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아트
매니큐어(manicure)는 손이라는 라틴어와 돌보다의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손톱의 색깔이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졌다.
중국은 특권층의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홍화를 손톱에 바르기 시작했으며 파라오 무덤에서 금으로 만든 매니큐어 세트가 발견되었다. 미라의 손톱에 붉은색이 그려져 있었다고 하니 매니큐어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고 현대에 이르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손톱의 색상이 붉은색이고 손과 손톱이 긴 것이 미의 기준이 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네일아트란 이름으로 다양한 기법이 대중화되었다. 역사와 유래를 따져보니 남자들도 매니큐어를 했을 가능성이 많았고 사람들은 미를 중요시하며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지만 처음엔 망설임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바쁘게 사느라 손톱 케어는 상상도 못 했다. 베트남에 와서는 네일의 신세계에 빠졌다. 나와 함께 동거 동락한 손과 발이 드디어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집안일을 해주는 메이드( 가정부 , 파출부)는 2시간씩 매일 우리 집을 청소해주고 빨래며 화장실 청소까지 해주었기에 나의 손은 쉴 틈이 많아졌고 관리를 받을 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누리며 손과 발에 네일아트를 예쁘게 할 수 있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하고 싶은 네일 사진을 찾아서 비슷하게 그리기도 했고 꽃과 나비, 과일 , 나뭇잎 , 기하학적인 줄무늬, 동물 , 캐릭터 모양까지 여러 가지를 그리고 붙이고 했다. 즐겁고 행복했다. 너무 자주 해서 손톱이 약해지기도 했고 주렁주렁 큐빗과 보석 장식으로 머리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뜯기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는 네일 아트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난 3년째 단골손님이 되었다.
손톱과 발톱까지 하려면 최소 3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폭신한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으면 손과 발을 손질해주고 네일 아트를 하는데 두 ~세명의 직원들이 신하가 된 듯 나의 손과 발의 각질을 제거해 준다. 마치 나는 어느 나라 공주가 된 듯한 느낌이다. 수고하고 애쓴 나의 손톱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작업이 끝나면 마무리로 따스한 물수건으로 손을 맛 사해 준다. 향기 나는 크림도 발라 준다. 오일도 한 방울.. 그리고 예쁘게 사진도 찍어 준다. 네일 가격은 보통 만원~만 팔천 원 정도인데 기분전환에 지불할 만하다.
합창공연이 있을 때나 특별한 기념일에 나를 위한 색다른 느낌의 네일은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한국 공연 때에는 엄지손톱에 태극기를 그렸었고 이탈리아 여행 때에는 이탈리아 국기를 손톱에 그려서 갔다. 본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을 때 계산하려고 지갑을 여는데 내 손톱을 보더니 아이스크림 값을 내지 말라고 했다. 손톱에 이탈리아 국기를 그린 신기한 한국인을 칭찬하며 뷰티풀~ 뷰티풀~을 외치던 외국인의 호의가 기분 좋았다. 네일 덕분에 공짜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베트남 전통 아오자이를 맞춰 입었다. 결혼 25주년 은혼식에 노란색에 금장식이 화려한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찍으러 갔다. 처음으로 손톱에 노란색을 칠 했었다. 뭔가 어색하지만 기분이 묘하고 새로웠다. 소중하고 기념이 되는 날에 네일아트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것 같다.
매니큐어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너무 야한거 아닐까? 손톱을 혹사시켜 즐거움을 찾는 건 아닐까? 과소비는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 동안 네일을 하지 않았었다.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지만 거칠어지고 투명해진 손톱이 어색했다. 그 후, 조금은 얌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네일을 선호하게 되었다. 튀는 색깔보다는 은은하지만 관리하는 여자로 올해 첫 네일은 초록 잎사귀를 담아냈다. 풋사과 위에 올려 한컷을 남겨본다.
내 손가락이 상큼 발랄하다. 나답게 사는 게 올해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리고 나의 갱년기 사태에 오락가락하는 기분을 맞추기엔 네일아트가 딱인 듯싶다.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작은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생각이다.
손톱에 아름다움을 그리듯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생각과 좋은 생각들을 담아 가며 예쁘게 살아가련다.
그동안 여러 가지 네일 아트를 하며 내 마음이 알록달록 무지개 빛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을 열심히 즐긴다면 먼 훗날 후회가 적어지리라 행복한 미소를 갖기 위해 난 빛나는 오늘을 기록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