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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꾸 보니 정든다.
by
아이리스 H
Feb 9. 2022
아래로
하노이 집을 이사했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아들 취향이다.
소파에 내 몸보다
더 큰 곰 한 마리가
날 쳐다본다.
넌 누구냐고?
난 어미다.
그러는 넌?
테디베어
손바느질로 만든
곰
인형인데요~
곰탱이
곰발바닥
곰곰이 생각해보니
곰이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데
.
..
넌
미국에서
왔지?
대단해
~
~
소파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주인 행세하는
멋쟁이 곰이라니...
그런데
너
자꾸 보니 정든다.
아들 침대 모서리 끝에도
노란색
인형이
?
재주를 부리듯
서 있다.
넌 또 뭐냐?
난 그 유명한
사자 란다.
ㅎㅎ 라이언
아들과 친구가
되었네
그런데 어쩌지?
니들 다른 데로
보내고 싶은데...
책상 위에서
벽에 붙어서
엎드린 채 누워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아들을 280일 지켰다.
보드랍고
말캉하고
귀여운 동물 인형들...
퇴출 위기 일보직전이다.
몇 마리는 이미
베란다 구석으로
쫓기어 나갔다.
구제받은 세 마리
어쩌면 좋을까나?
그런데
니들 자꾸 보니 정든다.
한때는 나도 인형을 참 좋아했다.
커다란 곰인형과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 인형까지
늘 나의 애장품이었다.
아토피가 있었던 아들
내가 정리의 달인이 된 후
인형이 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볼 때는 예쁜데 말이다.
먼지와 세탁이 쉽지 않아
고민 덩어리가 되었다.
베란다 밖에서 구제를 기다리는
인형들 조만간 드림할 예정이다.
나갔다 들어오면
거실 한구석을 지키며
곰돌이가 반겨준다
.
생명도 없고
아무 말도
없다
.
참견도
조언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내 혼잣말도
잘 들어준다.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다만 먼지만 수용할 뿐이다.
외로움을 지켜주기도 하고
은근 매력 있는 캐릭터
소파 지킴이 곰돌이는
조만간 카페 오픈을 위해
팔려간다. 어허 보내려니
아쉽고 그냥 두자니
소파가 좁다 ㅎㅎ
학창 시절 내 곰은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
마주 앉아 들어주었다.
선생님이
될때까지
곰돌이는 나의 수업을
들어주는 청강생
노란 곰이었다.
졸업식에 받았던 커다란 곰
나의 꿈을 이뤄주고
낡고 더러워져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진 노란곰이 그립다.
사람도 자꾸 보면 정들고
말없이 바라봐주고
옆에 있고 싶고
자신의 온몸으로 편안함을
주는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
테디베어 같은 사람이라면
좋겠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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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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