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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0. 2021

맨발의 명곡만 남기고 사라진 2인조 - 벅 (BUCK)

임팩트 없는 그룹은 잊혀질 뿐...



벅 (BUCK) → 혈기 왕성한 사나이 OR 멋쟁이 등 (1995년)

멤버 : 김병수, 박성준



실제 군대 선후임 사이였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95년 9월 즈음 데뷔. 댄스곡의 강세에 힘입어 이들도 듀엣으로 데뷔했으며 그룹 '듀스' 를 모델로 삼으며 뛰어들지 않았을까 한다. MZ 세대도 제목은 들어봤거나, 보자마자 빵빵 터질 노래 <맨발의 청춘> 의 주인공들이며 몇 년 전 JTBC의 '슈가맨 프로젝트' 에도 출연했었다.


'원 히트 원더'의 대표 그룹 중 하나이며, '룰라, DJ DOC, 김건모' 등의 강자 사이에서 힘 있게 데뷔한 그들의 맨발 행진은 왜 잠시만 이어졌을까.



임팩트 없는 신인 그룹은 그저 묻힐 뿐...

1집 - BUCK (1995)


95년 여름부터 본격화된 댄스곡의 엄청난 파워. 당시 공중파 음악 프로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었던 <KBS 가요톱텐>을 필두로 TV, 라디오, 길보드 리어카 등 반복되는 히트곡들로 국민가요가 탄생한 시기이다.


룰라의 대박 앨범 <날개 잃은 천사, 프로와 아마추어>, 멤버 교체한 DJ. DOC 의 <머피의 법칙>, 95년을 싸잡아먹은 김건모 <잘못된 만남>, 대한민국 나이트를 점령한 3인조 R.ef <고요속의 외침, 이별공식>, 그 해 여름을 정글 사운드로 만들어버린 박미경 <이브의 경고> 등.

이렇듯 댄스곡이 대세이니 데뷔를 한다면 이에 맞춰가는 게 안전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들어도 도저히 다음 트랙과의 연결 고리가 어색한 인트로를 시작으로 덤덤한 느낌의 1집이 나왔다. 앨범 전체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건 '아, 이 그룹은 아저씨들이구나' 라는 감상평. <신세대 증후군>, <독신의 패배> 등 당시 유행하던 레게 사운드로 따라가려 하고는 등 시도는 좋았으나 다른 댄스 그룹에 비해서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


성인 느낌이 강했던 그룹 'R.ef' 와 비교가 많이 됐었는데, 무대 의상 컨셉도 비슷하고 소품과 헤어 스타일을 비교했을 때 청소년을 휘어 잡기에는 올드한 느낌이었다. 워낙 'R.ef' 의 임팩트가 컸기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던 무대 퍼포먼스도 이에 한 몫했을 것이다.


후에 대표 작곡가로 성장하는 '윤일상'의 타이틀곡 <가면놀이>. 굳이 리믹스 버전을 2번 트랙에 넣어야 했을까. 오리지널 버전이 훨씬 좋다. 노래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이라 10위 내외에서 장기간 머물렀는데 경쟁자가 많았음을 감안해도 팍 치고 올라가기엔 무언가 부족했다. 그건 바로 개성 아니었을까.


매혹적인 여성 멤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성 둘이 나왔는데 아재 느낌이 강하다. 임팩트도 부족하다. 그룹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 도 아재틱 하지만 개성이 넘치지 않는가. 그렇기에 이들은 좋은 노래 부르는 '성인 가수' 의 이미지가 강했고, 확실히 교실에선 이들을 언급하는 친구는 없었다. 나 같은 초등학생들은 <가면놀이>라는 제목을 이해하기엔 어렸고,매력이 없었다.


머지않아 똑같은 2인조 그룹 '터보'가 엔진 달고서 무대를 털고 다니는 바람에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옅어졌고, 96년 후반 아이돌 그룹의 떡상으로 인해 더 잊혀 가고 있었다. 그런데...


홍블러's PICK : 가면놀이



진정한 임팩트만 남기고 떠나간 이들...

2집 - 맨발의 청춘 (1997)


솔직히 이 노래가 이렇게 뜰 줄 몰랐다. 너무 촌스럽지 않은가. 제목, 앨범 재킷, 무대 콘셉트 등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에 거부감이 심했다. 세상에나 후렴 가사에 '간다!! 와다다다다다다~~' 가 뭔가!!


학교에서도 이 노래를 좋아서라기보다는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며 장난으로 서로 때릴 때 써먹었는데, 어라? 이 노래, 시간이 갈수록 순위가 상승하더니 1위 후보곡에 장기 집권하게 된다. 그룹 'H.O.T' 로 인해 댄스 가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에도 이들의 인기는 어떻게 된 것인가.

내 생각엔 노래 자체가 신나고, 길보드 효과가 컸다 생각한다. 타이틀곡 <맨발의 청춘>의 작곡가가 조성모를 키워낸 발라드 제조기 '이경섭'과 '강은경 작사가'의 조합이란 걸 들으면 놀랄 것이다. 대략 BPM 160 이상이었던가, 매우 빠른 비트가 듣기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방방 뛰게 만든다. 또한 초등학교에선 운동회나 단체 율동 시간에 써먹기도 좋다.


그런데 콘셉트와 다르게 인트로부터 꽤 괜찮다. 1집과는 너무 다르게 세련된 느낌이랄까. 음악은 세련됐는데 무대에서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미지는 촌스러운 아재 이미지인데, 이 상반된 개념이 의외로 꽤 괜찮았다. 완전히 막강한 경쟁자가 없었던 점도 한 몫했겠지만 나 역시도 머지않아 이 노래에 중독되었다.

'H.OT VS COOL' 의 지겨운 1위 대결이 끝나가면서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 이 노래의 경쟁자는 보컬 채리나의 의 재발견을 끌어낸 룰라 <연인>, 신선함이 가득한 소녀 양파 <애송이의 사랑>, 훈남 청소년 보컬의 뒤를 잇는 이지훈 <왜 하늘은> 등이 있었다.


대박을 쳤음에도 왜 활동을 확대하지 않았을까. 후속곡으로 활동할만한 곡이 많았는데도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이 노래가 워낙 중독성이 있다 보니 '나이트' 등 이들을 찾는 곳이 워낙 많고 기간이 길다 보니 여력이 없었던 건 아닐까 한다. 너무 길게 활동해도 마이너 한 것이다.


어쨌든 <맨발의 청춘>은 2012년 <응답하라 1997>의 오프닝으로 사용되며 다시 재조명받았고, 그랬기에 MZ 세대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홍블러's PICK : 맨발의 청춘, 10년 만의 겨울



시대에 뒤쳐진 아재 이미지로 마무리...

3집 - 성공시대 (1998)

97년은 가요계의 큰 전환점이었다. IMF 와 아이돌 그룹의 유행.

3집 타이틀곡 <성공시대>의 첫 무대를 보며, <맨발의 청춘>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충격을 받았다.


한창 'H.O.T.' '젝키' 같은 멋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과 'S.E.S / 핑클' 누나들로 마음이 정화되고 있었는데 대체 시대에 맞지 않는 콘셉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노래는 도저히 <맨발의 청춘> 처럼 커버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 아재들, 아버지 세대의 그룹이 되어버린 것이다.

IMF를 잘 견뎌내 보자는 의미로 콘셉트를 잡았겠지만, 이미 가요계는 청소년 층의 영향이 커졌고 이를 잡을 자신이 없었든 아니면 일부러 그랬든 이 앨범은 망했다. '걸어 다니는 주크박스' 란 별명을 가지 나조차도 이 곡의 전주는 10초를 들어도 맞출 자신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과도 가수 그만두고 싶은데 억지로 나왔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3집이 폭망 했으니 4집과 그 이후 행보도 마찬가지.



그룹은 잊혔어도 노래는 살아남았다. '응칠' 이 이 노래를 심폐소생시켰으며, 이후 토토가 열풍을 맞아 여러 클럽에서 재평가받으며 떡상. 그리고 슈가맨까지 진출. 콘셉트는 없으나 노래를 남겼으니 가수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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