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내 인생

보자기

by 아이리스 H

메인화면을 자세히 보시면 무엇이 보이나요?


빨간색 곱고 고운 보자기 속 권총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모나무르 갤러리에 보자기 전시 중 ~

너무 예뻐서 보자기 사진 찍고 있는데

특이하게 권총 품은 보자기가

눈길과 발길을 붙잡았다.


왜? 보자기 속에 권총을 숨겨두었을까?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사진만 찍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혼자서 골똘히 여러 장의 보자기 사진들과

비교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아보았다.

보자기는 원래 물건을 싸는 작은 천을 말한다.

복을 담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가방이 흔하지 않던 옛날에는

책보 라 하여 책을 담아 묶어서 썼다.


그뿐만 아니라

보자기는 예단포장, 와인 포장, 과일 포장

떡, 한과, 명절 술등... 선물포장에 주로 쓰인다.

선물과 함께 복을 주는 보자기는 사각형으로

위에 매듭을 묶는 것인데 멋스럽게 연출도

가능하다. 요즘에는 보자기 매듭 아트 자격증까지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그 보자기에 권총을 왜?


선물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보자기를 내면의 악함을 싸는 도구로

표현하며 마음속에 총을 겨눌 만큼

미운 마음을 보자기로 싸아 두라는 뜻?

나만의 해석을 해보았다.

맞는 걸까? 작가님 구독자님 생각은요??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다.

보자기 끝에 비녀를 꽂았다




누룽지를 끓인다. 물을 붓고 포르르 거품이

오르면 불을 줄여 준다. 참 쉬운 아침이다.

밤새 엄마랑 딸은 어릴 적 추억을 나누고

과거로의 여행은 눈물과 웃음이 함께했다.

주거니 받거니 밤 12시가 넘었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오늘도 힘차게 올렸다.


식탁에 나란히 모녀가 앉았다.

벌써 김장김치가 먹을만하게 익었다.

누룽지는 불어나면 많아 보이지만

식감이 부드러워 죽보다 더 고소하고

목 넘김이 편안하니 엄마에게 딱이다.

12첩 반상으로 날 반기시는 엄마에게

난 겨우 누룽지 한 그릇과 김치뿐인

아침을 드렸다.


그저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싹싹 바닥을

비워주시는 엄마가 고맙고 고맙다.

늘 4남매 아낌없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귤도 하나 벗겨먹고 , 바나나도 벗겨 먹는다.

어느새 엄마는 할머니가 되었고, 귀엽던 딸은

아줌마가 되어 마주하고 있지만 함께 웃을 수

있으니 감사하지 아니한가??


티브이를 켜시고 흥겨운 노랫가락을 따라

흥얼거리신다. 난 부지런히 씻고 나왔다.

엄마는 이불을 정리해 놓으셨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게으름을 모르신다.

한평생 남편과 자식 위해 희생하셨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닌데 딸은

어젯밤에 이어 2탄으로... 잔소리를 했다.


이제 또 이별을 준비 중이니...

엄마는 자식 걱정을 하고

딸은 팔순의 엄마, 아버지를 걱정하다가

서로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뭔가 서운하신 게 있었는지?...

집에 가시겠다고 옷을 갈아입으시고 내 옷을

피아노 의자에 가지런히 개어 올려놓으셨다.


고집쟁이 아버지가 맘에 안 든다고...

하시더니 겨우 한 밤 주무시고 아버지 끼니를 걱정하신다. 점심에 맛난 칼국수 사주겠다던

남동생이 엄마를 잡아두라 했지만

엄마는 이미 버스시간에 맞춰 나갈 준비를 끝냈다.

터미널에 들어서자 걸음이 빨라졌다.

버스표도 본인이 끊으셨다. 속상하다.


바리바리 싸왔던 몸매 통통 밀차는

홀쭉해져 엄마를따라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엄마는 언제나

많은 것을 내어 주시고 빈 가방으로 가신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엄마를 안아주었다.

"걱정 마 엄마!! 잘살다 올게..."

씩씩했던 엄마는 조용히 차에 오르셨다.


엄마 이름(J.m.Hee)을 써놓았다.

전에 빨간 밀차엔 한글로 이름 써서

내가 부끄럽다했더니 파란 밀차엔 고급지게

영어로 이니셜을 야무지게 써놓았다.

딸이 말하면 뭐든 "그래, 그래 알았다" 하신다.

버스가 출발하기 5분 전,

터미널 앞 빵집에 들어가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롤케이크를 하나 사서

엄마에게 안기고 바이 바이를 하는데...


엄마가 날 쳐다보지 않는다.

애써 이별하기 싫은 듯 모자 쓴 얼굴을 숙이고 계셨다.


눈물이 나신 걸까?

언제 딸을 또 볼지? 알 수 없는 기다림과

기약 없는 만남이 많이 힘겨웠을 것이다.

나도 해외에서 그리움을 달고 살았으니까

또 그런 시간들을 견디어 내야 한다.

지금 이별을 준비하는 딸과 엄마는 애틋하다.

서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딴짓만 하고 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나는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뒷걸음쳐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가기 싫었다.

텅 빈 집에 혼자 들어가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쓸데없이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여름나라로 가야 하는데... 겨울옷이 이뻐 보인다.


옷 구경도 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모던하우스에 들어갔다.

식탁보를 사러 갔는데 맘에 드는 게 없다.

아이쇼핑을 즐긴다. 물건은 많은데 살게 없다.

새로운 제품들이 다양하다. 기분이 좀 풀린다.

정신을 분산시키니 올라오려던 감정이 내려갔다.

인생 뭐 있나?

돈 벌어 뜨끈한 밥 한 숟가락 먹는 거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왔다간 흔적이 식탁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분이 묘하다. 떠날 준비를

하며 트렁크를 챙긴다. 짐을 줄여야 하는데...

보자기 하나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순 없을까?

꼭 필요한 것만 챙기며

미니멀하게 살고 싶었으나 짐이 자꾸 늘어 난다.


인생의 짐도 그렇다. 바쁘고 힘겨웠던 날이 지나고

자식이 둥지를 떠나면 짐이 가벼워진다.

짐이 가벼우면 좋을 듯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적당한 짐은 삶의 활력소이고 살아갈 힘이다.

멀리 떠나 있으면 좋을 줄 알았고 슬쩍 도망자가

되어 사는 삶을 즐거워했다.

그러나 사랑에 빚진 자가

되어 그리움을 켜켜이 싸아 놓고 살았다.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형제자매도 세월 따라

힘든 시간들을 보낸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누웠던 따스한 방에서

나누었던 많은 말들 중에

엄마의 넋두리를 그냥 잘 들어줄걸....

꼬치꼬치 말대답을 해주다보니

정답도 아닌것을 말해준것이 걸렸다.

롤케이크 맛나게 먹었다고...

전화를 받고서야 미안함을 알았다.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하신 엄마!

새해엔 빨간 보자기에 행복도 사랑도

꾹꾹 담아 주고 싶었는데...

미움과 서운함과 안 좋았던 감정들을

풀고 말았다. 보자기 속에

꽁꽁 묶어두었어야 했다. 권총처럼...

멀리 떠나기 전, 엄마의 마음을 서운하게 했다.

끝내 나도 울고 말았다. 미안해 엄마~~


너나, 나나, 우리는 울고, 웃는 인생이다.

겨울비까지 스산하게 내린다.

보자기속 엄마의 사랑을 풀었다.

엄마의 보자기속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