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돈을 지키는 방법
공무원에게 1월의 급여는 1년 중 가장 풍요롭다. 정근수당*과 설 상여금**이(설이 2월에 있을 때도 있지만) 한꺼번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설 상여금은 받은 것보다 쓴 금액이 조금 더 많았고 정근수당도 통장에 잠시 스쳤을 뿐이지만 그래도 급여일에 은행에서 온 입금 알림 문자가 반가웠던 건 부인할 수 없다. 한 달 중 입금 알림 문자는 급여일 한 번뿐이고 나머지는 보험료 얼마, 대출이자와 카드 대금 얼마가 빠져나갈 거라는 혹은 이미 빠져나갔다는 문자들 뿐이니까. 언제쯤이 되면 들고 나는 돈에 초연해질 수 있으려는지. 직장인의 허무는 일은 쉬지 않고 하는데 돈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나만 그런가?)
*정근수당: 1년 중 1월, 7월 지급. 연차에 따라 본봉의 0~50%까지 받을 수 있다. 1년 지나면 5%... 10년 이상 되면 50%.(나는 본봉의 40%를 받았다.)
** 명절 상여금: 설과 추석에 지급. 본봉의 60%
1월은 연말정산의 달이기도 하다. 세금을 더 낼 것인가, 돌려받을 것인가, 국가와 나 사이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작년에는 남편에게 소득이 없어 내 기본공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았음에도 소득세를 더 납부해야 하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한 달 한 달 급여도 빠듯한 나는 그냥 100% 세율로 납부하고 있지만 연말정산으로 추가 납부를 하느니 차라리 원천세율을 120%, 150%까지로 늘려 평소에 많이 내고 연말정산 시 환급받는 게 오히려 좋다는 직장동료들도 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다운로드한 자료를 회사 연말정산 시스템에 업로드하고 아이의 미술 학원비까지 추가로 입력했더니 다행히 올 해는 많지는 않아도 납부 금액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왼쪽이 본봉과 수당처럼 (+) 되는 금액이고 오른쪽은 연금기여금, 소득세 등 공제 (-) 되는 금액이다. (+) 금액은 대여섯 줄인 반면 (-) 금액은 열 줄 정도가 된다. 기여금, 소득세, 교직원공제회 대출상환금, 상조회비 등 저마다 이유 있는 금액들이 통장에 입금되기 전에 공제되다 보니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정말 소소하다. 공무원 급여라는 게 승진을 제외하면 오를 일이 없다. 매년 적용되는 임금상승률은 말이 상승이지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임금삭감 수준이고 호봉 승급이 된다고 해도 체감되는 부분이 미비하다. 매 달 대동소이한 데다 급여명세서를 아무리 째려본 들 돈이 더 나올 것도 아니니 굳이 시스템에 접속해 급여명세서를 보는 일이 드물다. 은행 업무, 좀 더 정확하게는 대출을 받을 때 필수인 최근 3개월 급여명세서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그런 날이 있다, 이상하게 안 하던 행동이 하고 싶은 날. 사무실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고 나는 여느 때처럼 도시락을 먹었는데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이라 산책을 포기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2023년 공무원봉급표를 검색하고는 업무시스템에 접속해 내 월급에도 잘 반영되었는지(어련히 알아서 잘 반영되었을 테지만) 살펴보았다. 본봉은 42,800원 많아졌는데 정근수당 때문에 소득구간이 높아져 소득세가 지난달보다 2배 많이 공제되었고, 교직원공제회 대출이자가 올랐는지 4만 원정도 더 빠져나갔다. 에효.. 하마터면 땅이 꺼질 뻔 했다. 이 밖에도 공제 항목은 줄줄이 이어졌다. 건강보험료, 직장협의회비, 직원친목회비, 여직원회비, 교통관리비... 응? 교통관리비?
본 캠퍼스는 주차공간이 제한적이라 교직원의 경우 월 1만 원의 교통관리비를 내고 차량을 등록해서 이용하지만, 8월에 인사이동 이후 지금 근무하는 곳은 본 캠퍼스와 외떨어진 곳으로 별도의 교통관리비를 공제하지 않는다. 그리고 본 캠퍼스에 업무 등을 위해 방문할 때 별도의 주차료가 징수되지 않도록 1대의 차량을 무료로 등록해 주고 있어서 발령 후 공문을 통해 신청도 마쳤다. 그런데 8월 이후에도 줄곧 교통관리비가 공제되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교통관리비를 담당하는 총무과 담당 직원에게 연락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는 확인 후 바로 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괜히 동료에게 일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환불을 해주냐고 묻는 동료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곧 후회했다.
다른 동료에게 문자를 했다.
- 가끔씩 급여명세서를 살펴봐야겠어. 교통관리비가 계속 공제되고 있었던 거 있지?
- 아 진짜? 환불해 달라고 했지?
- 아니, 괜히 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됐다고 하긴 했는데 8월부터니까 6만 원이나 되긴 하더라.
- 환불해 달라고 해봐. 6만 원이면 어디야. 우리 돈은 소중한데.
이 말이 듣고 싶어 문자를 했던 것 같다. 담당 주무관에게 다시 연락했다. 따져보니 6만 원이나 되더라고, 혹시 환불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 답했고, 나는 나중에 밥 한 끼 사겠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1만 원은 눈에 띄는 금액이 아니라서 스스로 눈치챌 수는 없었을 것이고 급여명세서를 보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몇 달간은 계속해서 매 달 1만 원씩이 빠져나갔을 것이다.
비슷한 일은 며칠 전에도 있었다. 아이는 초코파이를, 나는 몽쉘을 사겠다면서 같이 집 앞 마트에 갔다. 초코파이 12개입 1박스를 사려고 했는데 아이가 30개입 1박스를 집어 들었다. 30개는 너무 많은 것 같아 12개짜리를 사자고 아이에게 이야기하려던 찰나, 초코파이 30개입, 7,980원/1 box '초특가' 행사중라는 안내를 봤다. 오 엄청 싼데? 30개입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오지 않았을 텐데, 받아 왔더라도 집에 와 다시 펼쳐보지 않았을 텐데 그날따라 영수증을 보게 되었다. 마트에 적립된 포인트가 얼마지? 하고. 그런데 포인트 보다도 초코파이30p... 9,600원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분명히 초특가 상품이었는데? 마트에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방금 초코파이랑 몽쉘 사 온 애기 엄마인데요. 초코파이 30개짜리 행사한다고 붙어있는 거 봤는데 9,600원 결제가 되어서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 초코파이 30개 9,600원이 맞는데요?
- 아니요, 거기 매대에 초특가라고, 7천 얼마라고 붙어있는 걸 봤거든요.
잠시 마트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더니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회신 전화에서 오늘부터 행사를 하고 있는데 포스기에 입력이 안 되어 있었다고, 방문하면 현금으로 바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곧 방문하겠다고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초특가 행사가 될 뻔했다.
푼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하루 종일 땅을 판들 백 원 하나, 천 원 한 장 나올 리 만무하다. 그만큼 돈을 버는 일 자체가 힘들다는 의미이다. 오죽하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겠는가?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는 일,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는 일은 사소하고 번거로울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간다. (물론 잘 처리됐을 거라는 믿음이 더 크다) 그러는 사이에 애써 번 돈이 엉뚱하게 새어나갔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간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는 월급을 상세 내역이 표시된 봉투에 담아주고, 가게에서는 거스름 돈을 받으면서 바로 확인이 가능했는데(엄청 옛날 사람이 된 것 같다) 요즘 급여는 계좌로 바로 들어오고, 계산은 카드로 하다 보니 돈에 대한 개념이 무뎌지고 희미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 급여명세서 확인은 잊지 않도록 하고, 가게에 가서는 야무지게 말해야지, 버려주세요, 대신 영수증 주세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