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9일**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구요.
이불속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날이구요. 게으름 부리기 딱 좋은 날이구요. 이런 날 약속이 잡혔구요. 이불속에서 천장만 말똥말똥 쳐다보며 눈만 깜박깜박 거리구요. 멍 때리고 있구요. 도움 안대구요? 동 대구요? 꼭 가야 하구요. 어쩔까? 고민 중이구요.
가을비가 가을을 데리고 갈듯 하구요.
두 번이나 약속을 미루었구요. 이제는 그러면 안 대구요. 핑계도 안 대구요. 으라찻차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구요. 비가 와도 추워도 머리를 감으러 욕실로 직행했구요. 화장도 대충 했구요. 옷 따뜻하게 패딩 입었구요.
이제 출발하면 대구요.
ktx 타고 도착하면 대구요. 바나나우유로 아침 대신 먹으면 대구요. 가을비 막아야 대구요. 추위도 막아야 대구요. 마음 편하게 하늘만 보는데 벌써 대구구요. 비만 그치면 대구요. 먹구름이 변하면 대구요. 하늘이 보이면 대구요. 멋진 만남을 상상하면 대구요. (~구요, 요, 요 버전) ㅎㅎ괜찮다구요?
어머나, 세상에 이럴 수도 있나유?
보이시나유? 향기로운 국화꽃으로 작품을 만들어 놓았네유 눈호강 중 이어유 오길 참 잘했네유.
아이리스가 간다고 말도 안 했는데... 레드카펫 대신 꽃길을 준비해 놓았네유. 동대구가 따뜻하긴 한가 보네유. 비도 안 오고 바람만 조금 불고 날씨가 나쁘지 않네유. 같은 하늘인데 1시간 10분 내려왔다고 기적이네유 ~1년 만의 만남이고, 우리의 만남을 하늘도 아셨나 보네유~~~ 감동이에유!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풍경 우짜면 좋을까유?
분명 비가 오는 천안아산역에서 시커먼 먹구름과 친구 되어 할 수 없이 데리고 왔거든유. 1시간 만에 도망가다니 고놈 참 신기하네유. 여하튼 동대구에 잘 도착했고유. 만날 사람 잘 만났어유~~ 진심 반가움이에유.
국화꽃 전시회가 역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줄 정말 몰랐슈유 ~
올해는 국화꽃을 많이 못 보았네유 ~~ 아니 아니 낙엽 지고 춥고 그런디 이게 뭔 일이래유... 오메나, 이쁜 거 일단 사진 찍고, 또 찍고 미소가 번져유... 마중 나온 동생이랑 꽃처럼 활짝 웃었지유~~ㅎㅎ
11월 9일 긍께 화요일~~
빗방울이 쑤옥 구름 위로 올라갔슈우~~배꼽시계가 밥 달래유 언능언능 샤부샤부 식당으로 1인분씩 코 시국이라 양쪽에 가림판도 있구유 세상이 바뀌었슈우 하트 모양 당근이 맘에 들더라구유 팔팔끓는 육수에 야채를 퐁당퐁당 정말 맛나게 땀나게 먹었지유 ~~배가부른디 칼국수까지 몽땅 접수시키고 돈을 서로가 내려다가 내가 졌슈 긍께 공짜 점심이라 더더 맛났어유~ (충청도 버젼)
돈 대구요? 동 대구요?
벳남에서는 돈을 원이 아니고 동이라 말한다. 만동(오백 원), 십만 동(오천 원), 백만 동(오만 원) 마중 나온 동생은 하노이에서 나와 5년 차 알고 지내던 사이이며 1년 전, 귀국하여 동대구에 살고 있다. 몇 번 통화를 하고 만나려고 했으나 코시국이라 백신 2차 접종이 끝내고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이다.
3년쯤 함께 골프도 쳤다. 타국에서 만난 보기 드문 황 씨다. ㅎㅎ
대구 사투리와 충청도 사투리가 만나면 대구 사투리가 이긴다. 나는 동생을 만나면 대구 말씨를 따라 한다. 난겉절이보다 묵은지를 좋아한다.사람도 만난 지 오래된 사람이 좋다. 최소 3년쯤은 묵어야 속내를 보여준다.
1년은 간 보기, 2년은 맛보기,
3년은 음미하기... 사람은 다 좋지만 나랑 잘 맞을수도 안 맞을수도 있으니까...
타국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먼저 다가갔다. 부끄럼 많고 착하고 말수가 별로 없던 동생을 차가운 도시녀로 오해 했었다. 그러나 긴 시간 함께 만나며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서로 언니와 동생으로 친하게 되었다.
골프는 우리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 주었다.
함께 운동하며 더욱 친해 졌다. 친자매처럼 붙어 다녔다. 언니야~ 부르는 목소리에서 정이 뚝뚝 떨어진다. 언니는 언니인데 친구 같은 언니, 아니 동생 같은 언니여서 늘 챙겨주는 동생이 좋았다. 골프웨어도 쌍둥이처럼 색깔을 맞춰입기도 했고, 취향도 비슷해서 트러블이 없었다.
동생집으로 함께 갔다.
커피 한잔 음 ~~ 너무 좋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깨끗하게 정돈된 집들이다. 하노이에서도 잘살았고, 한국에 와서도 예쁘게 잘살고 있으니 보기 좋았다. 우리는 예약한 골프 스크린장으로 이동했다. 새롭게 단장한 뉴 버전 골프존이다. 공기청청기에 스타일러까지 럭셔리 골프스크린장이었다. 골프 치는 동안 겉옷을 살균 소독해주는 서비스가 맘에 든다.
1년 사이~ 오랜만에 서로의 실력을 검증하는 시간이다. 동생은 언니를 배려한다. 골프채도 빌리고, 장갑도 빌리고, 신발까지 빌렸으니 쉬운 곳에서 치자 한다. 비즈니스 골프도 아니고 ㅎㅎ 져도 대구요, 이겨도 대구요 우리는 한 번씩 이기고 지고 반복했다. 맘이 잘 통하는 사람과의 골프는 승부내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좋다.
즐거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났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는데 저녁을 먹고 가라며 마라탕을 주문했다. 매운맛에 혀가 얼얼하다. 땀 도 나고, 콧물에 눈물도 ㅎㅎ 사실 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기분 좋게 매운맛에 홀릭되었다. 밥까지 몇 숟갈을 뜨고 물 한 모금 입에 물었다.
언제 또 만나게 될지? 기약이 없는 이별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노이에서의 추억을 고스란히 대구에 내려놓았다. 돌아오는 길 바람이 차다. 다시 천안아산역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친다. 대구의 반짝 따스함이 좋았다.
예쁜 딸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며 후한 대접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면 대구요.
모두가 행복하면 대구요.
인생 뭐 즐기면 대구요.
함께라서 너무 좋았던 동대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