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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0. 2021

우아한 클래식 프로젝트 그룹 - 베이시스(Basis)

재밌는 정재형 아저씨의 우아한 과거


베이시스 (Basis) : 정재형, 김아연, 김연빈



지금이야 프로젝트 그룹이 많지만 90년대에 이런 개념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그룹의 뿌리가 '클래식(Classic)' 이라는 점이 차별성 있었다. '클래식' 이라 하면 왠지 공부해야 할거 같고, 졸리고, 엄숙해야 할거 같은 어려운 음악으로 느껴졌다. 난 초등학생이었으니까. 음악 시간에 클래식 듣는 게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물론 지금은 너무 좋아한다.


클래식 전공자 세 사람이 모였다. 메인 보컬인 한양대 작곡과 출신 '정재형',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여쌍둥이 '김아연, 김연빈' 그녀들의 전공은 바이올린이다. 악기 연주 전문가 두 사람과 작곡하는 사람이 보여준 음악이 고작 BGM 정도겠지 라며 관심 갖지 않았던 초창기.


지금이야 '2011 무도 가요제' 출연 이후, 각종 예능에서 코믹하고 정겨운 아저씨 이지미로 알려졌지만 아티스트 '정재형' 은 뛰어났다. 그를 주축으로 보여준 90년대 중반의 클래식 대중가요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냘픈 몸매에서 나오는 우아한 아우라

1집 - Looking for my self (1995)

클래식 전공자들의 모임인데, 가급적 클래식 느낌은 배제시키려 노력했다는 첫 앨범. '가요톱텝' 의 무대를 보고 놀랐던 게 키가 훤칠하면서 비쩍 마른 데다가 하얗게 질린듯한 얼굴의 남자가 너무나 슬퍼 보이게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심지어 삭발이었기에 막 제대한 아티스트인가 싶었다.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하다 갑자기 코러스와 노래를 함께 하는 두 여성 멤버와의 조합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신승훈' 같은 발라드 가수들은 대부분 혼자 나오고, 세션들은 완전히 분리되었기 때문에 직접 연주하며 노래 가지 담당하는 모습이 독특했으며 담담하게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를 부르니 끌렸고, 일단 멜로디가 좋다. 미성이라 해야 할지 굉장히 우아한 목소리를 가진 보컬 '정재형'의 등장. 2010년대 들어 그의 재밌는 예능 행보를 보며 잊고 있었던 이미지다.

데뷔곡 <내가 날 버린 이유> 는 바이올린과 통기타 사운드를 메인 테마로 하여 진행되는 매우 잔잔한 발라드 곡이다. 무대에선 그냥 좌우로 흔들며 어색해 보이는 손짓만 허공에 저을 뿐인데, 계속 끌렸던 건 일단 보컬 '정재형'에 시선이 갔고, 무대엔 항상 악기가 들어서다 보니 진짜 음악 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느낌이 강했다.

'정재형' 이 대부분의 작곡을 맡은 1집은 둥글둥글한 앨범이라 표현하고 싶다. 착하고, 들으면 편안해지는 멜로디와 보컬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다. 가끔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인 수록곡들 또한 다른 분위기라 좋았으며 리메이크하기에 좋은 멜로디가 1집 앨범의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EBS 청소년 드라마나 기본 프로, 공중파의 만화 시간에 길들여져 매우 순수한 삶을 살고 있던 초등학생으로써 이렇게 착한 느낌의 아티스트를 접하니, 난 정말 착한 아이였다.


홍블러's PICK

내가 날 버린 이유, 또 다른 사랑을 위해, 널 다시 만나



내가 아티스트 정재형으로 받아들이는 이유

2집 - The Unbalance (1996)

저작권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멜론' 등에서는 들을 수 없는지 모르겠으나, 2집은 확실히 발전된 앨범이다. 요즘 역주행하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 해>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시티 팝' 장르가 맞는 것이다. 2집이 이런 느낌이 가득하여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룹 이미지에 맞게 늦여름에 컴백하여, 슬슬 서늘해지는 가을에 주로 활동한 걸로 기억하는데 가장 놀랐던 건 이들의 스타일 대폭 변화다. 나쁘게 말하자면 당시 유행어였던 '오렌지족'의 이미지가 입혀졌다 해야 할까, 두 여성 멤버는 기존의 정직한 스타일에서 세련됨으로 무장했고, '정재형' 은 그냥 멋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데뷔 당시 인터뷰처럼, 클래식 전공자라 하여 선입견이 생길까 봐 이를 확실히 타파하는 노력의 앨범이 되었다.

2집 타이틀곡 <단순한게 좋아> 는 너무 좋아하는데, 큰 반응은 얻지 못했다. 동네 형들한테 들었던 기억으로는 1집의 고상한 이미지가 더 좋았기 때문에 달라진 느낌이 어색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곧바로 <작별 의식> 이라는 우울한 곡으로 활동 변경. 1집의 <내가 날 버린 이유> 와 비슷한 느낌이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도 이 곡을 더 좋아했으니 당시 어른들은 매우 힘들게 살면서 우울했었나 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로서 리메이크 또는 많은 보컬들이 간혹 라이브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다. 특히 '고호경' 의 2000년 리메이크 버전을 매우 좋아한다. 명곡이 많았음에도 댄스 그룹들의 파워가 상승함으로써 이들의 곡은 나 같은 10대들보다는 성숙한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룹으로 남게 되었다.


홍블러's PICK

단순한게 좋아, 간둥이의 슬픔, 내가 없는 동안에, Like it simple



뒤늦게 접한 마지막 프로젝트

3집 - Friends (1997)


앨범 발매였던 97년 연말은 한창 댄스 그룹에 빠져있던 때라 이들이 컴백했는지 조차도 가물가물한 기억이다. 2집 초반에 느꼈던 대중들의 반응을 의식해서인지 3집 타이틀곡 <아름다운 비행> 은 발라드로써, 우울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최초 이미지를 좋아하던 이들이라면 좋아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들의 3집 활동은 추억이 전혀 없기에 이만 넘긴다. 가끔은 이렇게 나도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있는 법이다. 13살이면, 아이돌에 빠져있을 때다.


홍블러's PICK

아름다운 비행, 세상의 모든 이별



최근 'SBS 집사부일체' 도 나왔고, 2010년대에 들어 그의 예능 행보가 난 반가웠다. 베이시스 해체 이후 솔로 활동을 통해 성숙된 음악을 추구했으며, <오로라 공주>, <미스터 로빈 꼬시기> 등 OST 에서의 활약도 컸다. 그래서 더 '엄정화'와 친분이 있다.


학업 레벨 향상을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으며 프랑스어 전문가가 되어 돌아왔다. 그가 '무한도전' 에 나왔을 때 베이시스 멤버라는 걸 소개하지 않았다면 몰라봤을 것이다. 중후한 멋과 패션이 잘 어우러진 아티스트.


솔로 앨범을 통해 활동했던 그는 청소년보다는 어른 세대가 더 찾았겠으나, 나처럼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은 연주곡 모음을 특히 좋아한다. '무한도전' 에서 당시 사용했던 자막처럼 '음악의 늪' 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 MZ 세대들에겐 그냥 웃기는 아저씨겠지만,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 아, 영상으로 보면 집중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그의 음악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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