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2016년 6월 1일 자로 제주에 있는 국립대학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결혼과 함께 제주로의 이주는 결정되었는데 내 직장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겼고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3가지였다.
1. 그냥 서울시교육청 소속으로 남는다.
2015년 말, 이듬해 3월이면 첫 발령지인 초등학교에서 꽉 찬 2년이 될 쯤이었다. 내가 근무하던 곳의 관할지역청 인사팀장님이 실장님한테 1월 1일 자로 지역청으로 인사 발령을 내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전화를 했다.
“안돼 안돼! 우리 ‘달콤달달’ 이제 결혼하면 제주로 가서 살 거야. 응 교류해야지. 정확히는 모르는데 가긴 갈 거야 빼지 말고 그냥 둬.””
그랬다. 2016년 2월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나는 아직 서울에 있었던 것이다. 당초 플랜에서 나는 1월 1일 자로 제주도 직장으로 발령을 받고 2월에 결혼식을 치르는 거였는데 상견례하고 결혼식 날짜 받고 예식장도 다 예약한 상태에서 일이 틀어져버렸다. 결혼식을 미룰까도 했었는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교육청에서는 알 수 없으니 나를 데려가고 싶다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4회 차 글에서도 말했듯 학교에서는 어떤 기획이나 구상 없이 하달된 공문에 의해 정해진 업무만 하다 보니 1년 차에 업무 한 바퀴 다 돌고 2년 차가 꽉 차 오면 슬슬 지겨워진다.(그래서 2년 주기로 발령을 내는 것 같다.) 내심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였고 실장님 말은 구구절절 다 맞았다.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게 나도, 나를 받아줄 부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서 그렇게 나의 학교 잔류가 확정되었다. 너무 아쉬웠다. 그 사이 8급으로 승진도 했겠다, 학교 근무 2년 했으니 지역청 혹은 본청으로 옮겨 좀 더 일도 배우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한 마디로 큰 물(?)에서 놀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였다. 마침 발령 전 일하던 지역청에서 모시고 있던 과장님께서 본청 총무과에 계셔서 한 번씩 “본청으로 와야지!” 하고 말씀을 보태시던 때이기도 했다. 결혼만 아니면, 제주도만 아니면 서울시교육청에서 황금빛 미래(승진, 평판 이런 것들)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오, 결혼이고 제주고 그냥 서울에 계속 있을까? 결혼한다고 꼭 같이 살아야 하나? 주말부부 할까? 머리가 복잡했다.
2. 제주도교육청 소속으로 간다.
나이스며 에듀파인이며(지금은 차세대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사용하던 시스템을 제주도교육청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니 업무적으로 부담감이 적어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 알고 지내는 분들 중에 사무관 동기가 제주에 있으니 잘 말해주겠다는 사무관님도 계셨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덩그러니 던져지는 게 걱정인 마당에 솔깃한 말들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제주도’교육청 소속이므로 발령지가 서귀포(동쪽 끝, 서쪽 끝, 아니면 남쪽 끝) 일 수도 있고 제주시라고 해도 이동거리 꽤 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처럼 지하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운전면허가 있는 것도, 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멀리 발령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3. 제주도에 있는 대학으로 간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했던가. 대학은 기본적으로 국가직이고 국가직은 아무래도 지방직보다 하나라도 더 체계적일 것 같았다. 대학에서 일을 하다가 교육부로 갈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교육부는 중앙기관이니까 좀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한마디로 대충 좋아 보인다는 뜻. 그리고 대학 내에서만 발령을 받다 보니 멀리 다닐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결혼 때문에 제주에 가는 만큼 아이도 생길 수 있으니 아무래도 출퇴근이 안정적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최종 선택은
결국은 3번, 제주도에 있는 대학으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출퇴근 길이 안정적인 게 가장 큰 장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글로 쓰고 보니, 나는 내심 계속 서울시교육청에 남고 싶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야기가 구구절절 가장 긴 걸 보니 말이다. 이렇게 기관 이동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기간관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나라일터’를 통해서다.
나라일터 통해 교류하기
나라일터는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공무원 인적교류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1:1이 가능하고 3명이서 교류하는 삼자 교류, 상황에 따라서는 4자 이상의 다자 교류도 가능한데 아무래도 연결된 사람이 많을수록 교류가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중 누구 한 명의 마음이나 상황이 변하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정기간 서로 근무지를 바꾸어서 경험하는 계획인사교류도 있지만 가장 많이 매칭 하는 방식이 1:1 교류인데 본인의 직급, 소속기관, 희망기관 등 교류에 필요한 정보를 기입해 게시판에 노출하면 조건에 맞은 사람을 찾아 교류 신청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이때 전화번호나 현직급 임용일, 이메일 주소 등은 본인이 누구인지 밝혀져 현 기관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는 개인 정보는 비공개로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보통 쪽지 기능을 사용한다. 매칭이 되고 나면 서로 ‘수락’ 단계를 거쳐 기관에 통보된다. 이후 양 기관 협의를 거쳐 교류가 최종 성사된다. 내가 가고 싶은 기관에 나와 같은 직급인 사람이 지금 내가 속한 기관으로 오고 싶어 할 확률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교류 추진 중간에 틀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사실상 교류가 쉽지 않다는 말이고 결국 나도 강임 해서 교류했다. 결혼하면 같이 살아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기때문에(이 생각에 지금은 변화가 좀 있지만서도 그 땐 그랬다.) 8급에서 9급으로 강임 해서 교류했는데 지금도 8급이다.(교류할 분이 8급이었기 때문에 내 급수를 낮춰야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출산과 육아휴직이 있긴 했지만 서울시교육청 동기들은, 둘째까지 낳은 동기들마저 이미 7급임을 감안했을 때 승진이 늦었다. 강임 하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시도 이후에는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전입의 방법으로 기관 옮기기
전입은 인력을 보충할 기관에서 전입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원을 위해 현기관의 전출동의를 전제로 하는데 기관에서 인력의 이탈을 반길리 없다. 신규직원을 뽑아 교육하는데 든 시간과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들어올 사람을 채워야 동의해주기도 한다. 나라일터 게시판에 ‘자리 채워요.’ 혹은 ‘자리 채워주실 분 구해요.’ 하는 글이 올라오는 이유이다. 전출동의를 얻기 위해 전출 의사를 밝히는 순간 이미 현기관에서 마음이 떠나 있다고 판단하여 사소한 업무 실수에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기 때문에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땐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것이 상책이다. 마음고생이 심할 수 있다. 서류 심사 후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되고 서류 심사 시 자기소개 및 지원동기, 업무 성과 등을 기술해야 하고 면접 심사의 기초 자료가 된다. 그런데 요즘 기관마다 승진 적체가 심한 곳이 많아 전입 공무원은 거의 9급으로 때문에 강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입 기관에서도 승진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8급 이상인 경우 특정 시점 이후 즉 승진하고 2년 이내인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전입 공고에 한 번 지원한 적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인사기록카드를 나이스에서 출력할 수 있어 기관에 알리지 않고 슬쩍 지원했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식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되지 않았다. 나중에 전입으로 기관 이동한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니 '다신 보지 않을 사이'라는 생각으로 엄청난 전투 끝에 얻어낸 쟁취라고들 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이 이유였을 뿐 서울시교육청을 떠날 마음은 없었으니까.
교류나 전출이나 기관 이동 후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이동한 경우 보상심리로 인해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또다시 다른 기관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이미 여럿 보았다. 모든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절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