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공정 논란과 아이의 세 번째 설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때아닌 '한복공정' 논란이 일었다. '한복공정'은 2월 4일 개최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인데, 이미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에 대한 반감으로 한복 또한 중국의 복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것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나타낸다. 이에 중국에서는 외교 경로를 통해(왜 공식 해명이 아닌 것이냐 이놈들아!)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전 세계의 공식적 행사에 적절치 못한 처사임은 분명해 보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2967620
요즘은 서울의 경복궁이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모습이 흔히 보이는데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좀 더 자주, 실생활에서도 한복을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나도 있다. 한복 관련으로 검색을 해보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복 근무복' 전시 및 룩북(look-book)제작, '한복교복보급시범사업' 등을 통해 일상생활과 한복을 연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었다. (잘한다, 잘한다, 믓찌다 믓쪄!) 매일 뭐 입고 출근할지도 고민인데 한복 근무복이 도입된다면 개인에게는 옷 고를 시간 절약에 옷 소비에 들어갈 돈도 아낄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한복을 보편화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에 실용을 더해 일상복으로서의 한복 활용도를 현재보다 높일 수 있다면 한복이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임을 굳이 내세우려 하지 않아도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복이 우리나라의 전통 복식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 자신들조차 한복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등한시해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터다. 명품을 사기 위해서는 밤새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으며 몇 백, 몇 천만 원도 지불하면서 한복에는 몇 십만 원 드는 것도 아까워 대여해서 입고 있는 현실이 아스라히 스러진 조선왕조의 500년 역사의 뒤안길 같아 쓸쓸하다.
한복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댁에서는 설날에 한복을 입는다. 처음에는 유별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집안의 좋은 가풍으로 인식하여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설 명절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집안을 활보하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니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난다. 특히 한복 입은 아이는 정말 예쁘다. 이번 설에 아이의 세 번째 설빔을 마련했다. 아이 한복이라고 해도 비싼 편인데 1년에 한 번만 입다보니 조금 큰 걸 주문해서 이태를 입힌다.
평소에 잘 입지도 않을 한복을 구입하는 것이 낭비라고 여겨 대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우리 부부는 결혼식 때에도 한복을 맞추었다. 내 한복은 누가 봐도 새색시 전용이라고 쓰여 있어서 결혼식 이후 입지 못하고 있지만 남편은 매 해 설날에 아이와 함께 한복을 입고 있으니 그야말로 뽕을 뽑는 중이다. 아이에게는 까끌까끌하고 신축성 없는 한복이 불편할 법도 한데 한복의 고운 빛깔 때문인지, 한복 입은 자신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드는지 한복을 입지 않겠다며 떼쓰는 일이 없다. 올해 한복은 특히 마음에 들어 해서 오래도록 벗지 않고 세배를 마쳤고(덕분에 사랑과 관심을 온몸에 받고 세뱃돈도 듬뿍 받았다.) 설 연휴를 끝내고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도 한복을 입고 갔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중해 주는 것처럼 한복뿐만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우리가 먼저 아껴주어야 밖에서도 빛이 날 수 있다. 지금은 명절에만 한복을 입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은 또 얼마나 한복을 귀하게 여겨왔는지 반성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문체부 공무원도 아니고 평소 애국심이 넘쳐나는 사람이 아닌데 동계올림픽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마음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집 안에서는 그리 애틋한 형제 관계는 아닌데 밖에서 동생을 누가 때리면 득달같이 달려가 줘 패주는 그런 거, 그제야 동생이 막 안쓰럽고 소중해지는 그런 거 말이다. 출근길에, 아이 등원길에 매일같이 한복을 입을 날이 곧 오면 좋겠다.
* 아울러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모쪼록 건강하고 안전하게, 더는 수년간의 땀과 노력이 편파 판정으로 물거품이 되는 일 없이 공정하고 무사하게 모든 경기를 마무리하고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메달의 색뿐만아니라 메달의 득실 여부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그 자체가 이미 승리한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팀-코리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