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토요일 주말에는 논술 수업이 오전 오후 잡혀있다. 1시간 안에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오전 수업을 했으니 배는 조금 고픈상태이고 오후 수업을 하려면 일단 조금 허기를 달래야 한다. 그래서 나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한다. 다행히도 주말 수업은 집에서 하기 때문에 편안하다. 오늘은 뼈 해장국이 당첨되었다.
아들이 있을 땐 서로 먹고 싶은걸 말한다. 1. 김밥 2. 비빔밥 3. 치킨 4. 부대찌개 등.... 선택메뉴를 말한 뒤 의견을 조율하여 시켜 먹는 편이다. 가끔 거하게 한식 12첩 반상을 배달해 먹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베트남 직원이 받는 식당은 사실 좀 꺼리는 편이다. 영어로 말하거나 베트남어로 유창하게 말을 해야 하지만 피자 한판을 주문하는 것도 나에겐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영어 울렁증이 치유될만한데.. 문법 위주 시험 위주의 한국식 영어교육은 그저 점수 내기만 급급했던지라 회화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해외생활 5년 차이면 술술 혓바닥이 풀릴 정도의 버터발음으로 말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럭저럭 사는 데는 지장 없을 정도이니 사는 게 용하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포장도 깔끔했지만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국과 밥 그리고 반찬들 숟가락과 젓가락에 까지 심금을 울리는 멘트다. 베트남에서는 대체로 한국음식이 꽤 비싼 편이다. 그래서 자주 외식을 하게 되면 식비가 엄청 나온다. 집밥을 해 먹어야 경제적이다.토요일의 점심 한끼는 나의 지갑이 열고 집밥보다 푸짐한 만찬을 즐긴다.
때에 따라 배달음식과 패스트푸드는 시간 절약과 나의 수고가 덜 들어가니 편리하고 좋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살림하고 밥하기 싫은 여자 1인은 베트남 음식도, 치킨도, 피자도, 만사 오케이다. 설거지도 적으니 글 읽고 글 쓰는 시간이 확보되어 좋다. 이래도 되나? 싶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이니 괜찮은 거?? 애써 나의 게으름이나 귀차니즘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의 음식은 심쿵(심장이 쿵쿵의 준말)이다. 일단 맛을 보기 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로 후한 점수를 주었다. 김치도 국물 맛도 밥도 반찬(잡채 , 총각무, 배추김치, 어묵볶음, 버섯 피망 야채볶음)도 짜지 않고 오 홀 ~~ 기대 이상의 맛이다. 홍보대사는 절대 아니다. 다만 작은 글귀에 반해서 영업전략에 큰 점수를 주었을 뿐이다.
이곳 하노이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줄었다. 코로나 여파로 식당도 예전 같지 않으니 새로운 전략과 맛으로 고객잡기를 해야만 살아남지 않을까? 나만 힘든 게 아니에요 ~그 한마디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사소한 말이지만 우리 주위엔 언제나 따뜻한 말 한마디 걸어줄 사람이 필요 한건 아닐까?
그때, " 뭐해요??" 한통의 문자톡이 왔다." 응 나 밥 먹어 , 근데 감동의 맛이야 "
문구를 어쩜 이리도 잘 만들었을까? 타국에서 배달받은 뼈 해장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어쩌면 글쓰기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하며 마음을 읽어주고 말해주고 느낌 있는 언어로 마음의 치유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허기진 정신과 피폐한 마음 한구석에 밥 한 숟갈 떠먹여 주고, 반찬 한 입, 따뜻한 국으로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먹기위해 사는가? 살기위해 먹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