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뭉 남무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아이리스 H

씬짜오? 깍반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왠지?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할 듯하다.

벳남어가 들린다.

마담, 디베냐? (부인, 집으로 가세요)

반미 한 개와 우유 한 개

나사못에 대롱대롱 매달아 주고는

콧구멍을 사정없이 쑤시더니

격리 3일 후, 아침 9시에 해제되었다.


도착부터 3일 격리 호텔로 5분 만남을 위해

2시간 넘게 오고 가며 힘들었을 남편이

드디어 호텔 방문으로 들어와 얼싸 안았다.

짐을 챙겨 "어서 가자, 어서 가 "

보호자 사인을 여러번 하고서야

드디어 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우리는 바다로 갔다. 30분쯤 갔을까?

구름 낀 하늘과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야호! 바다야 내가 왔노라~~"


그런데 , 남편은 내리지도 않고

차 시트를 뒤로 넘기고 누웠다.

많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 혼자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다.

날씨가 흐려서 벳남도 추웠다.

차에 얼른 올라탔다.

"집에 가자. 얼마만인가? 275일만??"

집에 가기 전 시장에 들렀다. 벳남 여인들의

앵앵 잉잉 소리가 정겹게 들리다니...


꽃을 사주었다. 안개꽃을 닮은 하얀 눈송이

처럼 생긴 꽃을 두 단을 들었다. 영문 신문지에

둘둘 말아 빨간 비닐끈으로 묶어준다.

바오 니오 띠엔?(얼마예요?)

못 짬 본무잉(14만 동:한화 7천 원)

깜언~(고맙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전투 용어만 살아남았다.


한국 마트에 들렀지만 벳남 직원만 있다.

다행히 긴말이 필요 없다. 바코드를 찍고

계산만 끝냈다. 낯설지 않다. 김치도 10킬로

주문한 것을 찾아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짐이 너무 많은데 ㅠㅠ 엘베가 고장이라니

4층까지 짐을 들고 가려면 벅차다.

행복 끝, 고생 시작인가??

고생끝 행복시작인가?


3층엔 남편의 후배가 살고 있다.

"헬프미~~ 헬프미"

운동복에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형수님, 오랜만이에요. 고생하셨어요~"

늘 고마운 후배이자 남편의 동료이다.

고맙게도 두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해주고 도망치듯 내려갔다. ㅎㅎ


남편도 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며칠 동안신경 쓰고 긴장했는지? 어질어질

하다더니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애썼다.

두 팔을 걷었다. 소파와 식탁의 위치가

맘에 들지 않아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천천히 해도 되련만...


소파를 베란다 쪽으로 완전 밀고

식탁을 옆으로 벽 쪽으로 밀어야 하는데

힘이 딸린다. 4인용 식탁에 원목이지만

6인용식탁 만큼 무겁고 유리까지 낑낑..

주부 9단의 식탁 돌리기는 수건 두 개를

테이블 다리 밑동 바닥에 끼워 소리 나지 않게

살짝 밀면서 돌리는 것이다.


아껴두었던 내공의 힘을 힘껏 쓰고는

만족해한다. 코 고는 소리가 거실까지

우렁차다. 그럴 만도 하다. 이해한다.




축뭉 남무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을 이라 부르는 벳남 사람들은 이곳저곳

글씨를 써서 빨갛게 달아 놓았다. 그리고

설 선물로 관상용 귤나무를 선물한다.

집에 와 보니

직원들이 귤나무를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구석에서 빛도 못 보고 처박혀 있었다.

난 잎사귀에 물을 뿌려주고 주렁주렁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열매들을

닦아주고 소파 앞 테이블 위로 힘껏 올렸다.

어디서 힘이 솟는지 나도 놀랍다.

올해도 행복이 사랑이 주렁주렁


나름 청소를 깨끗하게 해 두었지만

정리는 안되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종종걸음으로 치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서둘러

참치 하나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현미와 쌀은 반반 넣어 밥을 지었다.

"보온이 취소되었습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얼마 만에 듣는 밥통의 기계음이던가??

음~~ 밥이 되는 냄새는 늘 구수하고 정겹다.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내 남자.

실컷 잠을 자고도 머리도 무겁고

눈도 아프다고 한다.

씩씩했던 내 남자는 골골...

나를 이곳까지 구출하고 기진맥진

슈퍼맨 망또를 풀었다.


"좀 , 쉬지... 식탁을 돌린 거야? 어휴~~"

"대단하네... "식탁에 앉더니

참치 김치찌개 하나에도 감동을 한다.

우리는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애틋한 만남의 첫 끼니를 해결했다.

이것이 행복이던가? 김치찌개에 진심이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딱딱한 껍데기를 철거하는 도구다.

지름 2센티 정도의 구슬 모양 견과류다.

갈색의 투박한 껍질 속에 하얀 속살이 있다.

원래 호주가 원산지이며 벳남에서도 생산된다.

진공포장상태를 풀고 속 안의 도구를 이용하여

금이 가있는 가운데를 건드리면 알맹이가 쏙~

인사를 한다. 씬짜오?


설 선물은 견과류의 여왕!

마카다미아 너트를 받아 우리는 함께 먹었다.

새해 아침

남편과 길게 늦잠을 잤다.

떡국 대신 미역국으로 새해맞이 한상을 차려

먹고 피곤에 지친 남편은 또다시 잠들었다.


연휴는 원래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연결해서 자는 게 연휴다 ㅎㅎ

난 비워 놓았던 집을 치우고 정리하고 넘쳐나는

집안일에 일복이 새해부터 빵 빵 터졌다.

짐 정리며 빨래며 버릴 것이 ㅠㅠ

이틀 만에 그래도 제법 집이 형태를 갖췄다.


마카다미아처럼 딱딱한 껍질을 까고

고소하고 영양가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동안 못해준 밥과 사랑

넉넉하고 후하게 듬뿍 주리라

아프지 마슈~~ 내 사랑

골골 머리도 아프다. 눈도 아프다.

이곳저곳 아프다고 엄살을 부려도 좋다.


긴 기다림과 그리움과 보고픔이

사랑이라고 우기며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고 있다. 코 시국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길 바란다. 작은아들을 아직 보지 못했다.

여기도 코로나 및 확산이 되고 있고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하노이로 이동을 자제했다.

하얀 꽃 속에 노란 속 꽃이 숨어있다

차 한잔의 여유로

우리는 고단했던 삶에 쉼표를 찍고 있다.

축뭉 남무이~

행복 끝 고생 시작인 삶을 사랑하며...

긴 명절연휴 삼시세끼 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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