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지 않고 싶다.
그냥 무작정, 무조건 읽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총 37개의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쳤다.
사실은 너무나 하이라이트 한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씩 뜯어보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 문장 속에 내 가치관과 생각과 결이 얼마나 맞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나열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장황해질 거라 핵심 문장을 중심으로 이 책이 말하고 싶어 하는 중심을 잡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p.285-286
나는 이 문장이 이 책의 코어를 이루는 문장이지 싶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그 빠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어 갈 수밖에 없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그리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들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텐데, 다수에 묶인 사회는 소수의 불편함을 아주 자주 묵인한다. 그들의 시간은 얼마나 느리게 흐르고 있을까. 아니면 나조차도 그대로 고여버린 건 아닐까.
소중한 것을 잃어 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때에도, (아니 어쩌면 여전히 내 안에 한 구석에 있는 세상에선 시간이 흐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달리 시간을 흐르게 할 줄 몰라 한동안을 제자리에서 서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 내가 찾은 답도 비슷하다.
행복을 찾는 것이다.
과거에 잃어버린 내 행복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행복으로 채워가는 것.
그게 죽어버렸던 내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들었다.
보경은 콜리에게 말했다.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러닝을 시작하면서 내 페이스가 빨라지려면 천천히 내 심박수에 뛰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느 페이스에 얼마만큼 심장이 뛰는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자주 지치고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힘을 얻는지, 그래서 어떤 거리에서 에너지 젤을 섭취해줘야 하는지, 뛰기 전에 얼마만큼의 몸풀기를 해줘야 하는지, 오늘을 어제보다 얼마나 시간을 단축했고 얼마나 시간을 풀어서 길게 뛰었는지.
사실 이런 관찰이 내 삶에 스스로에게 너무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꼼꼼히 점검하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 과정을 밟아간다면 어느새 훌쩍 산을 넘고 들을 넘어 다른 세상으로도 갈 수 있게 된다는 걸.
그렇게 행복을 천천히 음미하며 느끼는 것. 그게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아픔과 그리움과 고갈의 순간을 잘 넘어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스포주의**
사실 보통의 책과 영화, 드라마와 같은 결말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현실에서 최선의 행복을 찾자’며 다른 선택지들 사이에서 하나의 행복한 선택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결말은 투데이에게 과거의 행복했던 ‘달리는’ 일을 다시 하게 해 주었다. 무릎이 다 나가 걷는 것도 힘든 투데이에게 과거의 가장 행복했던 ‘달리기’를 포기시키지 않고 그 방법 그대로를 다시 하게 해 줌으로써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실행시켜 준 것이다.
나는 이 전개가 정말로 놀라웠다. 과거를 과거로 묻어두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행복을 또 한 번 포기하게 두지 않는 것이. 이 장면은 나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주는 부분이 되었다. 과거의 행복을 포기하라는 세상에서 나의 속도로 천천히 행복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끝까지 행복을 지키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끝끝내 행복을 소환해 내는 인생으로 천천히 오래 즐겁게 살기를 바라며.
나눔 질문
1. 인간을 위해 다른 존재가 희생해야 할까?
2. 감정은 학습될 수 있는가?"
3. 감정이 있는 콜리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없다면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는?
4. 생명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나랑 같은 레벨의 감정이 공유되는가?
5. 당신에게 ‘치유’란 어떤 의미인가요?
6. 기계(혹은 동물)와 인간이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7. 최근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8. 당신이 가장 위로받았던 문장(또는 누군가의 말)은 무엇인가요?
9. 삶이 힘들 때,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무엇인가요?
10. ‘존엄한 삶’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요?
11.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