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찌개야, 겨울을 부탁해!
이번 주에만 순두부찌개를 두 번 먹었다. 보통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인데 어쩌다 보니 외식할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순두부찌개를 골랐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안 그래도 남다른 뚝배기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뚝배기의 열기로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찌개에 계란 한 알을 톡, 깨뜨린 후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이불을 덮듯 온기를 덮어 준다. 계란 노른자를 깨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부들부들하고 야들야들 순두부를 국물과 함께 한 입 크게 떠서 먹는다. 슴슴한 순두부와 매콤한 찌개 국물이 한데 어우러져 목을 타고 넘어갈 때면 한겨울 얼어붙은 손 끝, 발 끝까지 사르르 녹아들면 짜릿함에 부르르 몸이 한번 떨리기도 한다. 이번에는 밥도 한 술 뜬 후 다시 한번 찌개를 떠먹는다. 얼큰한 국물이 스민 밥알 사이로 순두부의 부드러운 맛이 더해진다. 눈 밭을 구른데도 식지 않을 뜨끈함이다.
김치찌개는 뚝배기보다는 가스레인지에 올려두고 뭉근하게 끓여 먹는 것이 더 맛있고(라면 사리 추가는 필수) 된장찌개는 뚝배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지만 겨울 동안만큼은 순두부찌개에 우선순위를 내어주고야 만다. 순두부의 새하얀 색감과 몽글몽글한 촉감이 겨울의 눈을 떠올리게 해서인지 순두부찌개는 다른 계절보다 겨울과 잘 어울린다. 보슬보슬한 눈을 뭉쳐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뚝배기 속에서도 탱글탱글한 탄력을 잃지 않는 순두부는 매력적이다. 일부러 숟가락으로 헤집지 않으면 두부처럼 국물이 깊게 배지 않아 순두부 본연의 맛도 어느 정도 유지한다.
김치찌개는 김치의 맛에 따라 찌개의 맛이 결정되는 반면 순두부찌개는 순두부가 주인공이면서도 국물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 육수에 해물을 기본으로 하면 해물순두부, 고기를 넣으면 고기순두부가 되고 한동안 매운 라면에 순두부를 넣은 조리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맑은순두부에 간장 양념을 더해 먹는 것도 별미인데 순두부의 가장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에 있어서 다른 재료와 어우러지면서도 자기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식당에 걸려있는 수많은 메뉴들이 있지만 오늘도 순두부찌개가 나의 정답인 이유이다.
삶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타인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멋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 나 잘난 맛에 내 주장만 하면 꼰대가 되기 쉽고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 한순간에 외톨이 신세가 된다. 반면 다른 사람들 의견에 나를 맞추다 보면 대인관계는 원만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나의 존재는 희미해지고 공허가 찾아온다.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나아갔다가 뒷걸음질 쳤다가 가끔은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인생길에서 가고 싶은 방향으로 한 발자국씩 발을 떼는 중이다. 이 길이 맞는 길이냐고 지나는 이가 묻는 다면 사실 글쎄요, 하고 머리를 긁적일 테지만 이 겨울 단 하나의 음식이 뭐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순두부찌개!라고.
점심시간을 앞두고 친한 후배한테서 문자가 왔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식성도 닮는가 보다. 역시 겨울엔 순두부찌개이다.(어쩜 이름도 순두부일까? 순둥순둥 귀엽기 짝이없다. 순두부를 먹으면 나도 좀 순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