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떠나자! 바다로!

하노이 삼선 FLC

by 아이리스 H

반복되는 일상의 쉼표가 많았던 새해가 어느새 9일째다. 아직은 새해 출발점에서 머뭇거리며 서성이고 있다. 해가 뜨고 지고 또 해가 뜨고 지는데 사실 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그리 길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바쁜 새해보다는 느긋한 새해가 좋았지만 갑자기 답답해진 내 마음이 바다를 가자한다. 새해를 너무 격하게 맞이해서 몸살이 왔었지만 괜찮아졌고 '겨울은 원래 추워야 제 맛이 아니던가? '움츠려 들기보다는 겨울바다로 당장 떠나 보기로 했다.


바닷가의 파도소리도 듣고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언제나 꿈꾸는 데로 이루어지는 건가?? 새로운 꿈과 계획들로 새해는 늘 마음이 북적거린다. 이럴 땐 바다에 잠시 가서 내 마음을 비워 내고 싶어 진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어쩔 수 없는 많은 상황들을 바다에 두고 오련다. 새해 벌써 며칠째 우울한 소식들도 조용히 내려놓고.... 와야겠다.


그냥 넓은 바다를 보면 시야가 뻥 뚫린다. 겨울바다도 좋고 여름바다도 좋다. 비 내리는 바다도 좋고 심지어 바람이 불어 파도치는 바다도 좋다. 물거품이 모래밭을 쓸고 지나가는 모습도 좋다. 그럼에도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은 내 마음을 언제나 설레게 한다. 하지만 여행을 떠날 날씨는 아니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흐림으로 알림을 해준다. 그럼에도 바다가 자꾸 나를 부른다.

KakaoTalk_20210113_203353845.jpg 하늘도 흐린 쓸쓸하고 추웠던 하노이 탱화 바닷가


그래서 가방을 챙겨 1박 2일 여행을 떠나려 한다. 이곳 베트남 하노이는 짧은 가을 같은 겨울이 있다. 함께 갈 여행 동반자를 찾기 위해 핸드폰에 정렬된 톡방을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급하게 번개팅으로 갈 만한 사람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남편과 둘만의 여행도 좋지만 부부동반의 즐거움도 있는지라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먹고 올 생각에 맘 편한 남편의 후배 부부를 선택했다. 나이는 우리보다 어리지만 야무지고 생활력도 강한 동갑내기 후배 부부와는 이곳 하노이에서 만나 언니 동생 하며 지내는 친한 사이다.


이곳에서 의류매장을 하고 있으며 작은 한국식당도 했었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있었던 차라 1박 2일의 바다로의 여행은 귀한 쉼표 같은 일정이었다. 바쁜 남편을 불러내어 바다로 가길 원했다. 번개모임은 두 부부에게 오랜만에 주어진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가자 떠나자!! 열심히 살아낸 자들에게 주는 보너스였다. 포기김치 한 포기, 초고추장, 귤, 컵라면 2개가 전부였지만 괜찮다.


저녁노을을 기대하며 떠났건만 햇님은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였다. 신나는 팝송을 따라 부르며 바다로 향해 갔다. 이미 어둠이 내리고 두어 시간쯤 걸려 도착한 바닷가는 삼선 리조트가 가까운 탱화라는 지역이다. 배꼽시계가 꼬르륵꼬르륵 밥을 달라한다. 우리는 해산물을 먹기로 결정하고 식당에 도착했다. 수족관에서 펄떡 거리며 살아 있는 다금바리, 분홍빛 꽃게 , 가재와 비슷한 쏙, 그리고 백합조개를 키로를 재어 푸짐하게 시켰다.


얇게 썰어놓은 회

잠시 후, 신나는 해산물 파티가 시작되었다. 소주 한잔 캬~ 이 맛이야! 하며 잔을 부딪히고 우리는 해산물로 뱃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매운탕까지 야무지게 접수한 우리는 슬슬 밤바다에 가볼까? 그러나 오잉! 너무 춥다. 바람이 차다. 차로 냉큼 올라탔다. 밤바다는 포기다. 아쉽지만 내일 아침 일출을 바라며 숙소로 향했다. 5년 동안 하노이 생활을 하면서 난 여러 번 이곳에 다녀갔지만 후배 부부는 이곳이 처음이라 너무 좋아했다.


따뜻한 생강차 한잔으로 추웠던 밤바다의 한기를 잠시 녹이고 봇물 터진 사업 이야기로 밤이 짧다는 생각을 할 때쯤 눈치 없는 하품이 자꾸만 쏟아져 우리는 그제야 잠을 청했다. 새벽 알람이 울려 눈을 떠보니 칠흑 같은 어둠이... 해는 뜰 가망이 없이 흐렸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회색빛 하늘은 바람과 친구 되어 연속 흐림이다. 그러나 마음은 맑음이다.


또 포기하고 잤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홀 안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단체로 온듯한 가족동반 손님들 틈에 끼여 우리는 자리를 잡고 나는 토스트와 과일, 오믈렛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지만 남편들은 여러 접시를 비우고 나서야 아침식사를 마쳤다.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한 후 근처 바다로 걸어갔다.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추웠다.


아이고~ 추워!~ 옷맵시를 가다듬고 철썩거리는 하얀 파도를 보았다. 춥지만 모래밭에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어린아이처럼 호호 하하 즐거웠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새해 사업장의 대박과 발전을 기원하며 한참을 바닷가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웃었다.' 바다야 바다야 ~ 내 맘 알지? '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았다. 짐을 챙기고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 있는 꽃게를 잔뜩 샀다. 그리고 새콤달콤 파인애플도 현지에서 깎아 먹었다. 배꼽시계는 점심을 또 챙기란다. 하노이로 향하는 길가 로컬 음식점에서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소고기 국물 쌀국수로 한 끼를 해결했다.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혔지만 여행은 무사히 끝났다. 피곤했지만 즐거웠다. 일출도 일몰도 보지 못하고 아쉬움이 남았지만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잘 있었고 언제나 나에게 답답하고 힘들고 위로받고 싶을 때 달려오라고 저만치에서 손짓하는 듯했다. 무겁고 답답했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무작정 준비 없이 떠난 1박 2일 여행은 알 수 없는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바다내음 나는 꽃게찜과 꽃게탕으로 맛난 저녁을 먹으며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폴폴 나는 비릿한 냄새도 좋았다. 겉은 딱딱해도 속살이 뽀얀 꽃게는 내입으로 들어와 속삭인다.

"아무 걱정 말아라~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살 것이고 바다처럼 넓고 큰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잠시 일상 탈출에 동참해준 후배 부부에게도 올해는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길 바라고 바다 품은 꽃게 사랑은 아마도 계속될 예정이다. 행복은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임을.... 해피바이러스가 코로나를 이길 때까지 나는 열심히 잘 살아낼 것이고 새로운 계획과 소원들도 하나씩 이루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뿌연 하늘과 추운 날씨 여러 가지 나쁜 상황들은 언제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럼에도 맑음을 유지하는 비법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며 매일매일 쓰레기통을 비우고 음식찌꺼기를 버리면 깨끗해지듯이 내 마음속의 청소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바다야 정말 고맙다.


keyword