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따봉!

휴가~

by 아이리스 H

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 떠나는 게 여름휴가 아닌가요?


비행기 타고 가면 더 좋고... 호캉스도 괜찮은데... 코 시국에 갈 곳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방콕, 집콕하며 답답하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와중에 더 답답하고 힘든 자가 있다네요?? 같이 가볼까요?


용기를 내어 kF 94 블랙 마스크를 쓰고 1박 2일 휴가를 서울로 몰래 떠났습니다. 4단계에 쏟아지는 델타 변이 환자수가 급증하는 이 시기에 긴급 호출로 명 받았고 KTX 타고 천안 아산역에서 40분 거리의 서울역에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두리번거릴 새도 없이 쏜살같이 서울역을 빠져나와 택시로 갈아탔습니다.


그리고 호출받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30분쯤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첩보원처럼 스스로 보안에 신경 쓰며 도착한 곳은 쪼맨한 이쁜이가 곧 따봉! 하고 세상에 나올 예정이라는 제보를 접수받고 잠시 기쁨조로써의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 남산만 한 배를 보러 온 것입니다.


'어머나 세상에... 따봉 아니고 따따 봉입니다.'


신혼 3년 만에 임신이 되었고 코 시국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첫 조카의 집에 휴가차 왔습니다. 다행인지? ㅎㅎ 따봉이 아빠는 주말에 온다고 합니다. 혹시나 성격이 급해서 따봉이가 나올지도 모르니 대기 중인 친언니는 이미 할머니 될 준비를 마치고 나를 초대한 것입니다.


따봉 이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코 시국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이겨 냈고, 드디어 따봉이를 맞이할 준비로 바쁘답니다. 설렘 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노심초사 하루하루 D-day 체크하며 살아온 10개월 힘들었을 날들이 재생 버튼 누르지 않아도 비디오처럼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날아온 하나뿐인 이모에게 따봉이의 안부를 전해 주었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언제 볼지 알 수 없고, 내가 다시 하노이로 갈 수도 있으니 급 호출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 코 시국이지만 비밀리에 급 번개팅으로 시작된 세 여자의 여름휴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묵혀놓았던 이야기를 봇물처럼 꺼내놓으며 시작되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란 말 아시죠?


일단 배가 고프니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전에 낙지볶음의 칼칼한 매운맛과 어우러진 당면의 부드러움으로 밥 한 공기는 기본이고 밥 안 먹어도 이미 배부른 1인과 함께 반공기 추가요 ㅎㅎ 하마터면 내가 임산부인 줄... 어찌나 맛나게 점심을 먹었는지? 시원한 아메리카노 패스! 소파에 앉았습니다.


음 ~~~ 조아조아 따봉아? 너도 좋지??


긴급호출을 한 따봉이 엄마는 ㅇㅇ고등학교 영양사 출신이라 원래 요리도 잘하지만 더위에 집밥보다 배달음식을 시켜서 조금의 정성과 맛을 가미하여 맛난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우린 휴가를 즐겨야 하니 모든 음식은 배달 또는 직접 사 와서 먹기로 했는데.... 탁월한 메뉴 선택과 사다 놓은 빵과 과일까지 냠냠... 센스쟁이 조카의 후한 대접으로 감동 한 스푼!!


우리는 스티커로 발가락과 손가락에 네일을 해주며 또 한 번 깔깔깔... 남자 셋과 사는 나는 여자셋과의 만남이 즐겁습니다. 여자끼리라 말도 잘 통하고 핏줄이라 당기며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사이라 허물이 없으니 더더욱 함께 했던 시간만큼 추억도 많으니 어떤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여주며 "맞아" "그랬어?""아하" 하며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불록한 배를 사진 찍어 두자며 훗날 따봉이가 나오면 내가 너를 이렇게 품고 있었노라고 말해주자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언니와 나, 조카는 사진을 찍으며 방콕 놀이를 즐겼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서 "이모, 빵 먹을까?" 3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식탁 앞으로... 좀 전에 배부르게 점심 먹은 사람 맞는데... 빵과 우유를 보니 또 맛있게 먹습니다. 이를 어째??


양심상 먹은 게 있으니 운동 겸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길을 따라가다가 개울물이 흐르는 개천을 따라 디딤돌도 건너고 오리가족도 만나고 풀과 나무도 새들도 보았습니다. 자연 속으로 한발 한발 걸어가다 멈추다 다시 걸었습니다.


산책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 저녁으로 치킨과 핫한 로제 떡볶이, 치즈볼, 게다가 아이스크림에 옛날 쫀드기까지... 푸짐하게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식탁에 모였습니다.


수고하고 힘들었던 10개월 산모 되기를 축하해 주었고 멀리서 으샤 으샤 잘 살아온 나에게도 그리고 손녀를 위한 할머니 될 준비로 수고한 언니에게 주는 저녁 한 끼는 선물입니다.

1박 2일 동안의 배달 음식~~^^


캬~~~ 이맛이다. 목을 타고 내려오는 맥주의 맛이 시원 달달 합니다. 파이팅!! 을 하자는 한잔의 진심을 꾹꾹!


식사를 마치고 아기 옷 준비와 소품, 이불, 침대를 구경하며 하하호호입니다. 서랍장 속에 손뜨개로 만든 아기의 신발 분홍 리본을 달고 ㅎㅎ 어찌나 귀엽던지... 직접 떴다고 합니다. 따봉이가 신게 될 그날 우리 또 만나자.약속을 하며 서랍장 속에 차곡차곡 준비해놓은 아기용품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습니다. (맨 아래 사진)


ㅎㅎ 체리는 언제 먹을까?? 야한 밤에...


불 끄고 전등갓에 겨우 비친 시뻘건 체리를 씨만 쏙쏙 발라서.. 냠냠 진짜 이제 그만 먹어야 합니다. ㅎㅎ

하루 종일 종종 거리며 먹고 즐기는 것도 힘이 들었는지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꿈나라로 가려는데 거실 밖 창문으로 별이 보입니다 한 개' 반짝반짝 작은 별 ' 까만 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별님에게 기도 해야 하나?? 순풍순풍 순산 하기를... 왕수다를 멈추고 밀려오는 잠을 청했습니다.


어느새 아침입니다. 꿀잠을 잤습니다. 동그란 로봇 청소기로 시작한 아침 ㅎㅎ 신세대 신혼집에서 쉰세대(50대)는 새로운 전자제품들과 이것저것들을 보며 미소 짓습니다. 요플레로 아침을 대신하고 이른 점심은? 돈가스에 얼음 동동 냉우동에 새우튀김과 닭봉 어쩌나?? 일단 또 들어갑니다. 음~~~~


식탁 옆 사이드 테이블에 조그만 쿠키 모양과 사탕모양이 여러 개 있습니다. 이건 뭐지? 먹는 건가? 흐흐 바로바로 이것입니다. 끝에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여름 샌들 꾸미기 모형 사탕 ㅠㅠ 새로움은 웃음을 줍니다. 나란히 벗어둔 신발은 엄마와 딸의 산책화 ㅎㅎ


"따봉아~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잘 나오너라. 준비 완료되었다. 이제 세상 구경하러 나오렴 그리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다오" 배에 손을 대고 말했더니 옆구리 쪽에서 꿈틀꿈틀 대답을 합니다. 발이 만져집니다. 나는 이것저것 살림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마음의 평안을 빌어 주었습니다.


할미 천천히 되고 싶은데... 언니의 기쁨이었던 외동딸은 지금 숨이 차오를 만큼 힘든 나날들을 잘 ~~~ 보내고 출산이 임박합니다. 긴급 출동! 급 1박 2일의 휴가는 여자 셋의 왕수다로 끝났지만 뱃속의 따봉이 덕분에 즐거웠답니다. 아~~~~ 기억 속 가물가물 나도 산모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분홍 신발은 아기 꺼 귀요미 신발은 엄마와 할미 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