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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5. 2021

제목으로 어그로 끄는 루즈한 임무- 007 위기일발

억지스런 임무에도 발전한 요원

배우 '숀 코네리' 는 매해마다 쉬지 않고 '제임스 본드' 로 살았다. 계속 연이어 붙어 있는 초창기 작품은 갈수록 발전되면서 고유의 자리를 잡아갔고 이는 분명 그의 역할이 크다. 많이 어색했던 1편보다 갑자기 이야기의 폭이 넓어진 2편 <007 위기 일발>. 원제 그대를 풀어쓰자니 힘들었는지 이번에도 억지스런 제목을 붙였는데 왠지 제목만 본다면 매우 긴박한 임무를 맡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온 스파이와 사랑에 빠진다' 의 원제는 영화 내용에 부합하는 것이며, <위기 일발> 같은 오역은 영화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며 그 성질을 바꿔 버린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는 확실히 발전한 후속작 <007 위기 일발> 은 어땠을까.



Story

'제임스 본드' 의 이번 임무는 '러시아 암호 해독기' 를 무사히 수거해 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런던으로 넘어오고 싶다며 그 조건으로 해독기 제공을 약속한 것인데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사진을 통해 외모에 푹 빠지고, 실제로 만나보니 더욱 매력적이니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이 임무는 1편에서 언급된 '스펙터' 가 '본드' 에게 복수하기 위해 꾸며낸 작전이며, 러시아 여성 역시 음모에 속아 움직이고 있을 뿐. 그리고 '본드' 에 대항하기 위해 '스펙터' 는 전문 살인 청부업자까지 고용했으니 임무는 수월하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조직, 스펙터!

주인공 '제임스 본드' 는 영화 시작 '약 18분' 되어서야 나온다. 세상에, 주인공을 이렇게 늦게 등장시킨다니 신선한 전개 방식이다. 주인공 없이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에게 오프닝을 포함하여 '18분' 이나 쓰다니 노잼일거 같은데... 그렇지 않다. 앞부분을 채워주는건 1편에서 언급되었던 악당 집단 '스펙터' 이기 때문이다.


<오스틴 파워> 에서도 패러디했던 스펙터의 수장을 포함하여 아주 적은 인원의 '스펙터' 가 등장.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수장의 근엄한 목소리와 하얀 반려 고양이, 그리고 훈련 조직까지 갖추고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장기간 대결에 부합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007 위기 일발> 의 이야기를 주로 끌어가는 상대는 스펙터가 아니다. 그들은 후반부까지 주위를 맴돌 뿐, 청부업자와의 대결을 시작으로 막판에 쏟아부은 추격/액션 시퀀스는 2시간을 끌어온 이야기의 마무리라 하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 명확하게 '제임스 본드 VS 스펙터' 의 대결 구도는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 OR 이야기의 향연?!

<007 위기 일발> 은 1편보다도 더 루즈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빌런들과의 명확한 대결 구도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이야기는 '제임스 본드' 가 이스탄불로 날아간 후, 대략적인 상황 정리 이후 동료의 도움을 받아 문화 체험에 나선다. 바로 '집시 여인' 들의 문화이다. 그러다 '제임스' 와는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반대 세력들과의 대결에 잠깐 휘말리고, 이후로는 해독기를 두고 진실 공방을 주고받는 여주인공 '타티아나' 와의 단독 장면이 주를 이룬다.

추리 요소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각 나라 대표 라고는 하나 그저 두 사람의 관계로만 끌어나가는 전개가 루즈하게 만들며 오히려 청부업자가 사건에 적극 개입하여 뒤에서 훼방을 놓고 있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한다. 1편이 여러 캐릭터들과의 케미를 통해 다양한 무대에서 짤막한 활동을 이어간 것에 반해, 고정적인 전개 위주로 끌고 간 2편은 오히려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스펙터' 를 등장시킨다거나 앞뒤 제대로 맞춘 사건 해결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발전은 했다. 2편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모르나, 3편 <골드 핑거> 부터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대폭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썸타는 '제임스 본드' 의 능글능글함과 나름 든든한 액션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굳이 스펙터를 처음 보겠다고 시간 들여 볼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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