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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20. 2021

큐어가 필요한 영화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

정작 큐어가 필요한건 영화 그 자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잘 만들어온 엑스맨 초창기 시리즈의 마지막을 이런 식으로 끝내 버리다니. 팬들에게도 일반 관객들에게도 2편까지 느꼈던 히어로들의 고뇌와 전투는 완전 산으로 가버린 마지막 이야기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일병 휴가 나와서 친구들과 '용산 CGV' 에서 봤었는데, 첫 장기 휴가에서 본 영화가 너무 실망스러워 더 안타까웠던 작품.



STORY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여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약품 '큐어' 가 개발된다. 이는 모든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소년의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약품. 이를 두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투약 권고. 돌연변이 사회에선 큰 파장이 일어난다. 인간이 될 것이냐, 돌연변이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냐.

한편, 아직도 '진' 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이클롭' 은 이별의 장소에 갔다가 부활한 '진' 을 만나지만 그녀의 과대해진 능력은 '사이클롭' 을 죽게 만든다. '찰스' 가 그 동안 억누르고 잘 가르쳐왔던 '진' 내면의 또 다른 존재 '다크 피닉스' 가 각성. 그녀를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 하지만 그 힘은 너무 강력하기만 한데..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추락

엑스맨 3편 <최후의 전쟁> 은 두 가지 주제를 끌고 간다.


첫 번쨰, 큐어 논쟁. 돌연변이 중에는 자신의 능력 혹은 외모를 부끄러워 하는 이들이 있다. 우선 사회 자체가 돌연변이를 거부하는 분위기 때문인데 이는 이미 전편들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영화 시작부터 날개를 가진 청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큐어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돌연변이로 남는 걸 선택. 그가 어렸을 때 사실을 감추기 위해 혼자 날개를 잘라내려 했던 장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그게 잘못된 일인가를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조건에 대해 그 존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떳떳한가. 영화 <배트맨 리턴즈> 에서도 펭귄맨은 모습이 괴상하다 하여 버림 받았고, 결국 그는 하수도 속에 숨어살다 빌런이 되었다. 어찌보면 그 또한 사회의 외면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엑스맨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한다는 사실.


'큐어(CURE)' 라는 단어 자체가 무언가를 치료한다는 것인데, 돌연변이는 병이 아니다. 특별함을 가지지 않은 인간들이 정상이며 자신들에게 피해를 줬든 그렇지 않든 두려운 대상이 되어 차별받는 돌연변이들. 그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데 왜 치료가 필요한 것인가.


언제나 진화 과정에선 소수의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이 기존의 미개한 존재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매그니토' 같이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이들이 위협을 가하긴 했지만 과연 세계관 속 인간들은 얼마나 돌연변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가져보았는가.


'로그' 는 사랑하는 '바비'와 마음대로 사랑을 나눌 수 없다. 육체적 스킨십에서 말이다. 두 인물 모두 예민한 나이가 되었고 '바비' 옆에는 모든 사물을 뚫고 다닐 수 있는 캐릭터 '키티' 가 등장하여 의도치 않게 그녀를 흔든다. 원치도 않게 얻은 능력으로 인해 사랑의 가치가 소중한 '로그' 는 평범한 인간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미 인간에 대한 증오가 가득차 있는 모습은 '매그니토' 를 중심으로 계속 접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는 그 깊이를 더할 전개가 없다. 그저 이젠 큐어가 개발됐으니 그걸 딴지 걸어서 싸우겠다는 건데, 이를 영화 타이틀처럼 <최후의 전쟁>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설정이다. 굳이 큐어가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라도 이런 형태의 전쟁은 벌일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새롭게 태어날 것이냐 하는 자아의 중요 문제를 영화는 소재로만 활용했을 뿐 그 이상은 발전시키기 못했다.


두 번째, '진 그레이' 의 다크 피닉스. 2편 리뷰에서 언급했듯 이 캐릭터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원작에서. 그러나 영화에선 그녀의 과거나 혼란에 대한 암시나 집중 조명은 없었다. 그랬기에 3편에서 되살리는 과정도, 그녀의 각성이 기존 동료였던 '엑스맨' 들과 어떤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나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줬어야 했는데 그저 다시 되돌려야만 하는 동료 혹은 큐어 전쟁에 최강 능력자로 내세우는 역할에만 그처 아쉬웠다.


세계관에서 가장 큰 능력을 가진 인물인데 이런 식으로 허접하게 마무리 짓다니 얼마나 풀어낼 이야기가 없었으면 잘 만든 밥에 재를 뿌려놓았을까. 그래서 큐어 전쟁, 진 그레이 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영화는 결국 추락하고 만다.



애들을 제대로 키웠어야지...

영화 초반, 가상 전투 훈련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2편 사건 이후 능력을 강화하여 위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엑스맨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울버린, 스톰' 을 제외하고 누가 성장했는가. 한껏 강화된 능력을 화려하게 사용할 기회가 많을 거라 예상했건만 그들의 비중은 거의 없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능력만 보여줄 뿐, 마지막 전투에 참가하기엔 너무나 뜬금없이 튀어나온게 아닌가.

결국 애들은 제대로 키우지도 않은채, 여전히 기존 선배들의 활약에만 잔뜩 기대고 있는 이 작품은 설령 4편이 나왔다 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실패작이 된 것이다. 그나마 있던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무엇을 보여줬는가. '엑스맨' 이라 하기엔 그 어떤 상징성도 느낄 수 없었다.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명맥을 끊어 놓음으로써 우리는 다시 새로운 에스맨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시리즈도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이... 최애 캐릭터 '울버린' 을 마지막으로 보는가 했던 이 작품은 이후 스핀 오프 시리즈를 통해 그를 다시 살려냈고, 엑스맨에 대한 나의 관심이 좀 더 유지 될 수 있었다.


        정작 큐어가 필요한건 영화 그 자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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