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네 부부와 함께
날이 춥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퇴근길이 막혀 기다림이 길어져도
나를 반갑게 만나 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10년을 버티고
찬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한국에서 오더 미팅을 남편과 동행했다.
오전 한 팀, 오후 한 팀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여유롭고 편안한 만남을 위한 배려였다.
하루스케줄을 마칠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남양주에 사는 남동생이다
"누나, 아무리 바빠도 얼굴 보여주고 가야지"
기막힌 타이밍에 번개팅을 접수했다.
서울에서 구리역으로 출발했다.
남양주 구리역은 처음이라 네비만 의지했다.
퇴근 무렵이라 차가 막히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갈 수 있었다
화려한 불빛과 네온사인이 가득한 서울이다.
여긴 어디?
30년을 살았던 서울인데... 참 어색하다.
어디가 어딘지 네비 없이는 다닐 수도 없다.
구리역 시골식당을 찾는 미션은 흥미로웠다.
양푼이에 동태알탕을 먹기 위해 달려간 곳에서
동생네 부부를 10개월 만에 만났다.
반가움도 잠시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오래된 시골식당 간판이 정겹다.
뜨끈한 양푼이 동태탕으로 속을 채운다.
동태알도 야채도 동태도 커다란 양푼이를
품고 끓고 있었다. 한국의 맛 타국살이
10년 차 그리운 고향의 맛이었다.
국물이 끝내줘요 ~~
20년이 넘어 30년이 다되어간다는 시골식당
역대급 푸짐한 양에 반하고
구수한 맛에 반하고
함께해 준 남동생네 부부에게 반했다.
아이고 춥다 뜨근한 국물이 속을 채우니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오가던 피로가
한방에 풀렸다. 입식이 아닌 좌식이라
엉덩이도 허리도 불편했지만
혀끝이 전하고 목 넘김이 전하는 참맛
분명 그 맛에 끌림이 있었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행복한 거 맞다.
더운 나라에서 온 매형에게
남동생은 "매형. 너무 추워 보여요
입고 있던 롱 코트를 벗어주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최고요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해요
한국날씨가 많이 추워요 "
한국에 있는 동안 입고 다니세요
양푼이 동태탕처럼 따스한 사랑이
전해졌다. 코트를 벗어준 동생 덕분에
다음날 미팅은 다 잘 되었으며 우리는
함께해 온 세월만큼 은근함으로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사랑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
내가 먼저 베푼 사랑은 언젠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온다. 안테나 쭈뼛 세워 찾아간 구리에서
양푼이 동태탕으로 흐뭇한 하루를 보냈다.
하노이로 돌아오니 한국이 벌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