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꼴이야~

궁금하다.

by 아이리스 H

봄에는 노란 색깔의 상큼한 레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릇을 사용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처럼 화사한 컬러 그릇에 봄을 담아내고 싶었으니까... 여름에는 하얀 바탕에 연초록 잎사귀가 그려진 시원한 그릇이나 투명한 유리그릇에 푹푹 찌는 여름 얼음 동동 띄워 오이냉국을 담아내고

가을에는 분홍 바탕에 하얀 소국이 화려하게 그려진 밥그릇에 향기 나는 잡곡밥과 반찬을 담아냈다. 겨울에는 투박하지만 한국적인 옹기에 따스함이 오래가도록 묵은지 김치찜을 담아내면 어느새 옹기종기 한자리에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그릇의 모양과 크기, 용도에 따라 세트로 구입하여 계절별로 그릇을 바꿔가며 지루하지 않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한 나름의 수고스러움을 즐겼다. 예쁜 커피잔도...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그릇에 담아내며 참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무덤덤한 남자 셋과 섬세한 여자는 그렇게 긴 세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며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개성을 뿜 뿜 풍겨 내며 힘겨웠지만 행복했노라고... 말하고 있다.


살짝 과하게 그릇을 세트로 구입하기도 했고, 비싼 커피잔을 선물 받기도 했으며 주방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싱크대와 식탁을 제일 신경 썼다. 밥 한 끼, 차 한잔 별꼴이야! 하겠지만 나에겐 소중한 사랑이고 행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릇과 커피잔이 차고 넘쳐갈 즈음, 남편을 따라 베트남 하노이로 가게 되었다. 그 많았던 짐들과 그릇을 나는 지인과 이웃에게 드림하거나 내놓았다. 그리고 적당히 남은 그릇을 한국에 남아있는 아들과 내가 반씩 나눠서 소유하게 되었다.





베트 남살이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조금 변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집밥은 나에게 다시 밥상을 차리며 소중한 한 끼를 준비하게 했다. 베트남에도 밧짱이라는 도자기 마을이 있다. 한국 교민들과 함께 그곳에 갔었다. 다양하고 예쁜 그릇들이 손짓했다.


나는 더운 나라에서 시원한 푸른빛이 도는 그릇을 골랐다. 블루가 나를 불렀다는... 블루 잎사귀가 크게 내려앉은 그릇들은 내 눈에 띄어 우리 집으로 시집왔다.


도자기라 나름 튼튼했고 모양새도 좋았다. 베트남산 그릇이지만 한국식 음식을 맛나게 담아냈다. 그리고 베트남 음식도 한국에서 가져간 그릇에 담아내며 글로벌한 음식문화를 만들어가며 살았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집밥을 먹으며 면역성을 키워갔다. 그러다 잠시 한국에 오게 되었고 지금은 한국 살이 중이다.


한국살이가 길어지면서 난 오랜만에 새 그릇을 구입했다. 세일 가격으로 두 세트가 2만원... 정도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잘 포장된 상태로... 정말 믿기지 않았지만 뭔가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밀양도자기다.


난 핑크, 아들은 블루 ㅎㅎ 신혼살림처럼 새로 들어온 그릇은 박스 포장을 풀고 깨끗하게 씻어 엎어두었다.


가성비 좋고, 튼튼하고 역시 한국 제품이 최고다. 밀양도자기라서 망설임 없이 구입했고 사용해보니 괜찮았다. 게다가 나무젓가락에 수저받침까지 서비스로 딸려왔기에 나름 만족하며 잘 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3일쯤... 지나고 설거지를 하던 도중 거꾸로 박혀있는

MADE IN CHlNA 영어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삐뽀! 뽀뽀!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뭔 일이여? 밀양도자기가 차이나? 중국에 밀양이란 지명이 있는 거? 오~잉? 알 수 없었다. 한국어가 똑바로 인식되어 동공이 커졌다. 궁금하다.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표기ㅠㅠ 시력도 떨어진 데다 요즘 작은 글씨들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은 더더 귀찮았다. 변명을 하며 돋보기라도 써야 하나? 씁쓸했다.


브런치 작가님의 글들도 핸드폰으로 읽으려면 눈이 시리다. 생필품에 찍혀있는 날짜 확인도 흐릿하다. 어떤 제품을 사면 사용설명서가 깨알처럼 작아서 다 읽지 못하고 패스한다. 게다가 영양제 먹는 약도 주의사항 부작용을 써놓았지만 제대로 다 읽는 게 버겁다. 무슨 개미새끼가 바글바글 기어가는 듯 보인다.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읽어보려 애쓴다.


'에휴~어째 이리 힘든겨~~ 별꼴이야!'

어쨌든 내가 산 그릇은 밀양도자기 한국산일까? 중국산일까? 전에 산 그릇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밀양 본차이나라고 쓰여있고 그 밑에 KOREA라고 쓰여 있으니 말이다.


밀양 본차이나는 경상남도에 있어야 하는 게 맞고 만든 곳도 한국이어야 맞는데 차이 나는 클래스의 도자기는 어디서 만든 것일까?


의문과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난 이미 물건을 개봉했고, 3일이나 사용했으며, 바꿀 의사도 없으니 그냥 쓰기로 했다. 무심했던 나의 그릇 사랑은 ㅎㅎ 문제가 있었다.


ㅎㅎ 밀양본차이나 공장이 한국에 있든 중국에 있든 난 상관없다. 바른 표기는 아닌 것 같아 그냥 고개가 갸우뚱 해지고... 별꼴이야~어이없음을 글로 남겨본다. 시원하게 답해주실 분 어디? 없으신가요?? ㅎㅎ




가끔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횡재한 듯하다면 그릇을 뒤집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가성비가 괜찮고, 맘에 든다면 싼값을 지불하고 사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꼼꼼하게 따져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시길... 나처럼 허당에 귀차니즘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아셨죠오~~~


학창 시절, 나이키 대신 나이스 운동화를 신었고, 아디다스 티셔츠 대신 아디 도스 티셔츠를 입었다. ㅎㅎ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다. 진퉁 대신 짝퉁의 삶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당당하고 비겁하지 않은 삶을 산다면 말이다.ㅍㅎㅎ


오늘도 나는 밀양도자기 밥그릇에 밥을 뜨고, 국그릇에 국을 담는다. 그리고 종지 그릇에 반찬을 담아낸다. 혼밥도 폼나고 예쁘게 먹기 위해서 난 소중하니까... 코리아면 어떠하고 차이 나면 어떠할까?


나를 위한 소중한 한 끼가 오늘을 살아가는 힘과 에너지를 주는 걸로 ㅎㅎ 나의 선택은 만족이다. 짝퉁 그릇에 진짜 밥을 먹으며 가족이 함께 하는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맘에 드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고 씻고, 다시 담아내는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 속 한 끼를 누리며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