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따끈따끈한 소식 배달요!!
제가 드디어 이모 할미가 되었답니다.
어젯밤 첫 조카가 예쁜 딸 따봉 이를 순산 했습니다! 울 엄마 증조 할미 대열에 등극
이 시국에 할미 되는 일이 뭐 그리 축하할 일이냐? 하겠지만 할미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ㅎㅎ
울 엄마는 내 글 속 유명 연예인입니다.
이미' 9남매의 첫째 며느리'로 조회수 15만을 찍고 1등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79세 울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나를 낳으시고 제일 많이 우셨답니다. 아무 이유 없습니다. 그냥 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샬랄라 패션에 여자 여자 하십니다. 지금은 웃고 사십니다. 나 때문에 ㅎㅎㅎ
새벽에 일어나 분단장을 하십니다. 밥하기 전 머리와 얼굴을 곱게 정돈하십니다. 게으른 딸은 엄마의 반도 못 따라갑니다. 겨우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에 물을 쓱쓱 발라 빗고 나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엄마는 국과 반찬을 가지런하게 담고 아침부터 12첩 반상 정도 차려 먹어야 힘이 난다 시며 동치미 물김치까지...
겨우 일어나 차려놓은 밥상 앞에 앉습니다. 엄마의 밥상은 늘 고맙고 따스합니다. 타국 살이 했다며 아무것도 못하게 하십니다. 다 먹고 난 후 설거지 하는 걸로 만족하십니다.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운동을 하시며 아파트 앞쪽 작은 야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아침 밥맛이 좋다시며 80대를 지켜오신 건강비법이라 합니다.
커다란 항아리에 구피를 키우시는데 꼬물꼬물 개체수가 늘어났습니다. 먹이를 주시며 대화를 하고 매일매일의 일상을 구피에게 보고하듯 말합니다. 80대 노부부의 아침 일상입니다. 엄마의 꽃 코스모스의 계절이 손짓합니다. 피고 지는 베란다의 꽃처럼 언제나 바쁘게 쉴 틈이 없이 움직이십니다.
공기놀이도 잘하십니다. 손녀와도 내기를 하십니다. 손녀의 우쿨렐레 연주도 따라 합니다.
빨간색, 노란색 원색 옷도 잘 소화시킵니다. 내일모레 80인데요 ㅎㅎ
손톱과 발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시고 매니큐어보다 훨씬 좋다시며 투명 매니큐어만 슬쩍 바르십니다. 예쁘지?
꼬불 꼬불 머리에 구루프를 말아두고 집안일을 하십니다. 다리가 아프신데도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시고 이곳저곳 쓸고 닦고 나서야 겨우 앉으시더니 참외를 깎으십니다. "딸아, 참외 먹자~"
티브이를 보며 소파에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참외를 먹어줍니다. 50대 딸은 요즘 백수 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남편과 작은아들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고, 큰아들은 서울 회사에 다니고, 나는 충청도에 내려와 아버지 엄마와의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코 시국이라 마땅하게 갈 곳도 없지만 기약 없이 또 하노이로 가야 하니까 한국에 있을 때라도 자주 뵈려고 합니다. 하지만 살짝 부담이 가기도 합니다. 부지런한 엄마의 노선을 따라다니기도 그렇고 혹시나 나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을 못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점심만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늘 만남은 즐겁고 이별은 아쉽습니다.
엄마는 배낭에 엄마 이름 석자를 크게 써놓았습니다.
늘 부끄러움은 내 몫이고 엄마의 사랑을 가득 담은 배낭을 메고 난 또 당당하게 길을 걷습니다.
나는 황 씨인데 정 씨 이름표를 달고 주섬주섬 챙겨주신 배낭은 아기돼지를 한 마리 넣은 듯 무겁습니다... 또 고속버스 타는 곳까지 운전을 해주십니다. 운전을 나보다 잘합니다.
시동도 잘 안 걸리고 20년 된 똥차는 엄마의 애마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운전면허증에 도전하시고 한 번에 성공하셨습니다. 엄마 나이 58세였는데 나도 없는 면허증을 엄마가 먼저 따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중고차를 사주셨고, 엄마는 그 차로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하셨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동고동락하던 차를 폐차시키고 편안하게 사실 줄 알았습니다.
80대 노부부는 차를(모닝) 샀습니다.
백세 시대라면서 당당하고 멋지게 20년은 더 탈 수 있다시며.... 세상을 거슬러 항상 젊고 열정적이고 열심히 살아가시는 아버지 엄마에게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울 엄마는 새 차의 키를 들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가시며 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딸아, 차를 바꿨더니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같이 마음이 설레고 떨린다" 엄마는 신이 났습니다.
"엄마, 미안해~ 폐차시키고 버스나 택시 타고 다니라고 말한 거... 항상 안전 운전하시고요"
외증조 할미가 된 울 엄마와 이모 할미가 된 나는 세상 속에서 멋지게 정 주행하는 중입니다. 엄마의 발자취를 따라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때로는 버거운 삶이 가로막아도 즐겁고 행복한 생각을 더 많이 하며 그렇게 말입니다. 엄마의 안전운전을 바라며 저도 두려움 없이 오늘을 살아가렵니다.
코스모스 꽃처럼 가녀린 엄마는 어디서 불꽃같은 힘이 쏟는지? 연구대상입니다.
80대 노부부는 오늘도 멋진하루를 모닝과 함께 열어갑니다.
이제 그만 쉬어가라 하지 않고 으샤으샤 응원 하렵니다. 굿모닝?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