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기준은 뭘까. 영화 <내일의 기억> 은 예고편 공개 이후, 많은 이들이 댓글로 이 두 장르 중 어느 것에 속하는지 애매한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일의 기억> 이 화제가 된건 바로 배우 '서예지' 때문일 것이다.
워낙 논란이 되고 있는 배우이지만 이 글에서는 '서예지' 의 이슈는 배제하고 오로지 영화 <내일의 기억> 그 자체만으로 감상평을 정리해본다. 그런데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이쁘긴 진짜 이쁘더라.
영화의 시작은 '수진(서예지)' 이 어떤 사고로부터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 그러나 기억을 잃어버렸다. 남편 '지훈(김강우 또는..)' 은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너무나 조심스럽게 케어하며 두 사람은 곧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수진' 은 갑자기 미래에 벌어질 일은 미리 보게 되고 실제로 그것들은 일어난다. 이것은 사고 후유증인가 아니면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인가.
그런 와중 하나씩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는 '수진' 은 자신의 정체와 사고 직전까지 처했던 상황에 근접하게 되고, 한편으로 남편 '지훈' 은 그녀의 행보에 과한 관심을 갖는 와중 경찰로부터 부도 난 건설 현장의 도난 사건과 관련되어 의심까지 받는데. '수진' 이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영화 <내일의 기억> 의 장르를 소개글에 나와 있는대로 '미스터리' 라고 정하겠다. 마치 예고편은 긴장감 있는 컷씬과 BGM 삽입으로 뭔가 굉장한 음모가 있을것 처럼 꾸며놓았지만. 미스터리 장르의 요점은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은 이상 스토리의 탄탄함과 배우들의 연기에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뒤에 얘기하도록 하고.
배우 '김강우, 서예지' 의 연기력은 이미 인정된바다. 지금 '서예지' 로 인해 '김강우가 아깝다' 는 등 여러 위로의 글이 많지만 사건이 터지기전까지도 대중은 두 사람의 연기력은 믿고 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쉬운건 스토리에 긴장감, 빠른 전개, 즉 높낮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기 떄문에 우리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봐 오던 배우들의 연기 및 감정을 접할 뿐이다.
배우 '김강우' 의 경우 드라마보다는 출연했던 영화들이 모두 높낮이가 명확했기에 연기력, 즉 감정 표현이 너무나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었는데 영화 <내일의 기억> 에서는 그냥 배우 '김강우' 의 기본 스킬만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이는 배우가 연기를 못 했다는게 아니라, 스토리와 연출 자체가 그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배우 '서예지' 도 마찬가지다. 기억과 현재에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연기는 과거 <구해줘> 에서 봤던 표정과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지만 너무나 무난하다. 이 또한 작품 자체가 평면적이기 때문에. 조연들은 어떠한가. 너무나 최소한의 인물들이 나온다. 너무 분량이 적고, 오로지 '김강우, 서예지' 캐릭터에 맞추어 진행되니 영화 <내일의 기억> 은 전체적으로 연기력을 감탄할 만한 어떤 것도 보이지 못한다.
대체 스토리, 연출 등 전개가 어떻길래 그러는가..
제작비 많이 들여서 여기저기 다니고, 인물도 많이 등장시킬 필요 없다. 이미 국내/해외 모두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물은 많다. 그러나 <내일의 기억> 은 사람을 방 한 구석에 답답하게 가둬놓고, 계속 진실이 무엇일지를 혼자만 생각하게 만드는 답답함이 있다.
영화의 주요 무대는 크게 두 곳. 아파트 OR 공사 현장. '수진' 이 미래를 보는 씬들은 무대는 너무 작은데, 극에 전환점 혹은 큰 긴장감을 유발할 어떤 사건도 동시에 일어나지 않다보니 계속 '내가 봤는데, 이렇게 될거야, 이렇게 될거라고' 를 반복할 뿐이다. 과연 '수진' 은 정상이냐, 아니면 후유증으로 헛소리 하는 것이냐. 아예 캐릭터를 외부인이 봤을 때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이게 하여 진실을 파헤치게 하는 곁다리를 넣는다던가.
'수진' 혼자 계속 생각하면서 자기가 본 게 맞다는걸 입증하려 입으로만 경찰한테 주장하고. 이를 바라보는 남편 '지훈' 은 그게 아니라 말하는데, 살짝씩 보여주는 범죄 현장의 실루엣과 '수진' 의 기억의 파편의 교차는 계속 되돌이표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영화는 거의 끝나가 있더라...
그리고 남편 역할이 핵심인데, 대체 남편과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그려야 했다. 잠깐의 회상씬과 카더라를 통해서만 우리는 상황을 짐작할 뿐. 어째서 '수진'은 지옥을 맞이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오로지 죽을 뻔했다는 결말을 되새기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간을 그렇게 너무나 셥소하게 한정 지을 거라면, 캐릭터의 감정을 대폭발시킬 요소를 넣어야 하는데 그게 없고. 오로지 'YES OR NO' 로만 끌고가는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가 이미 영화 초반부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반전의 내용은 예상하지 못 했던 부분이긴 했지만 신선함이 오려 하다가도 이미 반전은 영화 끝 무렵에야 나오며 이후 캐릭터들이 상황을 처리해가는 방식 또한 방구석 미스터리라 힘들었다.
긴장감은 없고, 사건을 함꼐 풀어나가고픈 여지도 안 주고, 궁금하지도 않고. 그렇게 분위기만 좁은 곳에서 어두침침하게 잡아 놓더니 결국 마지막은 신파로...
1. 이미 메인 캐릭터의 정체 공개?
-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라. 배우 '김강우' 의 캐릭터 이름이 '선우' 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미 여러분은 제작사의 뜻이던 포털 사이트의 실수던간에 스포를 당했다.
2. 허술한 경찰
- 범인을 잡아놓고 잠깐 긴급 상황에 통화하러 나가면서 옷과 열쇠 등을 취조실에 그대로 두고간다. 그런데 취조실은 경찰서 깊숙한 곳에 있을텐데 범인은 너무나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간다.
3. 건조한 결혼 기념일
- 아무리 둘 사이의 관계가 어려워졌다해도, 부도나서 시공이 중단된 현장. 그것도 1층이 아니라 높은 층에서 케잌과 와인 까놓고 결혼 기념일을 준비한다..그래서 사건을 일으키겠다 라는 설정이 너무 어이없지 않는가. 굳이 왜? 그 먼지 많고 건조한 공간에서 왜?
<내일의 기억> 은 말이 안 되는 제목일 것이다. <내일의 예상> 이래야 할터이니. 그러나 우리는 내가 곧 일어날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잊고 있던 과거의 일이었다는 점. 이를 잘 꼬아서 지은 제목이다.
계속 루즈해하다 영화 맨 마지막의 결혼 회상 장면. 이 신파 요소에서 '신파' 라는 소재 자체 때문이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가 그들에게 있었던 과거사와 겹쳐지며 살짝 눈물샘이 자극되었다. 그래서 다른건 몇 일 지나면 잊겠지만 이 눈물 만큼은 오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