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게 행복?

별일 있는 게 행운?

by 아이리스 H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다.

코로나로 펜더믹 상태가 계속되면서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게 시시하고

재미없지만 그것이 행복이었다.

어떤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약속도 없고,

좋은 일들도 없지만 괜찮은 하루란 걸 알았다.


남편은 몸살 후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시력이 많이 안 좋아져 어지럼증과

복시 현상으로 불편함을 호소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병명을 찾고 조바심과

불안증으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280일 만에 작은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벳남 3년 차 동시통역이 가능하고 자연스럽다.

아들은 여기에서 아빠의 일을 돕고 있다.

코시국에 한국을 다녀왔더니...

"엄마 엄마" 어리광을 부리며 와락 끌어안았다.


눈물이 났다. 남편을 만나서는 웃었는데...

아들을 만나니 기뻐서 눈물이 났다. 손을 잡고

흔들었다. "엄마 잘 왔어. 엄마 나 보고 싶었어? "

"그럼, 그럼 "손을 잡고 빙빙 돌았다.


반가움도 잠시 아들은 혼자 지내며 면역성이

많이 떨어져 온몸이 아팠고, 두드러기를 동반한

피부염으로 얼굴과 손만 빼고 몸과 팔다리가

긁어서 피가 날 정도의 상태로 좋지 않았다.

두 남자는 병원 치료가 급하게 필요했다.


별일이 생긴 게 마음이 아프다.




베트남은 설 연휴 7일 이상~

쉬기 때문에 큰 병원만 문을 열고

응급환자만 받고 있었다. 코로나 검사증과

접수증을 확인한 후 두 남자는 손등에 도장을

찍고서야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난 오래간만에 병원 밖 공원 산책로에서

두 남자를 기다리기로 했다.

난 주변의 꽃들과 연못 속 물고기를 응시하며

자연을 탐색했다. 정말 오랜만에 자연과 교감하며

내 마음을 털어놓는다.


하노이 오자마자 두 남자

병원으로 들여보내고 이 여유로움 이라니...


남편도, 아들도 별일 없이 그럭저럭 잘 있어주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치료받으면 되는 거다.

나의 빈자리가, 두 남자에게 이토록 티가 나다니

내 자리의 중요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한국에 큰아들도 그렇고,

하노이 남편과 작은아들도

왜 그러는 건지?

남자 셋 어쩌면 좋을지?


어쨌든 하노이로 돌아와 보니 할 일이 태산이다.




하노이 집 근처에 홍옥 병원으로 갔다.


병원 건물이 쓸데없이 맘에 든다.

난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사진을 찍어 남겨두는 것도 취미 중 하나이다.

무지갯빛 건물이 희망을 보여주듯

아픈 사람들이 기분을 좋게 해 줄 것 같다.

하노이 홍옥 병원

봄날 같은 하노이는 지금 겨울이다.(1월~2월)

열매도 주렁주렁 가을 같은 겨울이다.(영상 20도)

오색 잉어 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헤엄을 치는

아름다운 연못 감상을 하고 있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다.


6년 차 벳남 생활 속 병원은 처음이다. 건강관리도

스트레스 관리도, 음식도 집안일도 청결과 정리로

타국 생활을 나름 잘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힘들어지며 이산가족이 되었고

특별입국 후, 가족상봉은 했지만 병원행이다.


이곳저곳 꽃들을 찍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기다림이 길어진 탓에 앉을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이름 모를 노란 꽃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뚜벅뚜벅 꽃을 향해 걸어가 앉았다.


잠시 후

나도 노안인가?

크로버가 겹쳐 보인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분명 네 개의 잎을 달고 있다.

설마 설마 설마 네잎 클로버가

지금 병원 화단에 이렇게나 크게

내 눈에 내 맘에 들어올 줄이야 세상에

일단 인증숏 찍고 살며시 두 손으로 쏙

정말 믿기지 않지만 진실이고 사실이다.

네 잎 클로버 얇은 줄기를 살며시 잡아당겼다.

그 옆 세 잎 클로버까지 탐내도 되려나??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아무도 없다.

풀 한 포기가 뭐라고 잠시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고 있었다.

나랑 우리 집으로 가자.

세상에 이런 일이

행운과 행복을

한꺼번에 쏙~뽑았다.

네 잎클로버 보이시나요?

학창 시절 이후 두 번째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만났다.

그것도 먼 타국 땅 벳남 병원 화단에서

두 남자가 진료를 받고 있는데...

너무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암시를 해주듯 행운과 행복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별일이 있는 건 행운? 별일이 없는 건 행복?



아들은 면역성 결핍과 비타민 영양제에

바르는 약을 처방받았고, 남편도 경미한

백내장으로 10일 정도 약물투여로 복시와

노안을 치료하기로 했다.

두 남자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련 여유로움 속

네 잎클로버를 찾지 못했으리라


초강력 긍정 파워로 좋게 생각했다.


가끔은 별일 없이 지내는 소소한 일상이

감사함을 알게 해 준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어제까지 괜찮았던 몸과 마음이 경고를

보내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 사건사고가 많지만

그저 별일 없이 잘 지내는 일이 행운이고 기적임을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만 바라며 살았던 날보다

그저 편안하고 욕심 없이 순리대로 살아가는

지금이 나에게는 너무 소중함을 알았다.

그럭저럭 아무 일 없이 지나는 하루하루가

진정한 행복한 날들임을 말이다.


네 잎클로버의 행운을

책갈피에 곱게 끼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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