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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29. 2021

하녀가 화녀로 변해가는 광기의 진화 - 화녀

히치콕을 위협하는 김치콕의 뛰어난 감각


윤여정 선생님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방탄소년단에 이어 또 다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 자랑스럽다 한국인이라는게. 선생님의 이슈에 따라 과거작들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단연 큰 작품은 영화 데뷔작인 '화녀' 일 것이다. 곧 재개봉도 한다 하니 스크린에서 70년대 영화를 본다니, 게다가 이건 스릴러 장르기 때문에 큰 화면에서 보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화질도 좋을 것이고.


고(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시리즈 3부작 중에 하나로써, 탤런트로 인기를 구가하던 윤여정 선생님을 영화로 발딛게 한 첫 작품. 매우 괴기한 느낌의 이 작품 <화녀> 는 어땠을까.



STORY

건장한 남자들로부터 강간 당할 뻔하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던게 살인으로 이어지고. 명자와 친구는 무조건 서울로 상경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소개소의 도움으로 어느 유복한 작곡가 집의 식모로 들어가게 된 명자. 평소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남편을 걱정한 아내는 명자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이를 잘 감시해달라 한다.


그러나 술에 취한 남편의 실수는 명자를 범하게 되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세상에 알려지기를 꺼려했던 부부는 낙태를 시키고, 이후의 명자는 부부의 추악함에 분노를 느끼며 점점 광기에 미쳐가는데..



한국 스릴러, 김치콕이라 불러다오!!

스토리는 막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끌리지 않는가. 낙태, 강간 등의 소재는 지금 나와도 이슈가 될 사항인데 이걸 71년에 다뤘다는게 놀라우며 당시 성공을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처녀들이 몸을 파는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자리를 얻어가는 시대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형사의 대사에 뚜렷이 드러난다.


무채색의 평범한 옷을 입으며 순진하게 일하던 명자는 사건 이후 광기에 빠지게 되고, 복수와 성공이라는 야망을 위해 옷 색깔도 붉은색의 강렬한 원색으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야망을 표현한다. 


내가 닭 먹이가 되기 전에 닭이 먼저 죽을거에요. 모조리 다!!


귀여운 말투와 제스츄어를 섞어가면서 순간순간 악랄하게 변하는 표정과 행동 연기는 어째서 김기영 감독이 이 신인 배우를 영화의 메인 자리에 앉혀 놓았는지 이해 된다. 항상 수동적인 역할만 맡았던 여성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거의 최초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강렬한 여성상을 제시한 작품이 아닐까. 후반으로 갈수록 동시에 미쳐가는 아내와의 정면 대결이 포인트다.


유명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이 생각난다. 상징적인 사물을 클로즈업 하고, 잔인한 장면은 다양한 사진의 슬라이드 샷을 활용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장면에 대한 상상을 일으켜 더 자극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볼륨도 큰 데다 귀를 찌르는 괴기한 음악이 겹쳐지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감정, 육체 다툼과 광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핏물을 함께 나눠 마신다니, 당시 분위기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소재도 아니고. 마치 식구 전체가 저주에 걸린 듯 각자의 방식대로 미쳐가는 상황은 <화녀> 의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며, 매우 빠른 전개를 갖고 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후시 녹음이기에 어색한 부분도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은 연극을 보는듯한 대사와 연기를 보여주고 이는 더 밀접한 거리에서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광기와 괴기스런 현장으로 직접 끌어당긴다.



구하기 힘든 작품이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아마 최근 한국영상문화원인가 그 곳에서 화질을 복원하여 좋은 판본을 갖고 있다 들었는데, 얼마 전 방영된 <JTBC 방구석 1열> 에서는 깨끗한 화질로 볼 수 있었다. 당시 칸 영화제 출품이었기에 프랑스 자막이 들어가 있다.


윤여정 선생님이 기다란 공백기를 갖기 전 보여준 연기 중에 가장 괴기스럽고 뛰어났으며 지금 아카데미상 열풍에 힘입어 재조명된다는게 기쁘다. 이 영화 꼭 보자. 한국의 스릴러란 이런 것이다!!


https://youtu.be/VzTfWvnmT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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