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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달달 Oct 31. 2021

교육행정직의 Good  & Bad

저는 Good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공무원이 되고 그것도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가?이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흔히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떠올리고 사실 학교 행정실에 공무원이 근무하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행정직렬은 크게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선발하는데

국가직 교행 -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 국립대학 및 국립학교

지방직 교행 - 교육청, 유치•초•중•고등학교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공채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6년 결혼과 함께 인사교류를 통해 현재는 제주도의 한 국립대학에서 근무 중이다. 지방직 교행에서 국가직 교행으로 지방직 공무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변경된 셈이다. 이 경우 전출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 의원면직 후 국가직 공무원으로 신규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부분은 다음 회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4개월 동안 지역교육청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발령 후 유사경력으로 근무기간의 50%가 호봉 산정에 반영되었다. 첫 발령지는 서초구의 유명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였다.  초, 중, 고등학교는 교장 아래 교무실은 교감이, 행정실은 행정실장이 통솔하며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행정실엔 실장(6급), 차석, 삼석 3명이 근무한다. 중학교 행정실엔 4명, 고등학교는 다섯 명 이상인 경우가 많고 병설유치원의 유무 또는 학교의 규모 등에 따라 1-2명 정도 가감될 수 있으며 고등학교는 사무관(5급)이 행정실장이다. 시설직 2명(혹은 1명)은 일반적으로 학교 관리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고 사무실도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 행정실에서 하는 대표적인 업무는 회계이다. 학교의 1년 살림인 예산 편성 및 결산을 한다. 연내 예산을 조정하는 추가경정예산 업무 또한 당연히 포함되며 보통 행정실장의 고유 업무이기도 하다. 행정실장이 업무 중 계약업무도 있는데 계약은 학교 상황에 따라 차석이 맡기도 한다. 그리고 급여 업무(4대보험 신고 등 포함) 및 세입과 지출업무가 있다. 학교의 세입은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대부분이고 (초등학교의)돌봄교실경비, 방과후활동, 체험활동이나 수학여행, 고등학교의 보충수업 등 학부모들이 납부하는 금액을 수익자부담경비라고 하는데 이런 보조금과 수익자부담경비 같은 재원들을 수입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말한다. 이 세입예산에 맞춰 세출예산을 집행하는 일을 지출이라고 하고 학교에서 돈이 지출되기 위해서는 총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사업부서에서 돈을 집행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지출품의, 품의에 대해 실제로 집행(결제 혹은 계약)  금액을 결재받는 원인행위, 그리고 돈을 통장에서 빼내겠다는 지출결의. 학교뿐만 아니라 나랏돈을 쓰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출품의 : 사업부서(학교는 보통 교무실)

원인행위 및 지출결의 : 행정실

그 외에 학교의 물품들, 기록물 등을 관리하고 졸업증명서 등을 발급하는 민원업무를 담당한다. 시설직 공무원들은 학교의 조경과 작은 공사(학교의 증축 등 큰 공사는 지역교육청 시설과에서 지원한다) 등 학교 시설물관리를 맡는다.


교육청은 조금 다르다. 우선 국-과 단위로 구성되어 규모가 크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본청을 제외하고 총 11개 지역교육청이 있다. 지역교육청의 장은 교장 중에서 임명되어 임기를 마치고 다시 교장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회계뿐만 아니라 인사업무와 학생들 복지 업무, 학원의 인허가, 학생들의 학교 배정 등 학교에서의 업무가 더 확대 및 세분화되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행정지원국 - 총무과, 재정과, 시설과, 평생교육건강과(모두 교육행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된다)

교육지원국-학교지원(초등 및 중등)과, 학생복지과(교사중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장학사들로 주로 구성되고 교육행정직 공무원도 함께 일한다)

본청은 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지방교육청보다 상위기관으로 지역청보다 더 심화되고 전문화된 업무를 맡는다. 교사와 일반직 공무원 임용 시험을 담당하고, 교육에 대한 정책들이 논의된다. 고등학교는 본청에서 담당한다. 교육감은 모두가 알고 있듯 선출직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이 임기 중에 있다.

9급 신규임용되었을 때는 학교 발령이 대부분이고 이후 8급 7급을 거치면서 학교 행정실-지역교육청-본청으로 순환 근무하며 보통 2년 주기이다. 무조건은 아니라서 학교 중심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기도 하고 교육청 중심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기도 하는데 본청 근무는 아무래도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거나 본인을 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근무가 가능한 편이다. 승진도 빠르다. (개인적인 견해이나 틀린 말은 아니다.) 본청에서는 지역청과 고등학교, 직속기관(유아교육진흥원, 도서관 등) 발령을 내고 지역청에서 다시 일선 학교 등으로 발령 낸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6급 승진을 하게 되면 무조건 학교 행정실장으로 발령이 난다. 보통의 경우라면 6급까지 승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후 승진에 있어서는 개인의 선택과 관운이 시너지를 발휘해야 가능하다.


tip. 승진 최저연수라는 것이 있다. 9급->8급은 1년 6개월, 8급->7급 2년, 7급->6급 2년. 하지만 말 그대로 최저연수라서 일반적으로 빠르게 승진해도 9급에서 시작해 6급이 되는데 10년 이상 걸린다. 최저연수만 있는 건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승진을 하지 못하면 근속승진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승진이 되기도 한다. 9급->5년, 8급->7급 7년, 7급->6급은 11년 정도 되고 기간 중에 대우공무원 수당을 받게 된다. 요즘은 어느 기관이나 승진이 많이 적체되어 있는 편이다.


<Good>

학교 근무의 최고 장점은 근무시간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보통 8시 30분 출근 4시 30분 퇴근이다. 고등학교는 8시 출근 4시 퇴근이 일반적이다.(교육청은 일반 출퇴근과 동일하다. 9시-6시) 점심시간이 근무시간이기 때문에 행정실을 비울 수 없어 돌아가면서 밥을 먹고 바로 복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산책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출퇴근 지옥을 피할 수 있다는 점, 회식 3차까지 간다고 해도 밤 9시면 집에 갈 수 있다.

교육행정의 기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고 이런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곳이 학교이다. 학교 업무를 파악해야 교육청에서 하는 일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발령지가 일선 학교인 경우가 많다.

점심에 뭐 먹을지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직장인의 가장 큰 고민이 점심 메뉴 선택이다. 이거 때문에 퇴사했다는 어느 회사의 막내의 사연을 들은 적도 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은 재료도 좋은 것을 사용하고 영양사 선생님들께서 영양적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위해 식단표를 미리 구성한다. 단, 급식비는 당연히 내야 하므로 급여에서 공제한다.(본인이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의사를 표하면 공제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점심이 정말 맛있어서 점심시간이 항상 기대되었고 나중에서 8킬로나 쪄서 빼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다. 내가 하는 업무를 옆에 학교에 근무하는 내 동기도 하고 있다. 각자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옆에 동료는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문이 왔는데 명확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로 해석될 때, 자료를 어떻게 제출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당연히 공문을 보낸 사람한테 문의하는 게 맞지만 여의치 않을 때에는 동기들과 상의하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무엇보다 나만 모르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심적 안정을 준다.


<Bad>

교육행정직원과 교사와의 갈등 상황이 존재한다. 교육행정직렬은 대표적으로 2 원화 된 구성원이 공존하는 조직이다. 교사-행정직원. (검사와 행정직, 판사와 행정직도 마찬가지로 2 원화 된 조직이다. 반면 일반행정직은 모두 행정직으로 일원화된 조직이다.) 수업-행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원활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는데 우선 학교 특성상 교사가 주를 이루고 행정직원은 시설직까지 다 합쳐도 열 명 미만이다 보니 수적으로 열세하다. 인원적 비율 차이뿐만 아니라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행정인력을 행정전문가로 인정하기보다는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인력이라 여기거나 행정 현실을 즉시 하지 못하고 교사들은 일체의 행정은 배제하고 수업만 하겠다고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는 일부 교사들과 입장 차이 및 견해 차이로 종종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교사들은 41조 연수 제도를 통해 개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방학을 활용할 수 있지만 행정직원에게는 해당 사항은 없다. 교육청이나 다른 동사무소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눈 앞에서 교사들이 방학을 누리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프긴 하다. 교장, 교감을 비롯해 부장 선생님들은 거의 출근한다.

급여에서 추가적 수당을 받기가 어렵다. 업무 특성상 어떤 사업을 기획하거나 타 정부기관과 협업하거나 하는 일은 지역교육청이나 본청에서 하고 학교는 공문에 의한 일상적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초과근무할 일이 거의 없다. 학교 근무의 좋은 점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초과근무수당이 없다 보니 급여가 정말 딱 기본급여뿐이다. 민원수당도 없고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경우 가족수당도 없다. 맞춤형 복지 수당도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 직렬 중에서 최저 수준이다. 급여는 매 월 17일에 지급되는데 2014년 9급 1호봉을 받았을 때 급여의 절반만 들어온 건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급여가 적은 줄은 알았지만 눈으로 보니 실감이 났다.

tip. 교사들은 9호봉부터 시작한다. 교사가 되기 전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것도 호봉으로 인정해준다. 일반직은 해당사항 없다.


교육행정직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몸담고 있는 조직을 바라보는 것이라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글을 쓰다보니 bad 보다 good 이 더 많다. 내가 나도 모르게 내 일을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지금은 대학에 근무하고 있어 위에 언급한 상황과 많이 달라졌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는 무던히도 있던 곳으로, 서울시교육청 소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나 아직은 제주가 좋아 제주를 놓지 못하고 있어 돌아갈 길이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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