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돌연변이
기술 구현의 한계 때문인지 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가 나오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영화 <엑스맨 2 - 엑스 투> 는 전작에서 풀지 못한 존재의 무게를 한층 더 끌어올린 수작이다. 전작과 달리 같은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돌연변이들의 활약은 어땠을까.
미국 대통령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 범인은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나이트 크롤러'. <돌연변이에게 자유를> 이라는 경고 문구를 남긴채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찰스' 는 '스톰, 진' 을 출동시킨다. 한편, 정부에선 과학자 '윌리엄 스트라이커' 가 돌연변이를 찾기 위한 업무에 집중 '매그니토' 를 계속 고문하여 돌연변이들이 모여 있는 곳, '찰스' 의 비밀을 캐내려 한다. 결국 그의 함정에 빠져 모든 비밀이 드러나게 되고, '찰스, 사이클롭' 이 붙잡히며 <자비에 영재학교> 는 그에게 습격당하고 마는데...
<엑스맨 1편> 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돌연변이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인간들의 의견이 갈등의 배경이 되고, 그들을 보호하려는 '찰스 자비에' 일행과 없애려는 '매그니토' 세력의 다툼이다. 먼저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언제 포식자에게 먹힐지 모르는 야생 동물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인간들은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해 왔기에 이에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매그니토' 는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인간 사회는 생존을 위해 계속 죽이고,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왔으니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은 우환이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선 VS 악' 이라는 구조로 보기 어려운 1편이었기에 히어로 액션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2편에서는 그 무게가 더해졌다. 개인 사정으로 극도로 돌연변인들을 실헝하게 된 '윌리엄 스트라이커' 의 음모로 세상의 모든 돌연변이들이 위기에 처했다. 그들을 무력화 시키는 실험을 테스트하기 위해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잡아오는 잔인함. 영재 학교가 습격당하는 장면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무조건 상대 진영을 파괴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포악함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매그니토' 가 탈옥할거란건 예상 했지만 찰스 일행과의 협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지킨다는 설정이 더욱 막대한 힘 혹은 빌런의 등장으로 스케일만 늘리는 히어로물과 차별성이 있다. <엑스맨 2 - 엑스 투> 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인물들이 협동하여 갈등을 막고자 하는 것에 있다. 만약 '매그니토' 가 음모를 막은 뒤 곧장 인간 공격에 나섰다면 영화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급작스런 온도차에 혼란스러웠을지 모른다. 적절한 시점에 3편을 암시하며 잘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캐릭터 활용은 좀 아쉽다. 1편부터 이어진 '울버린' 의 자아 성찰은 작품의 핵심 요소로는 자리 잡지 못한 채 곁다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스트라이커' 의 존재는 그에게 좀 더 혼란을 주는 등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해야 했다. 그래서 이를 3편까지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찰스, 사이클롭' 은 너무 빨리 그 능력이 봉인되었다. 그나마 '찰스' 는 조종당하며 상황을 극한까지 몰아넣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일 뿐. '사이클롭' 은 아예 영화에서 존재를 느낄 수 없다.
'스톰, 진' 은 따로 떨어졌기에 중반부나 되어서야 합류하고, 1편보다는 훨씬 능력을 잘 소화하기에 볼 거리는 있었다. 그러나 '진' 의 경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3편에 '다크 피닉스' 의 등장을 계획했었는지는 모르나, 그녀의 내적 고민과 피닉스의 각성은 급작스러웠다. 1편에서는 그저 아직은 능력 통제가 부족한 인물로 보였으나 여기선 급작스레 '울버린' 과 애매한 감정을 갖게 되고, 갖가지 혼란과 상황 속에 능력에 대한 부작용과 각성이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캐릭터들은 모두 흩어져버린채 애매한 떡밥만 제시하며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오히려 신 캐릭터와 학생들에 중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얼음 능력을 쓰는 '바비' 의 가족은 인간의 안위를 잘 보여준다.
돌연변이가 안 되려고 노력은 해봤니
그게 부모가 할 소리인가. 어째서 돌연변이는 수치스럽고 위험한 존재인지. 선천적으로 그렇게 된다는건 결국 부모의 영향 때문인데 어째서 자신들이 소중히 낳고 키운 아들을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괴물 취급 하는가. 위험 분자라고 인식된 순간 곧바로 손절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어째서 돌연변이들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지 인간 사회의 차가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작의 핵심이었던 '로그' 는 능력 활용은 발전했으나 그저 다른 인물들을 따라다니는 수준에 그쳐 아쉬웠고, 불을 조종하는 '존 - 파이로' 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우월감과 냉혹한 인간 사회의 중간에서 갈등하다 결국 벗어나기로 결정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아직 학생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체성은 세상과의 싸움으로 결정이 나버린 것이다.
'나이트 크롤러' 는 빠른 전개를 위해 인물과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에 그친 듯 하여 아쉽다. 오프닝의 인상적인 침입 장면은 이 캐릭터가 메인에 있겠다 싶었지만 일행과 합류한 뒤로 그의 역할은 캐리어 수준으로 전락한다. 게다가 3편에선 등장하지 않으니 그냥 능력자 한 명 추가 됐네 정도로 그치고 만다.
<엑스맨 2 - 엑스 투> 의 가장 좋았던 점은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을 더 무겁게 안쪽으로 끌고 왔다는 점. 그리고 돌연변이로써 견뎌내야만 하는 인간 사회의 거부감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만 차이가 있다라는 점. 이것이 각 그룹이 계속 풀어야할 숙제다.
마지막, 돌연변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대통령의 발표는 급작스런 화해인 듯 하여 드라마적인 완벽함은 없지만 더 아쉬운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야기의 끝을 내지 못했다는 것. 3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