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을 살릴 수 있는건 브라이언 싱어 뿐이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았던 2000년대의 엑스맨 시리즈. 2011년 건강하게 부활한 <퍼스트 클래스>. 새로운 시리즈를 그냥 독립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는데, 이미 10년도 더 된 과거의 이야기와 엮어 깔끔하지 못했던 마무리를 지어버린 수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과거의 정겨운 캐릭터들이 성장한 모습과 다시 한 번 종족 차별의 고민을 안은 현대의 엑스맨이 만나 꽤 괜찮은 작품이 탄생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는 어땠을까.
2023년 (2년 밖에 안 남았네), '트라스크 박사' 가 만든 병기 '센티널' 은 뮤턴트는 물론 그들을 보호해주는 인간까지도 모두 죽여버리는 살인 병기다. 뮤턴트의 능력을 빠른 시간내에 파악하여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싸우는 이 살인 병기들에게 많은 이들이 죽었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를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의식을 과거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키티' 의 힘으로 '울버린' 은 과거로 돌아가고, '찰스, 에릭' 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찰스는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로 폐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계속해서 당하기만 하는 뮤턴트들을 홀로 구해주고 있던 '미스틱 (레이븐)' 은 트라스크 박사의 계획을 알게 되고, 그를 없앨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이야말로 암울한 미래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되기에 이를 막기 위한 울버린과 일행의 노력이 이어진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시대는 완전 달라도 결국 마블이라는 원작 속의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캐릭터 또한 중복 될 수 있다. 어쨌든 <퍼스트 클래스> 는 과거의 엑스맨은 잊어버리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려 만든 작품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엑스맨을 처음으로 제작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를 통해 자신이 마무리 짓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와 잘 연결함으로써 과거의 아쉬움 또한 접게 만들었다. 시간 여행과 완전 우울한 미래라는 설정을 통해 시리즈의 핵심 주제인 '뮤턴트의 정체성' 을 다루면서도, 시간에 어긋난 캐릭터들을 모두 통합하여 한 곳에 넣었다. 각본과 연출의 힘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반갑다. 과거 캐릭터들의 성장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고, 발달된 CG 기술로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을 다시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토록 대립하던 '찰스, 매그니토' 는 이제 같은 처지를 갖고 함께 싸우고 있으며, 울버린은 여전하고. 마지막 평화로운 '찰스 자비에 영재 학교' 에서 다시 만난 캐릭터들은 속 시원하면서도 과거에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가 잘 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든다.
액션 비중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임팩트 있다. 특히, 미래 장면은 단련된 기술을 선보이는 이들의 동선과 CG 가 인상적이었고, 현대 전투는 지금껏 봐온 액션과 크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의 중심은 '화합, 용서, 이해' 라는 키워드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피하려 하는 뮤턴트. 그 중 극소수의 인원, 트라스크 같은 이들이 목적을 위해 뮤턴트를 실험에 이용하여 인간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가중시킨다. 일부 뮤턴트들의 공공장소 폐해가 전체 뮤턴트를 향해 비난의 손길을 보내게 만든다.
과거부터 강조해 온 메시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의 시대를 만든다는 것. 대화 시도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칫 서로의 괴멸로 이어질 뻔했던 이야기는 결국 대중 앞에서 미스틱이 용서라는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공식적인 화합이 발표된다. 그래서 후속작에서는 인간과의 대립보다는 뮤턴트들끼리의 능력 배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의 핵심은 결국 '흐트러진 세계관은 물론 사회의 분위기 마저 통합시킨다' 에 있으며, 이를 풀어가는 스토리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무겁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비록 1편에서보다 성장했을 캐릭터들의 부재는 아쉬우나 뒷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설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엑스맨 전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거운 작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