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데...
퍼얼펄 ~~ 눈이 옵니다.~~~
창밖에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
소복소복 쌓여가고 있다.
지금 여기는 충청도
기상청 예보
한파주의 랍니다.
빨간 포인세티아처럼
어젯밤 울 엄마랑 둘이서 손톱에
자연산 네일아트를 했다.
친정에 갔다가 엄마의 빨간 복숭아
손톱을 보고 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겨울에 복숭아 물은 어찌
들였나요? 나도 하고 싶네"
낙지볶음 사주신다며 내려오란다.
'벌써 보고 싶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코 시국에 씩씩하게
마스크를 쓰고 내려갔다.
아버지, 엄마 그리고 나
셋이서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에
식당에 들어섰다. 손님이 빠져나가고
텅 빈 식당은 한산했다.
연탄난로가 가까운 곳에 앉아
덜 매콤한 낙지덮밥을 시켰다.
가위로 자르는데 엄마 손톱이 열개나
빨갛게 물들었다. 울 엄마 아직도
꽃순이 새색시처럼 이쁘다.
가위를 넘겨받아 낙지를 조각냈다.
내 손톱을 보니 영~안 이쁘다.
하노이에서는 손톱 관리받던
럭셔리 마담이었는데... 쩝쩝
한국에선 집안일을 혼자 다 해내는
씩씩한 돌쇠 아줌마가 되었다.
콩나물과 양배추 샐러드로
매운맛을 잡아보지만 내 혓바닥은
불붙은 용광로처럼 얼얼하다.
눈물 쏙, 콧물 쏙, 쓱쓱 비벼 겨우
다 먹고 일어났다.
뉴스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저런 수다 삼매경...
"아참, 봉숭아 물들이기로 했지?
면봉을 들고 오신다.
"오잉? 분홍색 약 뚜껑 같은걸 여니
빨갛다 못해 검붉은 것?을 면봉으로
휘휘 저으신다. 이것이 봉숭아 진액?
"세상에나..."
손을 펴고 엄마 가까이에 앉았다.
면봉으로 톡톡 손톱 위에 진액을 올린다.
'두 개만 할까? 세 개만 할까?'
망설임도 없이 척척 바르신다.
한 손에 3개씩
꾸덕꾸덕 마른 후 다시 한 번 더 발라
말리면 끝이다. 그리고 위생장갑을 끼고
한 밤을 잤다. 아침이 밝았다.
"어머나 이뻐라 ㅎㅎ
진짜 봉숭아 물을 들인 것처럼 곱다."
어릴 적 엄마는 봉숭아꽃이 피면
꽃송이가 질 때쯤 잎사귀와 꽃을
콩콩 찧어서 백반 가루를 넣고
섞어서 손톱 위에 올려서
비닐로 싸서 실로 묶어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예쁘게 들여 주었다.
빨간 김치 국물이
흘러내린 듯 쪼끌해진 손톱 옆
삐져나온 살들까지 물이 들곤 했다.
비비고 또 비벼
겨울 첫눈이 올 때까지
내 손톱 위에서 예쁨을 뿜 뿜
자랑했었다.
매니큐어가 많지 않았고
아세톤 냄새도 강하니...
자연산 봉숭아꽃은 나의 손톱을
빨간 꽃물로 장식하고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엄마랑 나는 닮아있다. ㅎㅎ
정말 오랜만에 엄마랑 봉숭아 물을 들였다.
난 엄마의 빨간 봉숭아 손톱을 탐했고
엄마는 내가 입고 간 빨간 코트를
탐했다. 나는 엄마에게 아끼던
빨간 코트를 드렸다.
봉숭아 물든 손톱이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은? 진실? 가짜?
펑펑 하얀 눈이 지금 내린다.
나의 첫사랑은 어디에??
눈처럼 하얀 마음이 소복소복
쌓이는 겨울날이 무척 반갑다.
행복도 소리 없이 한폴한폴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가듯이
그랬으면 좋겠다.
뉴스 속 복잡하고 심란했던 마음이
저 눈처럼 하얀 마음이 되길 바라며
빨갛게 물든 손톱이 어린시절
순수했던 세상으로
나를 이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잘 살아왔구나 여기까지....
곱게 물들인 예쁜 손톱으로
엄마의 누룽지를 맛있게
뜯어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사랑해요!
*** 봉숭아 액기스는 동네 문방구에서 공수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