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주년 광복절 하루가 반토막 났다.
길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커튼을 열어 보니 몽실몽실 흰구름에 바람도 살랑살랑 날씨가 너무 좋다. 그러나 코 시국에 특별한 약속도 없이 방콕이라니... 갈 곳은 없어도 일단 12시가 다 되어 머리를 감았다.
긴 머리를 어깨 정도 단발로 싹둑 잘랐더니 한결 편해졌다. 샴푸 하기도 편하고 말리기도 쉽고 간단했다. 긴 머리 고수하느라 그리고 염색과 펌에 시달린 내 머리카락은 푸석푸석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긴 머리 유지하려니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단발로 자르고 머리 끝만 살짝 올려 뻗침 머리스타일로 바꿨다. 벳남 스타일 아니고 한국스타일로 갈아탔다. ㅎㅎ
치솟는 집값만큼 삶이 더 풍요로울 줄 알았다. 그러나 물가도 생활경제도 함께 치솟고 있어 현실은 못내 답답하기만 하다. 늘어난 세금과 물가는 누가 책임지는 건가? 국민의 몫인가 보다.... 행복도 주춤 한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처럼 퍽퍽 하다.
게다가 코 시국까지 겹쳐 어찌 지내시는지? 다들 궁금하다. 한국을 떠나 베트남 살이 6년 차에 접어들었고 3개월 전 한국에 잠시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데... 보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가 없고 물가도 맑음 아니고 먹구름 인듯하다. 늦은 저녁 나는 산책 겸 마트로 나갔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우~~ 아 멋진 하늘이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먹구름이 노을 대신 주인이 되었지만 영화 속 무법자가 나타날듯한 하늘이 나름 운치 있었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가에 광복절 태극기가 곳곳에 두 개씩 나란히 걸려있다. 바람에 꼬인 뒤쪽 태극기를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키가 작아서 패스!)
'힘내라 대한민국!'
'바람아 불어다오!'
꼬인태극기 활짝펴고 펄럭이게 말이다.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다.
여름엔 역시 시원한 수박 한 통 먹어 줘야 하는데.. 29,900원~쫌 비싼 것 같다. 크고 맛 좋은 거 인정 이라지만 반쪽짜리 수박도 15,900원이다. 애매하게 혼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은 피자 한쪽 같은 수박이라니... 쩝쩝
베트남에서는 12개월 내내 수박(벳남어로 즈허우)을 먹을 수 있었고 작은 크기의 복수박도 있어서 한통씩 사서 배부르게 먹었는데... 선뜻 수박 한 통을 못 샀다.
십만 동(한화 5천 원 정도) 이면 최상의 수박을 맛볼 수 있었다. 한국 수박과는 차원이 다를 뿐 수박은 떨어지지 않고 먹을 수 있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거금 3만 원이다. 선물용으로 사가서 겨우 먹고 왔다.ㅎㅎ 이게 무슨 궁상 일까??
나는 망고도 무척 좋아한다.
주스로도 샐러드로 우유랑 갈아서도 먹으며 타국살이의 힘듬을 이길 만큼 달달하고 맛있는 망고는 소울 푸드였다. 한국에 오니 망고 값이 오메나??
망고 나무라도 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데...ㅎㅎ그래도 가끔 냉동된 베트남산 망고로 대체하여 먹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시장에 가면 한 바구니에 5천 원(7개) 정도 주는데... 달고 맛있다. 한국에서는 태국산 애플망고가 달랑 한 개에 9천 원이다. 식비보다 과일값이 더 비싸지만 포기할 수 없는 후식이다. 후후
비행기 타고 온 귀한 몸값이니 귀하게 접수 중이다.
오늘도 마트에 가서 파인애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왜냐고요? 고민 좀 하고 먹어야겠기에... 베트남에서는 파인애플이 500원~이다. 그런데 한국은 5800원 10배나 차이가 난다.
베트남산이 좀 작긴 하지만 당도는 좋은 편이라 그 또한 음식을 하거나 주스로도 많이 먹었고 자주 사 먹던 습관이 있어서 파인애플 사는 것도 후들후들... 나만 그런가??
'아~~~ 나 돌아갈래~~~ '
한국 왔는데 다시 벳남으로 ㅋㅋ
한국에서의 물가와 베트남에서의 물가 차이로 돈의 가치와 삶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죽어라 일을 했으니 먹고 싶은걸 맘껏 먹으며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죽어라 번 돈으로 과일을 살까? 말까? 망설이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벳남의 동과 한국의 원의 가치가 다르고 가격차이도 다르니 나는 오늘도 살까? 말까?를 고민하며 머릿속에 계산기를 풀가동시키며 살고 있다. 나는 어쩌면 좋을 까유?? 슬슬 일하고 잘 먹고 사는 법은 없을까요? ㅎㅎ
부자들은 이런저런 걱정이 없으려나? 타국 살이 후유증? ㅎㅎ그래도 먹을 건 먹고살자는 생각!!
먹고사는데 필요한 식비의 지출이 집값만큼 치솟고 있으니 돈 걱정에서 해방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부는 계절 가을이 오는 것처럼 코시 국도 지나고 물가도 안정을 되찾고 집값도
고공행진을 멈추고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
'한숨 대신 기쁨의 탄성이 온 나라에 가득하고 희망이 꿈틀 대는 나라'
삶의 가치를 돈이냐? 행복이냐? 나 자신에게 되 물으며 너무 애쓰고 악착같이 가지려 했던 돈과의 전쟁을 이젠 휴전하려 한다. 광복의 그날 해방의 기쁨처럼 내 삶의 가치도 돈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고자 한다.
난 부자다. 삼부자 ㅎㅎ 누가 뭐래도 마음이 부자인 사람으로 살려한다.
미국산 체리 ~저녁 무렵, 친구가 갑자기 찾아왔다. 내 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발개졌다. 미국산 체리를 들고 왔다. 사실 먹고 싶었는데... 마트에 내려놓고 왔다.
난 토종 한국사람인데 과일도 입맛도 외국산을 좋아하는 게 문제다. 어쨌든 친구의 급방문으로 부자가 되었다.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ㅎㅎ
잘 익은 체리가 내 입 속으로 달려왔다.
과일값 비싸다고 너무 졸지 말고 일단 사 먹고 건강하면 그게 재산이다. 돈을 아끼고 모아서 다 병원에 주고 갈 것인가? 몸과 마음의 행복을 위해 잘 먹고 잘 살 것인가? 본인의 선택이다.
아~~~ 대한민국! 아~~ 우리 조국!
먹구름이 거치고 천고마비 계절 가을이 오고 있다. 간혹 먹구름이 가득하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뭉게구름 두둥실 떠가는 가을날을 기다리며 좀 더 버티어 보자!!
좋은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