첫 단추의 우수 사례를 보여주다

가슴을 두근거리에 만드는 오케스트라 편곡 위주의 히어로 OST. 지금의 마블 시리즈를 있게 만든 2000년대 초반의 두 히어로가 있다. '엑스맨, 스파이더맨'. 그들의 첫 도약이 있었기에 마블 같은 히어로 전성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는 7~80년대 만화 잡지로 열광하던 지금의 노년들에게는 발전한 기술의 놀라움과 향수를, 현 세대에게는 그저 놀라운 블록 버스터일 것이다.


90년대 중반, 만화적 요소와 액션, 코믹에 치중하기 위해 잘 이어져오던 '배트맨 시리즈' 가 모습이 바뀐것과 달리 영화 '엑스맨' 은 히어로들이 갖게 될 무거운 주제와 액션을 적절히 잘 섞었다. 개봉 당시 16세 였던 나는 아직 치고박고 싸우는 액션에 치중하던 때 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다시 접한 '엑스맨' 의 무게는 달랐다.



STORY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 돌연변이' 가 존재한다. 그 수는 많지만, 인간들은 그들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화합하기 보다는 그들의 정보를 명백히 공개하는 '돌연변이 등록법' 을 주장. 서로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찰스 자비에' 교수 일행이 있는 반면, 인간을 혐오하고 돌연변이의 세계를 만드려는 '매그니토 - 에릭' 일당이 있다.

신체 접촉이 이뤄지면 상대방의 에너지를 모두 빼앗는다는 사실에 충격 먹어 집 나온 소녀 '로그' 와 떠돌이 생활하며 날카로운 손톱과 무한 회복 능력을 가진 남자 '로건 - 울버린'. 어째서인지 두 사람은 '매그니토' 일당의 습격을 받지만, '찰스' 일행에게 구조되고 적응해 가기 시작한다.


한편 '매그니토' 는 모든 인간을 자신들처럼 돌연변이로 만들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이를 알아챈 '찰스' 일행이 이끄는 '엑스맨' 은 전면 대결에 나서기로 한다.



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방향

70년대부터 제작된 일본의 '슈퍼 전대 시리즈 - 파워레인저' 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들과 싸우는 통쾌한 액션이 포인트다. 서양에선 '마블, DC 코믹스' 등을 통해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이들이 그늘에서 악당들과 싸우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런 장르의 공통점은 결국 '시원하게 악당을 쳐부순다' 에 있다.


멋있는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야 하며 보는 즐거움이 가득해야 한다. 빌런 또한 매력적인 요소가 있어야 히어로를 더 빛나게 해주며, 어떤 빌런들은 주인공보다 인기가 많은 경우도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히어로 장르는 '블록버스터' 란 개념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엑스맨' 은 관객들이 기대했을 화려한 블록 버스터와는 거리가 있다. 마블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능력자가 등장함에도 어째서 규모는 작아 보이는가. 첫 작품이기에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고, 소개해야 할 인물은 많으나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메인 캐릭터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감독 '브라이언 싱어' 는 단순히 캐릭터 소개에 그치는게 아니라 '엑스맨' 즉, 히어로들이 갖게되는 어두운 고민을 말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엑스맨' 은 액션과 캐릭터 개성보다는, 정의 위해 싸우는 그들은 어째서 인간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질문에 있다.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열등감, 혹시 모를 위협으로 인해 먼저 그들을 격리시키고 통제하려는 계획. 이는 분명 '성악설' 에 기반을 두어, 우리 인간들도 원래는 악한 존재이니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은 더하면 더할 것이다는 생각으로 확장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1편의 캐릭터들은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진 않으며, 초보 히어로의 모습으로써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아직 완벽한 능력 개방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겠으나 이는 처음부터 능력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면 인간 사회와의 괴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에 그런건 아닐까. 결국 돌연변이도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다,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며 화합이 가능하다는 것.


각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나 그걸 자랑하려 하지도 않고,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누가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세상에 평화 혹은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인간들은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무조건 밀어내기에 바쁘다. 사람들로부터 박수 받아야 할 영웅들이 어째서 숨어 살아야 하며, 각종 언론에서 위험한 존재로 불려지는데 대한 고민.

능력자들은 참아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세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으며, 인간 사회가 완전히 마음을 열어줄 때 까지 그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존재의 어려움이 영화 '엑스맨' 의 과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오락 영화로써가 아니라 히어로의 철학을 담아 약간은 어둡고 무거운 히어로 장르를 개척했다. 이런 주제가 이후 '스파이더맨 2' 에서 자아 고민에 빠지는 피터 파커의 능력 상실, 더욱 강력한 악당을 불러들이는 '아이언맨' 의 고뇌 등 많은 가지를 뻗쳐나갔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맡은 1,2편은 수작이자 명작이다. 판권 문제 등으로 마블 패밀리임에도 유독 고난이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이 초창기 시리즈를 보고 그저 오락성이 부족하여 '재미 없다' 는 판단을 내리는 자가 있다면 아직 어리거나, 깊은 주제를 끌어내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그저 적을 멋있게 쳐부수는 히어로 '엑스맨' 이 아닌, 나는 어째서 존재하며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는 자아 성찰에 빠진 '엑스맨' 으로써 즐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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