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함의 끝판왕~

환자를 웃게 하는 보호자

by 아이리스 H

호랑이 기운이 넘친다는 새해에 남편은 슈퍼맨도 부러워할만한 씩씩함이 사라졌다. 쉰세대 끝에서 졸았나 보다 골골 3일째 잠만 잔다. 연휴의 절정으로 치닫는데...우리는 방콕, 집콕이 웬 말이냐? 자가격리까지 깔끔하게 끝냈건만... 환자(남편)가 낮잠을 자는 동안 집 밖을 몰래 빠져나온

보호자(나)가 있었다.


이곳은 한국사람이 드문 도시(타이빈)이다.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쓰고 나가면 한국인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물으면 무조건 콩비엣(몰라요)라 말하고 길을 걷는다. 당당한 한국 모델 워킹으로 말이다. 아는 사람도 없으니 정말 좋다. 두려움이 사라진 지 오래다. 벌써 6년 차에 접어든 벳남 생활이다.


설 연휴 풍경은 집 앞 빈컴센터(벳남 백화점) 닫혀있지만 벳남인들은 이곳으로 인생 샷을 찍으러 온다. 하일랜드 커피숍은 한국의 이름난 커피숍처럼 인기가 있다. 난 이곳 근처에 세컨 하우스가 있다.

지금 남편과 쉼표를 찍고 있다. 몰래 나온 이유는 유치함으로 똘똘 뭉친 내가 사고 싶은 게 있어서다.


그게 뭘까요? 남편 몰래 사려는 것?


바로 아픈환자 (남편)을 웃게 할 수 있는 것, 호랑이 기운이 샘솟고, 토끼 같은 마누라를 닮은 헬륨풍선을 사러 갔다. 노부부가 긴 줄에 대롱대롱 동물 모양 ,하트 모양, 캐릭터 모양 헬륨풍선이 둥실 둥실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리고 있었다. 난 가까이 가서 "조또이 까이나이(이거 주세요)"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무잉아 (3만 동: 한화 1500원)손가락을 3개펴서 나에게 보인다.(티났다. 한국인) ㅎㅎ

오케이! 조또이 못 가이 (하나 주세요) 기죽지 않고 큰소리로 말했다. 외국어는 자신감이 답이다.


핑크색 토끼 모양 풍선도 눈에 들어왔다. 하나 더 사기로 했다. 두 개 6만 동(3천 원)이다. "마담, 깜 언 깜 언"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난 어린아이처럼 풍선 두 개를 사들고 신이 났다.3천원의 행복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부스스 눈비비고 거실로 나와 앉았다. 풍선인형을 보자마자 웃는다. "이거 뭐야?하하하" 일단 성공이다. " 호랑이 기운 받아서 으샤 으샤 힘 내라고 내가 사 왔지... " 거실소파에 앉아있던 남편이 배시시 웃고 있다. 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줄을 잡고 있으라 했다.


"난 환자인데..." 보호자는 환자를 웃길 의무가 있다. 주사도 못놓고,시간에 맞춰 약도 안주고, 내맘대로 밥도주고, 자거나 말거나 그냥 내비둔다. 다만 엔돌핀을 가끔 줄뿐이다. 해줄게 없다. 그런데 두줄을 잡고있던 환자의 장난끼가 발동했다. 갑자기...


"호랑이 할래? 토끼 할래?"

"난 토끼, 당신은 호랑이해~"


"안녕? 난 씩씩한 노랑이라고해~"



"응 난 거꾸로 말 안 듣는 분홍이야"



"난 힘이 세고 용감해 어때?"

" 음...고뤠? 좀 생각해볼께~"


호랑이는 귀가 길지 않아 천정에 반듯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분홍토끼는 줄을 잡아당겨 세워줘야 했다. 귀가 길어서 반듯하게 되지 않았다. 남편은 두 손으로 실을 이리저리 비벼대고 난 금세 까르르 웃고 말았다. 남편도 껄껄껄 웃는다. "어허 이것들이 말을 안 듣네 ~이리저리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왜? 연락을 안했어? 흥!! 삐짐

아이 왜 그래? 바빴다니까~~



" 똑바로 보고 말해보세요~"

"너무 예뻐요."

"진짜? 당신도 너무 멋지네요~"

" 그럼 우리둘이 사귀어 볼까요?"



"노랑이씨 나좀 보이소~"

"난 그대가 눈이부셔서 볼 수가 없소~"


알콩 달콩 노랑이와 분홍이는

즐거운 나날을 보냈답니다.

"파란 보름달 속으로 들어가 보았니?"

"아니요,그런곳이 있나요?"

"그럼그럼 그곳은 멀지만 언제나

행복한곳이 될꺼야 함께가지 않을래?


가끔은 유치 찰란 하게 노는 게 인생을 참 즐겁게 한다. 베트남 시골에서 우리는 이렇게 연휴를 보내고 있다.

혹시 닭살 돋으셨나요?긁어주시면 됩니다. 영 떠나지 않을 몸살과 두통이 환한 웃음을 주고 오늘 밤 달님 속 호랑이와 토끼가 되는 꿈을 꿔보렵니다. 오래된 쉰세대 유치함의 끝판왕 부부 인정이라구요?


이곳도 코로나의 확산으로 집콕이라지만 답답한 마음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벳남 천정은 파란 불빛을 조명으로 넣어주어 색다른 맛이 있다. 커튼도 유치 찬란한 주인의 취향이지만 즐기며 산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어디서든 웃으며 그리 살려 노력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행복이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가끔은 보물 찾기처럼 행복을 사고 그 행복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는 마법 같은 하루를 만들어 간다. 오늘도 베트남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엔 한국인 부부가 유치하게 헬륨 풍선놀이를 하는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갔다는...풍문을 직접 알리오

웃음치료 필요하신분 손 번쩍 드세요~ㅎㅎ

2월 모두모두 웃을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입춘이라고 합니다.

여긴 벌써 봄이 오고 있어요~^^


땀비엣(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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