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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6. 2021

나의 써니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 써니

우정과 추억을 공유하는데 성별은 중요치 않다

<과속 스캔들> 의 성공 이후 또 한번 한국 고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강형철 감독' 의 <써니>. 개봉 당시 대학 여자 후배들은 극장에서 보고 많이 울었다 하길래 뻔한 추억팔이 영화에 뭘 그리 감동했을까 싶었지만 매우 잘못된 예측이었다. 확실히 '강쳥철 감독' 은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 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향수와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감성이 무엇인지 잘 안다.


<과속 스캔들> 은 현대의 이야기지만 촌스러운 복장의 '황정남' 을 통해 부녀 관계의 감정을, <써니> 는 무대 자체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우정의 감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써니 멤버가 보여준 일상 생활은 나 또한 어릴적 한 번 정도는 겪어봤던 일들이기에 결국 <써니> 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경험을 되새겨주는 작품이다.



Story

남편 뒷바라지와 예민한 여고생 딸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지내는 주부 '임나미'. 병원에서 고등학교 시절 절친이었던 그룹 '써니' 의 리더 '하춘화' 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죽기 전, 가장 화창했던 시절의 친구들 '써니' 멤버를 보고 싶다는 부탁에 그녀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친구 찾아나선 '나미'. 흩어졌던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며 과거를 회상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현재가 오가며 향수를 자극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감성은 똑같다...

영화 <써니> 는 레트로를 가득 담은 작품이다. 80년대 여고를 배경으로 하며, 그 당시에 여고생들끼리 모여 즐겨봤을 단체 안무, 대립하는 친구들과의 싸움, 군사 정권 시대에서 겪어봄직한 에피소드와 아련한 첫 사랑 오빠. 시대상을 알아야 와닿는 영화가 있지만, <써니> 는 그런 배경 지식 없이도 왁자지껄 몰려다니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캐스팅이 놀랍다. 싱크로율 거의 근접한 아역/성인 배우들의 케미는 모든 멤버가 한 곳에 나온 장면은 없지만, 실제 동일 인물이 성장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기력, 이미지 등 모든게 판박이다. 영화 포스터는 학창 시절의 모습 버전이 더 유명하기에 시대의 비중은 과거 쪽에 더 맞추어져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역동적이면서 화사한 느낌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과 달리 현재는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어릴적 꿈은 접은채 그저 상황에 순종하여 살고 있는 모습이 탁하게 보여진다. 그러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에도 시대의 감성이 관통하는 이유는 그들이 친구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물론 살면서 어릴적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던 친구는 많다.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그러나 살다보면 결국 흩어지게 되어 있으며 이는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결국 어색한 재회로 이어지게 되며 나의 추억을 진실로 공유할 상대는 사라지게 된다. <써니>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연락책이 없던 상황에서 '춘화' 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한 명씩 찾는다는게 써 좋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 외의 방법도 없었을거 같긴 하다.

그렇게 경제력의 힘으로 모이게 된 친구들이 추억을 나누고 친구가 떠나간 후 물려준 소중한 선물들에 감동하는 모습이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된 과정과 우정의 깊이와 견주었을 때 작위적인 감동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워낙 화끈한 성격의 '춘화' 이자, 마지막 소원이었기에 그런 도움을 베풀 수도 있겠지만 남은 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정의 깊이에 비해 너무 손쉬운 감동 연출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영화 <써니> 는 우리 모두의 학창 시절, 가장 빛났던 시기를 함께 나눈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 종료 후 곧장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남자들의 우정을 부각시키는 스포츠 장르 등의 영화가 많은데, <써니> 는 사람들의 우정을 공유하는데에는 성별과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잘 보여준다. 여기에 이들의 활발함과 향수 자극에 잘 어울리는 OST 가 어우러지며 하나의 청춘 앨범이 되었다.



우정의 깊이가 조금은 아쉬운...

그러나 메인 인물인 '나미, 춘화' 를 제외하고는 주변 친구들의 성격을 더 자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렇기에 엔딩의 선물을 받는 전개가 억지스러운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한 오히려 첫사랑 얘기는 제외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작품의 중심인 '나미' 가 우정 이외에 사춘기 소녀가 고민할 법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저 까메오 수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첫 사랑 이야기에 시간을 더 할애할 바엔 차라리 주변 친구들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사건을 넣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일부, 한 때 잠시 빛났던 우정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진 않았나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히려 특별하거나 튀는 연출, 전개 없이 무난한 일상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영화 <써니> 는 언제 다시 봐도 마음 한 켠이 아련해지는 작품이다. 나의 학창 시절 친구들, 나만의 써니는 다들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지. 써니라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은 있었을까. 특히 미래의 자신들을 향해 꿈을 이야기하는 녹화 비디오를 보는 장면을 통해 다시 나의 삶이 부끄러워지는건.. 마음이 너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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