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의 기록...
2021년 8월 2일 오후 1시 30분 ~ 길었던 하루의 기록을 남기려 한다.
비가 개인 후, 구름 쇼가 한창이다. 맑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친정 엄마에게 가는 길 오늘은 고속버스 대신 남동생의 자가용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면서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뭘 먹지?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다.
칼국수 집을 찾아갔지만 시골길을 따라 인적이 너무 없어서 패스!! 맛집으로 유명한 집에는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패스!! 이 집 저 집 패스를 시키고 나니 배꼽시계는 꼬르륵꼬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가족 틈에 끼여가는 입장이니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그냥 따르는 게 나을듯해서 "아무거나 먹자" 하다가 창자가 꼬일 뻔했다. 그러던 중 만리장성 수타면 간판이 보였고 우리는 배고픔에 급 의견 일치를 했다.
간짜장과 짜장을 배불리 먹었다. 역시 수타면이라 면발이 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좋았다. 허기를 달래고 나니 엔도르핀이 생성되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겨우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마트에 들러 엄청 큰 수박을 사고, 복숭아도 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베지밀도 한 박스 구입했다.
그런데 아뿔싸, 아버지도 엄마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집전화까지 먹통이다. 무슨 일이지?? 엥~~
아파트에 도착하기 5분 전까지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연락 없이 출발한 이유는 2배의 반가움을 주고자 함이었고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작전이었다. 자식들이 간다고 하면 엄마는 며칠 전부터 뭔가를 만드시고 애쓰느라 진땀을 빼신다.
여하튼 이제는 쉬면서 자식들의 효도를 받아도 되련만... 두 분이 연락두절 상태다. 걱정이 되었다. 이런 적이 없어서... 시골 아파트에 도착했다. 주차를 시키려는데 엄마의 뒤태와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열고 "엄마, 엄마, 엄마... 긴급 구조된 사람들처럼 합창을 했다. 엘토, 소프라노, 바리톤 음색으로 각자 소리를 냈다.
"어머나, 니들이 웬일이냐?? " 반가움도 잠시 아버지가 보였다. " 온다고 기별도 없이 온 거야, 어서 와라"
사실 폐차 직전의 엄마 자동차가 또 고장이 나서 잠시 나갔다가 카센터에 들러 차를 고치셨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며... "어서 들 들어가자" 하신다.
차가 고장 나지 않았으면 바람맞을 뻔했고, 5분만 늦었으면 고친 차를 몰고 다른 곳을 향했을 부모님이었다.
막내 남동생이 왔으니 아버지도 엄마도 좋아라 하신다. 게다가 보고 싶은 손녀가 왔으니... 아버지와 엄마는 입가에 눈가에 미소가 번진다. 바쁘게 사느라 자주 볼 수 없었으니 그 마음이 전해진다.
아버지는 손녀(고2)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고 싶다며 시내를 나갔다 오자고 한다.
손녀는 괜찮다고 애써 할아버지를 거부했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니 함께 가보자고 했다. 더운 여름날 아버지는 손녀가 오면 사주고 싶은 운동화를 찜 해두셨나 보다... 시장을 가로질러 걷고 또 걷고 살짝 언덕진 곳을 나란히 올라간다. 난 뒤에서 몰카를 찍었다. 헥.. 헥.. 너무 더웠다.
드디어 신발가게 도착!
하얀색의 운동화를 가리키며 "이거 어떠냐? " 하신다. "이미 하얀색 운동하는 있으니 샌들이 좋을 듯한데요" 손녀는 서성거리며 요리조리 살피더니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눈치였다. " 고모가 골라줄까? "... " 그런데 사이즈가 없다. 넓은 운동화 매장을 샅샅이 뒤져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찾지 못했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쌈짓돈을 아껴주려 했던 것 같다. 마음만 받겠다며 애써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밖으로
손녀와 할아버지는 다음 기회에 오겠다며 신발가게를 나왔다. 내 사랑 호떡집을 지나간다. 500원에 4개를 샀다. 나의 글' 솥뚜껑 호떡' 아줌마도 만났다. 솥뚜껑처럼 오랜 시간을 지켜온 맛, 그 맛을 2년 만에 음미했다. 운동화를 고르며 살짝 허기졌는지 손녀도 나도 맛나게 먹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호떡을 양보하셨다. 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콩국물과 중면 그리고 오이를 샀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콩국수를 저녁으로 먹을 예정이다. 오늘 내 뱃속은 밀가루 음식이 풍년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ㅎㅎ
막내며느리는 콩국수로 시아버지에게 점수룰 따고, 손녀는 운동화 대신 용돈을 받고 좋아라 하고, 울 엄마는 또 이것저것을 검정 봉투를 챙겨 나에게 주신다. 80대 노부부는 여전히 자식을 사랑하시고 손녀까지 아끼신다.
"안 덥다, 안 더워 더워야 여름인겨~~"
전기세 아까워서 부채질을 하시며" 안 덥다 안 더워" 하시더니 우리가 가니 에어컨에 선풍기 3대를 풀가동하셨다. 참 시원한 여름이다. 아버지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는 하루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버지와 엄마의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나 늘 베푸는 삶에 익숙하신 편이라 "괜찮다 우리는.. 너네들만 잘살면 된다"하시며... 숨겨 놓았던 흙 홍삼도 내어 놓으신다.
삶은 계란도 얇게 썬 토마토도 없이 담백한 콩국물에 소금 팍팍 뿌리고 오이채를 올린 깨소금 콩국수 한 그릇과 김치뿐인 소박한 밥상에 통 팥죽을 올려 밥상을 채운 울 엄마표 밥상은 사랑이다.
노을이 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름다운 황혼이 우리를 따라온다. 트렁크 가득 실은 사랑으로 차는 더디 가는 듯 천천히 가고 있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의 긴 하루~~ 는 저산 넘어 도망치듯 빠르게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여름방학도 없이 배구 연습하느라 못 따라간 귀요미 딸의 전화가 왔다.
'엄마, 배고파 치킨이랑 청포도 주스 먹고 싶어요 ""오! 그래 지금 가는 중~ 조금만 기다려" 풀 충전된 사랑이 자식에게 내려가는 중이다. 그 사랑이 흘러 흘러 넘친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길었던 하루의 기록은 따스함으로 내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미운 정, 고운 정 함께 나누는 가족의 진심은 하늘처럼 맑았다가 흐렸다 변화를 준다. 그 안에서 물보다 진한 DNA를 찾았다. 그건 바로 사랑도 행복도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미움, 원망 대신 사랑을 대물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