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아휴... 우짜누?
연말에 너무나 힘들었지?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욕심이 과했어
이렇게 탈 날줄 정말 몰랐어
연말 합창단 공연이 줄지어 잡히면서
뾰족구두신고 키 커 보이고 싶었고
종종걸음으로 바쁜 스케줄에
높은 하이힐 신고 돌아다녔지
아니 아니 이런 일 처음이야
골프 라운딩 36홀을 라면한끼로
8시부터 5시 30분까지 종횡무진 걸었고
오고 가고 4시간 넘게 이동을 한 후
너는 그만 퉁퉁 붓고 아프기 시작했지
겁이 날 정도로 아팠어~
후끈거리고 찌릿찌릿 걸음을 옮길 때마다
너무너무 아팠어 병원도 못 갈 정도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어 그리고
3일을 꼼짝도 못 하고 집콕하면서 쉬었지
새해인데 말이야 어디론가 여행을
가려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어
부종을 가라앉히려 호박죽을 먹고
뼈에 좋으라고 생선과 고기를 먹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고구마 샐러드를
그리고 녹차를 너에게 양보했어 어떻게?
물을 끓이고 녹차티백을 우려내어
작은 대야에 부었어
그 안에 너를 담그고 나서야 휴우~~
족욕 30분 정도 꾸준히 하며 민간요법으로
연말 후유증이 연초로 이어졌고 염증이
있다는 소견과 함께 약을 처방받아 왔어
쉬고 싶다 쉬고 싶어 ~노래를 불렀는데
발바닥이 아파서 쉴 수밖에 없었어
두 남자들 엉터리 요리에 웃음이 났지만
배불렀고 이곳저곳 청소를 해야 하지만
널브러진 상태로 며칠을 보냈어
살만 하더라고 너무 깔끔 떨지 않아도 되고
갈곳, 안 갈곳 골라서 가게 되더라고
너무 혹사시킨 너에게 미안해~
진심을 꾹꾹 눌러 반성문을 쓰는 중이야
늘 너는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어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사과해 사과해 사과한다.
네일을 해주는 게 사랑인 줄 착각했어
예쁘게 포장하고 사는 거 말이야
속은 병들고 아파지고 염증이 생겼는데
겉만 멀쩡하고 예뻐 보인 거지 ㅠㅠ
너를 아프게 하려던 건 진짜 아니야
바쁘게 살다 보니 그랬어 용서해 줘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
덕분에 발 편하고 하얀 운동화를 새로 샀어
너를 위한 선물이야 고생 많았어
새신을 신고 새 마음으로 새롭게 살게
침대에 누워 뜨거운 물수건으로
감싼 내 발을 보는 순간 울컥했어
발아 발아 정말 미안했고 고마워~
내 몸 중 가장 아래 발바닥에게 사과하기는
처음이야 묵묵하게 날 지켜준 1등 공신
오른발 왼발 중 한 발만 아파서 다행이야
2026년은 건강하게 내 몸도 내 마음도
잘 살피면서 조심조심 살아갈 거야
아기 때는 발바닥으로 걷고 싶었고
아이가 되어서는 발바닥을 딛고 뛰고 싶었고
어른이 되고 나서 발바닥 닿도록 달렸어
반백년 살아보니 아휴~ 힘이 드는구나!
발바닥이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어
두 발로 걷고 뛰고 달리고 어디든 나를
데려다주는 발과 발가락들에게
발바닥 아니 뒤꿈치까지 모두모두 소중해
쉼표 찍고 났더니 살살 천천히 걷게 되네
의류공장에 피어난 꽃을 보면서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