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크리스마스의 기적!

모나리자 친구모임

by 아이리스 H


2020년 12월 13일 한국

"함박눈이 밤새 내렸어요!"어젯밤 소복소복 온 세상을 덮었단다. 지인들이 보내준 사진들이 카톡 카톡

내 폰에 쉴 새 없이 들어왔다. 갑자기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온몸에 전달되었다.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 벌써 5년째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올해도 이곳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보내야만 한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 속이지만 그럼에도 징글벨 종소리와 캐럴송이 흐르고 각 아파트 로비마다 천정을 닿을듯한 트리를 장식해 두었으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트리는 작은 미소를 선물해준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

........... 맑고 깨끗해...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겨울 아이 노래 가사처럼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들어있는 12월은 나에게

많은 의미와 설렘을 준다.


하얀 눈송이와 어우러진 나뭇가지들의 아름다움과 춥고 시린 마음에도 따뜻함과 포근함을 주는 불빛들이 거리마다 빛나고 있어 난 겨울을 무척 좋아한다.

2019년 12월 25일

작년 이맘때 나는 손꼽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크리스마스에 30년~지기 모나리자(친구 모임) 친구 3명이 베트남 하노이로 3박 4일의 짧은 여행을 왔다.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 크리스마스와 나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기 위한 감동의 세리머니였다.


다들 사느라 바빴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좋은 시절 다 보내고 까만 머리에 하얀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 새치를 뽑아낼 나이가 되었다. "그래 지금이야! 떠나자! "그날을 이제는 추억의 저장고를 뒤져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모나리자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다.

"모나"는 유부녀 이름 앞에 붙이는 이탈리이아어 경칭이고 "리자"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이다.

우리는 한창때 유행처럼 모나리자의 비밀을 이야기하다가 우리 모임 이름을 모나리자로 정했다. 누구나 하나쯤 비밀이 있는 거 아닌가? 그날 이후 우리는 모나리자가 되었다.

조용필의 모나리자 노래도 1988년도에... 그대는 모나리자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그 마음을 잡을 수는 없는 걸까
...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가 없나
...


모~~~ 나리자 (맨 앞을 길게)

모나~~~ 리자 (두 번째를 길게)

모나리~~~ 자 (세 번째를 길게)

모나리자~~~~(끝을 길게)

우리 4명은 의리의 과 친구들이다.

만나면 손을 잡고 모나리자를 외치곤 했다. ㅎㅎ그때는 그랬었다. 낙엽만 굴러도 웃음이 터질 때..

이쁘고 아름다운 20대 청춘을 보내고 어느새 50대 꽃 청춘이지만 여전히 만나면 즐겁다.


Y는 다둥이 엄마다. 딸 둘 아들 둘 4남매의 끼 많고 멋진 친구다. 춤 노래 가무에 재능이 있고 마이크를 들면 놓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장남과 결혼 후 그 끼를 다 숨기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함께 시집살이를 다 견디어내고 지금은 독립하여 경기도에 아담하고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 잘 살고 있다.


S는 아들 둘 딸 하나 3남매의 엄마다. 가녀린 몸매로 시할머니를 모셔야 하는 큰며느리 자리를 감당하고 농사를 짓는 집에 시집가서 많은 음식들을 배우고 해내다가 요리사 자격증까지.. 갖게 된 솜씨 좋은 친구다.


H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남매의 엄마다.

워킹맘을 하며 시댁과 친정의 큰딸 큰며느리 역할을 잘 수행하며 애썼다.

180m 큰 키에 듬직한 남편이었지만 늘 아기 같은 구석이 있어 몸고생 맘고생을 했지만 아버지 학교를 통해 삶이 바뀌고 변화가 많았다. 이제는 며느리를 들이고 시어머니가 되었다.


K는 글을 쓰는 나다. 두 아들의 엄마다. 삼 형제 중 막내인 남편을 만나 시누이 없이 시집살이도 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왔지만 맞벌이로 살아내느라 고생 조금 했다. 하지만 친정 남동생 두 명을 대학 졸업 후 결혼할 때까지 데리고 살았던 억척 누나이기도 하다. 티 안 냈지만 엄청 힘들었다.


베트남 하노이에 내가 거주하면서 친구들은 작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귀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어야 했지만 ' 이제 이래도 되는 거야!' 갱년기 아줌마들의 반란은 그렇게 중요한 크리스마스에 비행기를 타고 떠나올 만큼 간절했다. 가족을 위한 30여 년의 삶도 희생도 쉼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허겁지겁 달려오며 울고 웃고 파란만장했던 삶을 어찌 다 글로 쓸 수 있을까?

그저 지나간 세월 앞에서 다독다독 '참 ~잘 살아낸 거야' 성공한 것도 아니고, 위대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느라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잠시 미뤄놨을 뿐이라고...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KakaoTalk_20201215_140433097.jpg

하롱베이 쿠르즈에서 즐긴 음식들...


***3일간의 수칙***

최고급 호텔 VIP 룸에서 호사를 누려도 됩니다.

먹고 싶은 거 맘껏 먹고 몸매 관리 안 하셔도 됩니다.

한껏 이쁘게 치장하고 연예인 놀이하셔도 됩니다.

줄줄이 딸린 식구들 끼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배꼽이 도망갈 정도로 신나게 웃으셔도 됩니다.

안 되는 거 없고 모든 거 다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3일 동안 온전히 나만의 힐링타임을 갖으며 베트남 여행을 시작했고 하롱베이의 쿠르즈를 타고 1박 2일 동안의 멋진 공주놀이를 즐겼다. 맛난 음식도 먹고 선상에서 생일파티도 즐기고 색색별 아오자이를 입고 핸드폰으로 틀어놓은 써니 음악에 맞춰 신나게 댄스도 추고.. 하늘에 별들도 우리를 내려다보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평생 웃어야 할 웃음을 그때 원 없이 웃었다. 달아난 배꼽을 겨우 찾아 아쉬운 밤을 보내고...

KakaoTalk_20201215_140144223.jpg 베트남의 명소 하롱베이

한국에서 나를 위해 바리바리 공수해 온 김장 김치와 고춧가루 그리고 이것저것들로 가득했던 트렁크를 비워내고 베트남산으로 트렁크를 채웠다. 2020년을 맞이하러 친구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내 생일도 돌아오고 있지만 올해는 손꼽아 기다릴 일이 없다는 게 허전하기만 하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눈이 오지 않을 뿐 크리스마스는 이곳 베트남에도 멋진 트리와 함께 축제처럼 즐기고 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불빛이 마음속에 피어나길 바란다.

긴 세월 함께 해온 친구들 혼자가 아나라 함께라서 좋았고

언제나 긍정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친구들 덕분에 참 잘 살아온 게 기적이다!.


평범한 일상이 기적임을 코로나를 통해 알게 되었고 여전히 우리 삶은 미로 찾기처럼 앞을 알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힘들어하지 않고 살아내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궂은날이 계속되는 삶이 아니라는 걸 긴 세월 터득했고 단단해졌으니 이제는 산책하듯 여유롭게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그리 살자 친구들아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꾸나~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한 번뿐일까? 또 좋은 날에 함께 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