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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7. 2021

청정도시 제주를 더럽히는 유머와 자극 - 낙원의 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누아르는 됐어!!

사람은 게속 발전하며 앞으로만 나아가긴 힘들다.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은 항상 만족스런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텐데, 자신의 개성을 듬뿍 담는 것은 좋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병행해야 맞지 않을까. 영화 <낙원의 밤> 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박훈정 감독의 감각이 보여져 무난하면서도 아쉬운 작품이다.


<신세계> 로 나아가더니 <VIP> 로 퇴보, <마녀> 로 다시 오르더니 <낙원의 밤> 은 조용하기만한 작품은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개봉한 영화 <낙원의 밤> 은 어땠을까.



STORY

'양사장' 밑에서 에이스 조폭으로 활약하던 '태구'는 상대 세력의 음모로 인해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양사장' 의 부탁과 자신의 복수심이 부합하여 우두머리 '도회장' 을 죽인 태구는 양사장의 도움으로 한동안 청정도시 제주로 숨어 들어간다. 그 곳에서 현직자였던 '쿠도' 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을 보내기로 하고, 그의 조카인 '재연' 이 함께 하며 무난하게 지나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목숨 건진 도회장을 두고, 그의 오른팔인 '마 이사' 는 복수를 결심. 목숨을 부지하고자 양사장은 모든 부하를 팔아넘기고 '마 이사' 의 복수를 돕기 위해 제주도로 음모를 펼쳐나가는데...



청정 도시를 더럽히는 빨간색의 향연

영화 <낙원의 밤> 은 박훈정 감독이 그간 보여줬던 결투와 총격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피가 흥건하게 넘치며 반드시 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한국 조폭 영화의 세련된 감각이 좋게 평가되었던 <신세계>, 여태껏 본적없는 활력있는 복수 액션을 선보이는 <마녀>. 두 작품 모두 수 없이 난사되는 총알, 혹은 칼질로 인해 화면을 빨갛게 물들이고 주요 인물의 능력과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반드시 다수의 상대와 맞서는 는 전개로 이어진다.

복잡한 도시에서 항상 피를 봐오던 태구는 청정 도시 제주도로 도피. <낙원의 밤> 에서 보여주는 제주도의 시원스런 풍경은 맑고 깨끗하며 코로나로 인해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보는 제주도의 풍경과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치고 들어오는 바람 소리는 당장 티켓 끊게 싶게끔 만들어 의도치 않은 힐링의 시간도 부여한다.


그러나 이런 깨끗한 배경에서 감독이 끌어가는 연출미와 캐릭터의 구성은 헛웃음 나오는 유머와 폭력이 교차되며 누아르라고 하기엔 맹맹한 구조를 갖고 취한다. 사태의 심각성, 도피 생활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사라지고 마음 편하게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은 과거 누아르 장르의 무거운 사건을 통한 긴장감과 아쉬움이 엮여지지 않는다.

<신세계>와 <마녀>의 경우, 주요 인물들의 이해 관계와 서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연결 고리가 있으며, 임팩트 있는 인물 사이의 대사를 통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될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낙원의 밤> 은 이미 배신을 통해 후반부 피가 흥건할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지만 계속 이어지지 않던 두 그룹의 이야기가 후반부 복수를 위해 부딪히는 전개가 그저 자극적인 장면으로 인물들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건 아닌가 한다.


틈틈히 보여주는 제주도의 풍경은 세상에 홀로 남은 태구와 재연의 쓸쓸한 상황을 대비시키지만,  이야기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는 극적인 요소는 없기에 결국 복수라는 자극, 인과응보라는 통쾌함 정도로 밖에 즐기지 못 했다. 반복해서 보여주는 고요한 풍경을 통해 차라리 두 인물의 내적인 고민을 더 끄집어냈다면 좋았을걸, 소주 한 병은 커녕 정말 입만 대고 잔을 내려놓은 꼴이 되었다.



홀로 남은 자들의 교감

<낙원의 밤> 이라는 제목은 마치 낙원 같이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홀로 남은 세상의 두려움으로 인해 마치 밤이 된 것처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태구와 재연의 상황을 나타낸다. 그나마 드라마 요소를 끌고 가는 두 캐릭터는 처음엔 맞지 않았다.


과묵한 태구와 유별난 성격을 가진듯한 재연은 부딪히게 되며, 차 안에서는 사이드로 앉아 서로를 탐색하며 감정 표출, 벤치에서는 같은 방향을 보며 인생에 한숨을 내뱉는 과정을 거쳐 마주 앉아 '물회' 를 즐기는 모습은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자들의 우울한 공감대 형성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교감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상황을 파도,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를 크게 넣고, 피아노와 현악기만으로 심플하게 연주한 곡이 섞이며 허전함을 강조. 각자 결말을 맞이한 후 텅 비어있는 두 사람의 공간과 자연을 보여주며

마치 그들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보여지는 연출로 쓸쓸함을 보여주고,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억울하게 최후를 맞아가는 안타까움도 보여준다.



21년 한국영화 최우수 빌런 후보

영화 <신세계>의 주요 인물들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개성과 명대사를 남겨 아직도 많이 회자된다.

<낙원의 밤> 에서는 두 인물을 건졌다.


인과응보의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캐릭터는 양사장. 눈 앞에 있다면 당장 줘패고 싶을 정도의 비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름의 철학이 있으면서 무게감 있는 분위기 속에 깨알 유머 던지는 마이사. 배우 차승원의 악역 연기는 굉장히 오랜간만에 보는지라 꽤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빌런 역할이었다 생각한다.

저게 사람 새끼가 아니야, 벌레야 벌레 레알 벌레


이 두 캐릭터가 중반부터 주연 캐릭터와 게속 엮여갔다면 아마도 <낙원의 밤>은 강약 리듬을 제대로 조절한 누아르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주연 캐릭터의 고독함과 상실감은 빌런들의 비열함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피 비린내 나는 연출과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갈라져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 했고, 결국 어떤 방법으로 이들에게 운명의 심판을 내리는지에 집중하는 듯 하여 아쉽다.


문 닫는다고 안 맞냐? 저게 무슨 비비탄인줄 알어

아마 많은 이들이 물회와 소주, 그리고 담배 한 모금을 갈망하게 될 거 같다. 오랜만에 제주도의 시원함을 느끼는 등 예상치 못한 힐링 요소도 있었으나, 결국 영화 낙원의 밤은 쓸쓸한 처지의 두 인물이 복수라는 피의 무대에 던져지는과정을 뜬금없는 유머의 반복과 자극적인 요소로 끌어가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런 일방적인 자극을 즐기는 내 자신과 통쾌하게 적을 쓸어버리는 재연의 사격 장면을 통해 씁쓸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던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다.


                         청정 도시 제주를 더럽히는 유머와 자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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