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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밥 잘 차려 주는 여자

밥사랑 내 남편~

by 아이리스 H

음메 음메~~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덕담과 소원들을 나누며 우리 가족은 떡 만둣국을 먹었답니다.새해는 밥 잘 차려주는 좋은 아내 되기입니다. 너무나 쉬운 미션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입니다.


저는 밥 대신 빵을 좋아하고 샐러드 먹기를 좋아하는 터라 꼭 아침밥을 챙기지 않아도 대충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인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밥! 밥! 밥을 고집하는 남편을 위해 밥을 합니다.


좋은 와이프는 밥을 잘 차려주는 여자이고, 좋은 사람은 밥을 잘 사 주는 사람이고 , 좋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다는 건 행복한 거라며 밥 예찬론가 내 남편은 "사람이 밥을 먹고 밥값은 하며 살아야지"라고 늘 말합니다.


올해는 저도 좋은 사람 한번 되어 보려고 했는데... 부지런한 남편은 새해 첫날 새벽을 깨우며 일어나 소고기 넣은 떡 만둣국을 끓여 놓았습니다. 아침밥을 패스하던 나는 만두 하나만을 외치며 떡만둣국을 먹었고 아들은 아빠가 끓인 만둣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답니다.


한국사람은 밥심이라 했던가요? 남편은 국물에 밥을 한 덩이 넣고 또 후루륵 대단한 밥사랑입니다. 평균 체중을 유지할 정도로 날씬한 편인데 밥은 한 끼도 안 빠뜨리고 먹어야 하는 타입입니다.




남편은 이곳 베트남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지라 한국에서도 손님이 자주 옵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조금 뜸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호텔 격리를 하고도 찾아오는 손님들은 남편의 밥사랑을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밥 먹고 살려고 일 하는 거라며 밥은 먹었는지?


안부를 묻고 호텔도 조식이 잘 나오는 곳으로 부킹해 줍니다. 끼니를 소홀하게 먹었다면 쌀국수라도 아니 햄버거라도 차를 세우고 간단히 먹여야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남편 회사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절대 굶는 사람이 없습니다. 출장 왔다 돌아갈 때 김 사장 때문에 살쪘다며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을 접대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불평도 많고 음식을 해내는 일이 손님을 치르는 일이 번거롭고 힘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밥을 해주겠다는 남편의 의지는 손님들을 모시고 집으로 왔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밥을 하는 여자가 되어 있답니다.


이곳은 타국이고 한국이 아니니 출장 나온 사람들에게 집밥은 그리울 것이고 맛이 있든 없든 좋았을 것입니다. 작은 수고가 누군가 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식당도 제법 있는 편이지만 외식과 집밥의 느낌은 좀 다른 듯합니다. 남편은 출장자였던 시절 배고픔을 견디며 일을 했고 밥에 대한 사랑이 강해진 듯합니다.


의류 공장에 직원들에게도 밥 혜택은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소중하게 챙기는 남편은 베트남 식당에 도시락을 깔끔하게 주문하여 점심을 제공합니다. 따뜻한 밥 한 끼는 직원들이 일하는데 힘이라는 생각이 우선인지라 메뉴도 가끔 더주문하여 식단도 챙기는 꼼꼼한 사장님 덕분에 60명쯤 되는 직원들의 밥 한 끼는 한국인의 따스한 정이며 사랑이란 걸 베트남 사람들이 알기는 할까요?? 정 많기로 소문난 남편의 아내로 사는 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편과 나란히 이곳에서 뜻을 함께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밥 줘~ 배고파!


그 말에 화가 난적도 있었고 밥 주는 여자가 된듯해서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었지만 그 말은 사랑이고 나의 단잠을 깨우는 말이고 지금까지 버티어 온 힘 밥심이 아니었을까?? 새해에 많은 소원과 계획들을 적어놓고 생각해보니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으샤 으샤 건강하게 무엇이든 해보자 라는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배고픈 시절 다 간 것 같은데 여전히 밥타령을 하며 사는 내 남편 밥만 잘 주면 되는 쉬운 남자입니다.


누구에게나 밥을 잘 사 주는 남자, 밥을 잘 챙겨 주는 남자, 밥은? 먹었냐? 안부를 물어보는 남자, 내일 아침은 뭘 먹지? 아침밥 먹으며 점심밥을 생각하는 남자와 동거하는 나는 밥 잘 차려 주는 여자입니다. 올해도 밥과 함께하며 웃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밥 한 끼 차리는 일이 사소하지만 귀한 일이란 걸... 깨달아 봅니다. 낡은 운동화를 잘 바꾸지도 않고 본인의 옷은 잘 사지도 않으면서 밥 사 주는 데는 아끼지 않는 내 남편에게 나는 새해 첫날 골프웨어를 한벌 사주었습니다.


밥 사랑하는 남편 옆에서 여러 해를 사는 동안 변치 않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밥을 함께 먹으며 잘 살아온 듯합니다. 남편 덕분에 나 또한 혜택을 누렸지 말입니다. 맛난 거 먹으러 이곳저곳 다니고 좋아하는 초밥도 해산물도 실컷 먹었으니 밥 챙겨 주며 사는 게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 주위에 늘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밥! 때문만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그저 밥을 먹으며 답답하고 힘든 일들 서로 웃으며 소통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워가며 정을 나누어 왔을 겁니다. 남편은 진정으로 밥값 하는 사람일까요? 실속 없는 사람일까요?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한 해 보내기를 소원합니다. 음메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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