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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22. 2021

인간을 속여온 악한 본성의 이면 - 휴먼 카인드

되짚어 봐야 할 인간 본성의 증거들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일까 선한 것일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인류를 보편적인 관념으로 세뇌시키고 있는건 아마도 전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 사건을 통한 '원죄설, 그리고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는 걸 전제로 두며 그렇기에 자신을 가꾸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그에 따른 권력의 규제도 필요하다는 것.


또한 많은 저서들과 콘텐츠를 통해서도 인간의 선함 보다는 더 자극적인 악한 부분에 끌리는 면을 통해 오히려 인간은 선하다는 생각이 이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기적인 생각을 갖기에. 그러면 이런 소소한 생각들을 갖는것 자체가 인간은 악하다는 증거인가. 너무 빡빡하지 않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은 대부분의 이들이 '성악설' 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성선설' 을 주장함에 따라 들이닥칠 여러 비난과 여파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의지로 이 두꺼운 벽돌책을 발행했다. 왜냐면 이미 '총균쇠, 사피엔스' 등 수 많은 저서들이 '생물학/진화학' 면에서도 인간은 경쟁을 통해 생존해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STORY

인간은 악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인류 사회에서 저자는 그간 발표되었던 실험이나 발표 자료 등의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인간은 선하다' 는 주장을 펼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간의 자료들을 소개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인문 교양서다.



인간은 악하다 '홉스' VS 인간은 선하다 '루소'

작품의 포인트는 소제목과 같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의 의견 중 '홉스' 에 손드는 사람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루소' 의 말이 옳으며 우리는 앞으로 이에 포커싱하여 살아야 한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먼저 두 사람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1) 홉스의 주장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다는 쪽에 손 드는 그의 주장은 모든 인간이 똑같은 자유를 갖고 살아간다면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워 질거라는 것이다. 모두가 이기적인 생각을 갖게 되어 무질서함으로 각종 사건이 발생하게 될고, 발전은 없을 거라는 것. 무법 천지가 되는 것이다. 무리 지어 생활하게 되면서부터 이를 통제하기 위한 지도자가 나오게 되고, 성공스런 지도자는 장기 집권을 통해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다.


이를 통해 인간은 윤리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경쟁/협동 등을 통해 발전했기에 문명이 우리를 살린 것이며 이 모든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는 성악설에 기반한 주장이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주로 '경제학' 같이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현실적인 학문에 많이 활용된다.


2) 루소의 주장

인간은 선하며, 문명 사회가 우리를 망쳤다고 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인간은 모두 자유로우면서 평화롭고 화합하는 존재였다. 우리는 흔히 이 시대가 오히려 살육이나 전쟁 등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료는 명확치 않다. 그간 미디어나 학습 자료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발생했을까 하는 일부 사건들을 부풀려 마치 그것이 보편적인 일이었던것처럼 과장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며 루소를 뒷받침한다.


빙하기가 끝나고 자연 환경이 비옥해지며 사람들은 정착 사회를 이룬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자원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환경을 찾아 화합하며 이동하던 시대는 종료된다. 그런데 정착을 하게 되면 '사유 재산' 이 등장하게 되고 명확하게 '나와 너' 라는 개념으로 구분된다.


빈부 격차가 생기고, 한정된 곳에 인간 개체수가 많아지다보니 질병도 많아진다 (예를 들어, 처녀성 문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족을 많이 낳는게 중요하고 쾌락을 중시하다 보니). 남자들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무조건 일하는데 바쳐야 하며, 과거 평등하게 다루던 가사 (육아 문제 등) 도 역할이 구분되고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친 후 그저 빨리 쉬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웃간의 유대감을 축소 시킨다.


지도자가 등장하지만 자신의 특권을 오래 지키고 싶은 그들은 사람들을 규제할 제도를 만들어내고, 더 많은걸 얻기 위해 전쟁이 자주 일어난다. 굳걷히 닫힌 각자의 세계는 자신들만의 문으로 차단 시키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모두 문을 부수고 화합하자 해도 이미 개체수는 늘어났고 때는 늦었다.


현대인들은 문명의 혜택을 너무나 잘 받고 있기에 무슨 소리인가 할지 모르겠으나, 전 지구적인 역사를 통틀어 이런 혜택을 받게 된건 정말 최근의 일이며, 문명은 분명 좋긴 하지만 오히려 발생하지 않았을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 선한 인간을 부추겨 악재를 만들었다는 것이 '루소' 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주로 교육학 쪽에서 많이 활용된다.



본성 실험의 모든 걸 까집어보다!!

'휴먼카인드' 는 저자 '브레흐만' 이 루소의 주장에 손을 들며, 그간 인간이 악하다는 걸 증명하는 각종 실험과 자료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파헤치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두꺼운 벽돌책의 90 %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들어왔던 각종 연구의 배경, 시행 과정을 설명한 후 실제로 뒷면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는 주장을 위해 여러 실험을 수 많은 챕터에 걸쳐 그저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책 말미에 우리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지만 그 내용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접했을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생각하는 내용들이며 신선한 논제는 없다. 다만, 이 책이 화제가 된건 공식 인증 받은 그 많은 연구들을 적극 비판한다는 사실에서 파격적이기 때문 아닐까.


1) 본성 실험의 나열

인간 본성의 어떤 특정한 부분을 구분하여 챕터를 구성하진 않았다. 실험들은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본 것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처음 듣는 내용일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인간이 악하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의 꽤 많은 부분이 조작과 거짓이라는 것.


에를 들어 몇 가지 실험만 보자면 이렇다. 과거 세계대전이나 각종 전쟁 등에서 사격으로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 상관은 무조건 쏘라고 하는데 과연 몇 사람이나 쐈을까. 실제 쏜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일부만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 인터뷰를 통해 왜 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면 자신들의 손으로 누군가는 죽인다는게 너무나 무서웠다는 의견이다.


소설 <파리대왕>의 저자 '윌리엄 골딩' 은 순수하다 생각되는 어린 소년들이 섬에 갇혀 지내며 얼마나 짐승같은 모습으로 변모하는지를 다뤘으나, 실제 비슷한 시기 무인도 '아타섬' 에 갇혔던 6명의 소년들은 화합하며 잘 지냈다는 것. 소설이 워낙 유명하며 아직 명확한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소년들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인간은 악하구나' 라고 생각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는 것.


선한 마음을 가지고 친근함을 표현하기만 해도 야생습성이 강한 '은여우' 를 어떻게 가축동물로써 온순히 길들일 수 있었는지. 늑대의 후손인 강아지들은 어떻게 외형이 변화했는지. 인간도 마찬가지다. 체격좋고 높은 지능을 가졌던 '네안데르탈인' 들은 왜 멸망하고, 저자가 '호모 퍼피' 라 불리는 선하고 친근한 후손들이 시대를 끌어왔는지.


마지막으로 '교도관/재소자' 로 몇일간 역할극을 시켜보았더니 악마처럼 변하는 '교도관' 들의 모습을 다룬 실험이라던가 여러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이 모든 내용의 결론은 비슷하다. 실제 실험을 해보니 '인간은 악하다' 는 이론을 증명하려 했던 제안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실험자들의 선한 모습을 보고 이래서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몰래 외부 요소를 도입한 것.


자연스럽게 실험자들이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에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도록 압박을 넣었다는 건데 이건 모두 비밀로 한채 세계에 공개했다는 것. 또한 전쟁터 등 실제 참가자들의 인터뷰와 사례를 통해 인간은 절대 악마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숨기고, 왜곡하였다는 것. 이 모든걸 저자 혹은 지인과의 협동을 통해 오류가 있었다는 걸 밝혀내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인간의 지식, 의식은 누가 가르치는가

내가 <휴먼카인드> 를 고른건, 본성에 대해 진지한 호기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유튜브 촬영을 위해 베스트 셀러라 집어든 것이다. 역시나 특별한 이론은 없었다. 그저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 왜냐면 나는 어릴적부터 성선설을 믿어온 사람이기에 <휴먼카인드> 자체가 파격적으로 오진 않았다.


책을 읽으며 <팩트풀니스> 가 생각났다. 공통적인 사항은 확실히 인간을 가르치고 세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언론, 권력 집단의 영향. 이슈 몰이를 위해 정반대로 조작한다거나 과장하는 작업을 통해 어린 세대들에게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그들이 성장한 이후에도 후손들에게 되풀이되게 하며, 이미 성장한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럴수록 사실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힘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학습해야 하고, 나 혼자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뻔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서로에 대한 의심을 배제하고, 왜 그랬을지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노력을 통해 '인간이 선하다' 는 생각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 '호모 퍼피' 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 화합함으로써 따라오는 좋은 삶의 질을 통해 '우리' 라는 개념으로 함께 했기 때문.


그래서 <휴먼카인드> 를 읽으며, 진짜 꽤 많은 것이 조작이었구나 라는걸 다시 한 번 느끼며 전문가가 아닌 나같은 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믿을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내 자신을 보호할 건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 자신이 실험당하는 기분

한국인으로서 벽돌책의 단점 중 하나는 이거다. 외국 지명과 인물들이 많이 나오니 쉽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챕터마다 다룬 굵직한 실험들은 그 시행 배경과 과정에 대한 설명을 굳이 말 안해도 될 법한 사소한 것들까지 싹 다 넣어둔 것 같다. 많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넣었다는 느낌. 그래서 실험은 이해했는데 초중반까지는 개별 실험들을 상상하며 '아, 그렇구나 '라며 관찰자 입장에서 잘 따라갈 수 있었는데..


중반부로 들어서니 계속 같은 결론을 보여주는 전개에서 그 세세한 설명들이 너무 길게 이어져 내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된 것처럼 점점  지쳐간다. 계속 앞뒤를 오가며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를 생각해보거나, 아니면 그걸 포기하고 큰 맥락만을 그냥 따라가던가. 


한 인물의 실험에 반박하기 위해 계속 여러 사람 끌어들여서 '누구도 이랬다' 이런 인용을 너무 많이 한다.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인용된 그 유명한 사람들이 어떤 주장을 했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과연 저자와 같은 전문가들과 맞딱뜨리기 위해 쓴 것인지, 아니면 일반 독자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보자고 만든 평서인지. 후자가 맞다면 너무 힘들게 끌고간다. 


마치 빨리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고 싶은데, 굳이 눈에 보이는 경치 하나하나의 유래를 다 설명해주는 리더가 이끄는 등산에 참여한 것 처럼.


많은 이들이 극찬하고 좋은 서평도 내렸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벽돌책은 대개 그렇다. 대충 알고는 있는데 한 번쯤은 기본적이라 생각했던 개념들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할 때 이런 벽돌책을 접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베스트셀러라 해서 완전 새로운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시대는 지났다. 본인이 진짜로 궁금할 때 함께 하는 책이 진정으로 인생 책이 되는 것이다.


결국 뻔한 내용이었지만.. 뻔한 결론을 내리는 내 자신도 <휴먼카인드> 로 인해 크게 변한건 없다는 사실에 그저 책 표지만 다시 바라볼 뿐이다.


되짚어봐야 할 인간 본성의 증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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