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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달달 Feb 10. 2022

한복, 매일 입고 다닐까?

한복공정 논란과 아이의 세 번째 설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때아닌 '한복공정' 논란이 일었다. '한복공정'은 2월 4일 개최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인데, 이미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에 대한 반감으로 한복 또한 중국의 복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것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나타낸다. 이에 중국에서는 외교 경로를 통해(왜 공식 해명이 아닌 것이냐 이놈들아!)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전 세계의 공식적 행사에 적절치 못한 처사임은 분명해 보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2967620


요즘은 서울의 경복궁이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모습이 흔히 보이는데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좀 더 자주, 실생활에서도 한복을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나도 있다. 한복 관련으로 검색을 해보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복 근무복' 전시 및 룩북(look-book)제작, '한복교복보급시범사업' 등을 통해 일상생활과 한복을 연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었다. (잘한다, 잘한다, 믓찌다 믓쪄!) 매일 뭐 입고 출근할지도 고민인데 한복 근무복이 도입된다면 개인에게는 옷 고를 시간 절약에 옷 소비에 들어갈 돈도 아낄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한복을 보편화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에 실용을 더해 일상복으로서의 한복 활용도를 현재보다 높일 수 있다면 한복이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임을 굳이 내세우려 하지 않아도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복이 우리나라의 전통 복식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 자신들조차 한복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등한시해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터다. 명품을 사기 위해서는 밤새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으며 몇 백, 몇 천만 원도 지불하면서 한복에는 몇 십만 원 드는 것도 아까워 대여해서 입고 있는 현실이 아스라히 스러진 조선왕조의 500년 역사의 뒤안길 같아 쓸쓸하다.

<문체부에서 제작한 한복근무복 룩북, 한복을 너무 개량해 한복느낌이 덜 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아님 주의>

한복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댁에서는 설날에 한복을 입는다. 처음에는 유별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집안의 좋은 가풍으로 인식하여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설 명절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집안을 활보하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니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난다. 특히 한복 입은 아이는 정말 예쁘다. 이번 설에 아이의 세 번째 설빔을 마련했다. 아이 한복이라고 해도 비싼 편인데 1년에 한 번만 입다보니 조금 큰 걸 주문해서 이태를 입힌다.


평소에 잘 입지도 않을 한복을 구입하는 것이 낭비라고 여겨 대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우리 부부는 결혼식 때에도 한복을 맞추었다. 내 한복은 누가 봐도 새색시 전용이라고 쓰여 있어서 결혼식 이후 입지 못하고 있지만 남편은 매 해 설날에 아이와 함께 한복을 입고 있으니 그야말로 뽕을 뽑는 중이다. 아이에게는 까끌까끌하고 신축성 없는 한복이 불편할 법도 한데 한복의 고운 빛깔 때문인지, 한복 입은 자신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드는지 한복을 입지 않겠다며 떼쓰는 일이 없다. 올해 한복은 특히 마음에 들어 해서 오래도록 벗지 않고 세배를 마쳤고(덕분에 사랑과 관심을 온몸에 받고 세뱃돈도 듬뿍 받았다.) 설 연휴를 끝내고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도 한복을 입고 갔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중해 주는 것처럼 한복뿐만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우리가 먼저 아껴주어야 밖에서도 빛이 날 수 있다. 지금은 명절에만 한복을 입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은 또 얼마나 한복을 귀하게 여겨왔는지 반성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문체부 공무원도 아니고 평소 애국심이 넘쳐나는 사람이 아닌데 동계올림픽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마음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집 안에서는 그리 애틋한 형제 관계는 아닌데 밖에서 동생을 누가 때리면 득달같이 달려가 줘 패주는 그런 거, 그제야 동생이 막 안쓰럽고 소중해지는 그런 거 말이다. 출근길에, 아이 등원길에 매일같이 한복을 입을 날이 곧 오면 좋겠다.


* 아울러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모쪼록 건강하고 안전하게, 더는 수년간의 땀과 노력이 편파 판정으로 물거품이 되는 일 없이 공정하고 무사하게 모든 경기를 마무리하고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메달의 색뿐만아니라 메달의 득실 여부도 중요하지 않아요,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그 자체가 이미 승리한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팀-코리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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