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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보약이라고?
엄마의 밥상~
by
아이리스 H
Mar 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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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팝송을 틀으니
"귀에 거슬린다. "
"시끄럽다."
"조용히 가자"
발라드를 틀어주니
"기분이 처지고 슬프다."
"그냥 끄고 가자."
"물이 먹고 싶다."
조용히 가려니
"겨울 햇살이 눈부시다."
"선글라스 하나 사자"
"음료수를 마실까
?"
"휴게소 들릴까?"
"아니야 위험해!"
"코시국이니
그냥 가자"
수술 전, 남편의 변화무쌍한 민원처리로 아들은 곤욕을 치렀다. 하하하 웃으며 응대를 다 받아준다.
"내가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아휴 힘들어~하노이 지키는 동생이 부럽다"하면서도 약해진 아빠의
든든한아들 역할에 열심이었다.
나에게는 입맛 저격하는 음료수를 사주고, 아빠에게는 비싼 선글라스도 사주었다.
외할머니표 밥상을 그리워하며 아들은 시골 가는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합류해 주었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서 아빠는 편안하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 엄마는
딸보다 사위를 먼저 안아주신다. 얼굴 본 지 2년이 넘었다.
"아이고 ~~ 고생 많았네"
사위는 눈물 주르륵 흘렸다.(안보임)
"어머니 어머니..."
수술을 앞두고... 선글라스를 산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사위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을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눈물을 애써 감추려 했던 것 같다.
거실 카펫 위에 동그란 밥상을 꽉
채워주신 울 엄마표 밥상은 늘 푸짐하다. 그 후에도 밀전병에 과즐에 귤에..
약과까지 끝이 없지만 워워 하지 않으면
소화제까지 먹어야 끝이 난다.
엄마는 네모난 식탁보다 둥그런 밥상을 더 좋아하신다. 한상에 둘러앉아 먹는 밥 한 끼는 보약이라며...
80세 장모님은 사위와 손주를 위해
아침부터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한국사람은 역시 밥심이다
.
하얀 쌀밥에 완두콩이 박혀있다. 멸치볶음에는 슬라이스로 썰은 마늘이 , 조기구이 삼 형제도 나란히, 가시 바른 우럭 새끼 , 조물조물 깨소금과 참기름 두른 시금치 , 아삭아삭 무생채 ,
질겅질겅 진미채 , 짭조름하고 매콤한 낙지젓갈 ,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는 감태, 충청도 게국지에 뽀얀 사골국물까지... 호두와 단감과 밤, 속배추와 고추장, 파래김도 올라왔다.
"
못 먹는 게 병이고, 잘 먹고
잘 싸는 게 최고여,
잘 자는 게 좋은 거고 못 자는 게 병이란다."
울 엄마의 풍월은 늘 예사롭지 않다.
밥상 예찬론가? 맞다.
수술을 앞둔 남편도, 사회초년생이 된 아들도 외할머니의 밥상이
낯설 만큼 오랜만이다.
"난
안 먹어도 배부르다.
너희들
먹는 것만 봐도 좋다."
물도 떠놓고 빈 접시에 반찬을 채우느라 울 엄마 바쁘시다.
엄마의 열정과 삶을 반만
닮을걸 그랬나?? 난 요즘 밥상 차리고 치우는 게 귀찮고 하기 싫은데...
울 엄마
는 여전히 밥상을 차리시며 즐거워하신다. 다리도 불편하고 몸도 쇠약하신데...
집밥을 고수하신다.
난 가끔 음식 배달도 좋아하고, 외식도, 반찬집 싹쓸이도 하며 편리함을 추구한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 설거지도 귀찮고, 음식 남은 뒤처리도 힘이 든다. 진짜로 가끔 그렇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드라이브를 갔다.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시장 쪽으로 옮겼다.
환상의 조합이다. 울 엄마, 딸 아들과 아빠의 운전연수라고나 할까?
500원의 보물을 찾으러 가는 중~
가마솥 뚜껑에 굽는 꿀물 질질 호떡이 500원이다. 4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산 시장 안 꿀호떡이다. 다행히 오늘은 줄이 짧다.
(내 글
속 '솥뚜껑 호떡'
아줌마의 이야기가 있다.)
투박하고 예쁘지 않아도 얇은 반죽에 꿀호떡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나의 소울푸드다.
그리움과 추억 음식 1위
500원의 행복을 6개나 사서 2개쯤은 먹어야
마음이 흡족 흐뭇하다.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내는 호떡,
80세를 넘긴 아줌마의 주름진 손과 얼굴이 값진 훈장보다 아름답다.
한 동안 많이 아프셔서 1년 이상 문을 닫았다가 몸이 회복되어 문을 열고 또다시 호떡을 구워 내고 있다.
내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언제까지 이 맛난 호떡을 먹을 수 있을까?
추억의 호떡은 내 입속에서 춤을
춘다.
여전히 비닐에 신문지에 싸서 주는 꿀호떡
아들은 엄마의 호떡 사랑을 인정한다 ㅎㅎ
"역시 꿀호떡은 예술이여 ~"
밥보다 가끔은 호떡이 보약이 아닐까?
마음에 기쁨과 미소를 안긴다.
아들은 오랜만에 할머니 사랑 밥상과
엄마의 호떡 사랑을 맛보며
황금 같
은 주말을 온전히 썼다.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로 바쁘다더니
500원, 꿀호떡을 덥석 물었다. ㅎㅎ
개그맨을 꿈꿀 정도로
아들은 인생이 즐거운 마스코트다.
엉뚱 모드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울 엄마도 오래간만에 손주 때문에 실컷 웃었다.
울 엄마 베란다에는
벌써 봄이 한가득이다.
분홍색 꽃들이 많이도
피어났다 ㅎㅎ
난 내 고향에서 엄마의 사랑과
500원의 추억을 찾아왔다.
그리고 남편의 수술 앞두고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햇살 가득 엄마의 미소처럼
분홍빛 꽃을 닮고 싶다.
"엄마, 밥 잘
챙겨 먹으며 살게요~~"
엄마의 사랑이 따스한 밥 한 그릇에
담겨 온몸의 신경세포와 줄기를
튼튼하게 말초신경까지 타고 흘렀다.
덕분에 남편의 수술은 무사히 마쳤다.
(10일 전의 일상)
엄마의 베란다 10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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