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시상식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서쪽 하늘에서도 동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언제부터 인가 나는 작은 별들의 삶을 가치롭게 생각한다. 모두가 스타가 되고, 일인자가 되려고 꿈꾸는 시대에 살면서 나 또한 그런 삶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왕 스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고 죽을 만큼 애써도 안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반짝임을 잃어가는 삶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작지만 내 안에서 소신껏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
국어, 영어, 수학 , 주요 과목에는 학업 우수상이 있고, 착한 일을 많이 하거나 선행을 하면 선행상 또는 봉사상을 주었다. 모든 면에 모범이 되면 주는 상도 있었다. 난 너무나 평범하고 특별함이 없는 지라 상을 타본 기억이 별로 없다. 다만 졸업 때 주는 개근상을 빠짐없이 받았다. 성실함과 평범함이 나의 삶이었다. 운동장에 모여 조회시간에 호명하여 친구들이 상을 받을 때 박수를 쳐주는 박수부대에 끼여 있었다.
하지만 초강력 긍정 에너지가 있었고 부끄럽지만 1등, 2등, 3등도 못하고... 그 뒤에서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는 굶주린 하이에나라고 나 할까? 그럼에도 밤을 새워 공부를 잘해보려고 애썼다. 방법과 요령을 몰라 그저 까만 밤이 하얗게 되고 새벽닭이 아침을 깨울 때까지 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벼락치기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지만... 아무도 내가 그토록 노력파였을 거라는 걸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다만 나의 기억 속에서 나는 성실파이었고 분명 최선을 다했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낳고 난 믿어지지 않는 진실과 마주했다. "아들은 엄마 머리를 더 많이 닮는다네" 유전학적인 제보는 나를 힘들게 했다. 나를 닮아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삶보다는 좀 더 멋진 삶을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태교부터 시작하여 교육에 신경을 많이 썼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고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는 일은 자제했다. 다만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박물관, 미술관에 가서도 설명보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에 또 올 생각으로 따로 다니며 감상을 즐겼다.
나의 간절함이 통 한 걸까? 두 아들은 나름 잘 커주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이런저런 상들을 타 오기 시작했다. 종이 상장에 금띠를 두른 상까지 첫째가 받아 온상을 하나씩 문방구에 가서 깨알 자랑을 하며 코팅하여 벽에 붙이기 시작했는데... 방 하나를 도배할 정도로 상장이 그득했다. 동생까지 합세하여.. 그 후 파일을 사서 상장을 정리할 정도였다. 누가 보면 천재 아니야? 할 정도로 상 타는 일이 쉬워 보였다. 난 하나도 타보지 못한 상들을... 두 아들은 나의 작은 기쁨이 되어주었다.
기억 속에 저장할 만큼 큰상들도 받았다. 늘 자신감 부족했고 소심했던 나에게 7년 동안 회장 엄마로 살게 해 준 둘째 아들과 연세대에 당당히 합격해준 첫째 아들은 나의 유전자를 물색하게 만들었다. 남편도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이었기에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속담이 딱 맞는 표현이다. 그렇게 아들들은 성장했다. 나에게도 자신감의 날개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동안의 삶을 보상을 받은 듯 행복했다.
지금 베트남 하노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왔지만 이곳에서 나는 작은 별들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많은 것을 가졌고 풍족하다. 무한한 잠재력 대신 속성 과외를 통해 단기 기억을 하고 시험에 나오는 것을 줄줄 외우며 똑똑함을 자랑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넓은 생각, 자신의 꿈을 찾아 달릴 수 있는 의지와 인내력이 부족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글쓰기와 책 읽기를 통해 행복함을 가르쳐 주고 싶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을 열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과 자기 안에 자기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살고 싶다.
종이 한 장? 그게 사는데 뭐가 그리 중한 거라고?? 서열을 두어 상을 주고 그 상을 타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달리는 걸까?? 하지만 상을 받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상을 받는 자는 소수이고 다수는 박수를 쳐주었으리라 그럼에도 더불어 세상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상은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도 상은 존재하겠지만 상을 탄자와 못 탄자의 수고는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든다.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1시 30분
그동안 이곳에서 개인수업을 받던 나의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조촐하게 미니 시상식을 했다.
"선생님 저도 상 주실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왜?
"그게 아니라 저는 잘한 게 없는 것 같아요..."
"ㅎㅎ 그래, 너도 상 줄 거야..."
"무슨 상요?"ㅎㅎ
"행복 웃음상"
난 제자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상 이름을 색 다르게 붙여 상장을 만들고 장점을 골라서 칭찬하는 상장을 밤새 만들었다. 울컥 눈물이 나려 한다. 지나온 나의 삶의 발자국이 너무 약했고 이제야 발자국을 찍어 내려니 감정이 춤을 춘다.
누군가 나에게 받는 상이 별거 아니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성실하게 교육자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상을 주는 자로 내 이름 석자를 걸어도 괜찮은 거 아닐까? 한 명 한 명 개성이 다르고 장점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소중한 인성과 마주해 주길 바라며 반짝반짝 작은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파란 접시에 수박으로 별 모양 사랑 모양으로 후식을 준비해 주었다.
열심히 살아서 빛나는 별 같은 사람이 되어도 좋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도 좋다.
어디서든 반짝임을 잃지 말고 작은 별처럼 살아주길 응원한다.
상품은 독서 거치대였다. 아이패드 세대이기도 하지만.. 유용한 선물이 되어 책 속에서 보물 찾기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브런치에 수상작품들을 읽으며 별이 된 작품들과 작은 별로 남아있는 작가들을 글을 보게 되었다.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을 쓴 지 이제 3개월 천천히 성실하게 나의 글을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