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해외살이로 눈이 안 오는 나라에서 살다 보니 무디어진 감성이 뿜 뿜 살아나는 고국에서 어쩌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설렘 가득했는데... 하늘은 하늘문을 활짝 열고 송이송이 하얀 팝콘 같은 눈을 한바탕 내려 주었다.
2021년 12월 19일 아침 8시 30분
창밖으로 하얀 설경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 누나, 내려와 눈 구경 가야지" 동생네 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콜을 했다. 부스스한 머리를 겨우 정돈하고 화장을 하고 나갈 채비를 서두른다. 그런데 또 핸드폰이 울린다.
"누나, 골프채도 가지고 내려와~" 9시 골프스크린 예약을 했단다.
골프신동들에게 오래간만에 실력 발휘를 하려 했으나 그건 나의 욕심이고, 방심이고, 교만이었을까?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연습을 맹렬하게 한다. 비거리가 짱짱한 그들을 이기는 비법은 실수하지 않는 것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며 나의 길을 묵묵하게 지켜가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멘털이 흔들리지 않으며...
그러나 남동생이 버디를 잡았고, 올케도 버디를 잡았다. 버디 찬스가 왔지만 난 버디를 놓쳤다. 하지만 골프는 18홀까지 가봐야 아는 것 역전의 승부수도 있지만 홈 홀(18홀)에서의 짜릿한 손맛이 등수를 좌우한다.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등 올케, 2등 나와 남동생 동점으로 마무리!! 되었다.
3년 차 골프 실력은 6개월 차 골프 신동들에게 만만 해졌다. 오늘따라 공이 안 들어가고 멈춰 섰다. 잘 치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거다. 골프는 힘을 빼야 더 잘 쳐진다.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고 안간힘을 쓴다 해도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다. 골프도 인생도 완벽함이란 없는 것이다.
"뭐 먹을까?"
스크린 골프를 치고 나니 꼬르륵 점심 알람이 울렸다. 남동생은 운전대 잡은 사람 맘대로 가는 거라며 달린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따라간다. 설경이 아름답다. 어디든 좋다. 코 시국에 집콕보다는 훨씬 좋다. 우아~~ 하얀 세상과 마주했다.
삽교천이다.
그곳에 조개 맛집이 있다며... 눈이 녹으면서 질척하지만 미끄럼 주의하며 따라간 곳 "어머나 , 사람들이 꽤 많네. 다들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려고?" 창가 쪽에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미역국, 번데기, 옥수수콘, 고구마 맛탕에 회까지... 그리고 조개찜이 나왔다. 푸짐하다.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예쁘다.
핑크, 보라 조개들이 홍합과 함께 찜기에서 쏙쏙 빠져나온다. 일단 허기를 달랜다. 초고추장을 찍어 한입에 쏙 쏙 쫄깃한 식감과 싱싱함이 입안 가득 바다를 선물했다. 냠냠 쩝쩝... 예쁜 조개껍데기가 뭐라고? 알맹이 먹고 껍데기를 휴지로 닦아 3개를 가방에 챙겼다. 찜 당한 껍데기들이 나를 따라왔다.
마무리로 해물 칼국수가 나왔다.
이미 배가 부른데 또 먹으니 들어간다. 국물이 시원하다. 단호박도 떠 있다. 뜨끈한 국물까지.. 음~~ 야무지게 내 위를 채웠다.
바람은 차지만 날씨는 나들이할 만큼 따뜻했다. 바다를 끼고 해안선 드라이브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 눈길과 설경과 물빛이 반짝거린다. 역시 겨울이 있는 나라 좋은 나라다.
돌아오는 길 잠시 주차를 시켰다.
눈을 뭉쳐 서로 던진다. 동심이다. 난 뭉쳐놓은 눈덩이로 못난이 눈사람을 금방 만들었다. 나뭇가지를 주워서 눈과 입을 만들어주고 잠시 설경 감상후 아산 영인산 쪽 휴양림이 있는 곳 한옥 카페로 이동했다. 오늘은 주말 동생 부부와 셋이서 일상 탈출을 하였다.
1분만에 뚝딱 만든 눈사람
여기는 어디?
한옥 카페
고풍스럽고 멋스러운 한옥의 자태!
한옥으로 지어진 카페다. 고즈넉하고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재현하여 현대식으로 꾸미면서 한국적인
정서를 센스 있고 조화롭게 지어 풍광이 좋다.
창을 통해 멀리 호수가 보이고, 또 다른 창은 시골 뷰가 보인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지만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 보고 싶었다. 온실 하우스도 보인다.
한옥앞 온실 하우스앞 장작들
히읗히읗?
겨울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보통 정수기가 비치되어 있는데 항아리 물통이 비치되어 운치 있다. 이곳은 히읗히읗이다. 크리스마스분위도 나고, 난로의 따스함까지 따스한 유자차와 케이크로 달달 하고 달콤한 시간이 되었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건물이 아직 새 거인듯한 모습이다.
항아리 정수기
난로
보리새싹 체험이라고?
보리새싹 키우기 체험을 하는 곳도 마련되어있어 2천 원을 별도로 낸다. 씨를 심고 5일이 지나면 파릇파릇 겨울 속 보리새싹을 볼 수 있다. 싹이 조금 튼 걸로 난 구입 했다. 행여 싹이 안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보다 조금 싹이 있는 것을 골라 왔다. 겨울 속 새싹은 마음속에 평화로움을 주었다.
보리새싹
사노라면?
오래간만에 셀카도 찍고 ,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좋다. 코 시국에 집콕에서의 해방은 겁이 나지만 그래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외출은 즐겁다. 다들 어찌 지내시는지요? 사는 게 별거 없다.좋아하는 거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고, 보고 싶은 거 보며 그럭저럭 사는 거다.
한해의 끝에 서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보았다. 어느새 내 머리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 것처럼 흰머리가 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